출사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재밌는 행위입니다. 다 같이 나가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사진에 대한 생각이나 장비 등을 이야기하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요즘엔 동호회나 친목 중심으로 출사를 나가기 때문에 새롭게 사진을 취미로 한다면 생소하거나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홍대에 위치한 필름 사진 현상소인 '다크룸 서울'로 여러분을 초대했습니다. 여러분에게 필름의 경험을 제공해드리고, 함께 사진 찍는 즐거움을 알려드리고자 이렇게 아날로그 필름의 이벤트를 기획했거든요. 분명 좋아할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만에서 만든 최초의 컬러 필름인 '피닉스 200'은 거칠지만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대비가 강하면서 할레이션 하이라이트를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필름에 비해 날씨나 빛의 영향을 꽤 많이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오는 날씨가 사진 찍기엔 야속할 수 있지만, 오히려 피닉스 200 필름의 개성 있는 특성을 생각하면 비오는 날씨와 흐린 날씨가 더욱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더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죠.
필름이 재밌는 이유,
사람들과 나누는 특별한 이야기
이번 출사 이벤트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비공식이지만 '통성명'으로 시작합니다. 만나서 서로가 가진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는 단계입니다. 이게 뒤에서 보기만 해도 재밌습니다. 디지털 장비와는 다르게 아날로그 장비들은 현재 구하기 어렵거나 이걸 사게 된 이유, 그 장비에 관련된 히스토리 등 무궁무진한 정보들이 이야기를 통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대화에 홀린 듯이 참여하게 됩니다.
저희는 이번 행사에 필름과 장소만 제공해드렸는데, 참여하신 분들이 서로 다양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드는 걸 보면서 역시 사진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결국 사진도 사람이 찍는 거니까요.
이번 행사는 하만 피닉스 200 필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행사가 진행되는 출사지, 작가 소개 이후에 진행될 프로그램들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행사는 김태풍 작가님께서 참여자 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사진 촬영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출사 이후 진행되는 사진 피드백까지 진행해주시는 리드작가로 참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영국 하만테크놀로지에서도 담당자인 코스타스님도 오셔서 한 명의 참가자로 행사에 참여해주셨는데 한국의 아날로그 유저들과 편하게 즐기다 가겠다는 마음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출사를 함께 나가서 참여자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필름 유저라면 꽤 재밌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피닉스 200은 초기에 비해 개선이 되어 제품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선 및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후 참여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발 전, 피닉스 200 한 롤씩을 드리고 장착 후에 출발했습니다. 다크룸 서울 → 마포 하늘길 → 절두산 성지 → 양화진 역사공원 → 마포 새빛 문화숲으로 이동하는 코스였는데 한강 진입 시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주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출사에 동행했습니다. 비가 오기 때문에 참가자 분들도 안전에 더욱 유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써의 사진
각자 다른 카메라와 장비를 메고 다니다가 풍경을 찍기도 하고,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출사를 나가서 재밌게 사진 찍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파워 E가 아닌 이상 모호함과 설레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하면 어색함도 사라지고 사진을 찍는 이 느낌 자체도 더 재밌어집니다.
필름 사진은 한 롤당 가격이 비싼 탓에 각 잡고 멋진 풍경만 찍을 것 같지만 막상 함께 사진을 찍으러 나가면 서로의 사진을 더 많이 찍어주는 모습에서 역시 사진은 같이 나가서 찍어야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하고, 가다가 멈춰서 찍기도 하면서 이 출사 시간을 보냈습니다. 필름 출사에서는 다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 출사와는 좀 다른 모습이죠. 일반 디지털 카메라 행사였다면 바로 상대방의 결과물을 볼 수 있었을텐데 필름 출사 행사는 그런 게 없으니 오히려 사람 간의 대화, 사진에 대한 이야기 등을 폭넓게 나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날로그 행사에서는 출사를 한 번 하고 나면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카메라나 필름을 좋아하지는지, 성향은 어떤지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밌죠.
출사 때 촬영한 필름을 바로 빼고 뒤에 게신 다크룸 서울의 대표님께서 바로 현상기에 넣고 필름을 현상해주고 있습니다. 작업이 아주 신속하게 이뤄진 탓에 영국에서 온 하만의 담당자 분이 아주 흥미롭게 보며 가져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신기한 장면이었습니다. 참가자들도 현상기로 바로 집어넣고 작업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해 하며, 기다림마저 재밌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현상기에서 현상이 끝난 필름은 바로바로 스캐너에 넣고 작업을 해주셨습니다. 이 과정은 저도 처음 봐서 대표님께 양해를 구하고 뒤에서 구경 했는데 진짜 순식간에 참가자 모두의 필름을 스캔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이런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 놨기 때문에 정말 빠르게 현상과 스캔본을 받아서 올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는 필름 현상, 스캔에 대한 접근성은 좀 더 좋지만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부분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오전에 맡기면 오후에 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작업 시간을 자랑합니다. 어떤 방식이 더 좋고 나쁘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시스템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필름에 입문하고 관심을 가지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은 같이 봐야 재밌지!
참가자 분들이 촬영한 사진을 모두 옮겨와서 작가님이 한 장씩 보며 사진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출사 이벤트의 후기들을 보시는 분들이 종종 '크리틱'이라고 하는 사진 비평에 긴장하시기도 하지만 작가님은 비평보다는 사진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 기분, 그 상황들에 대한 부분들을 말씀해주시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름만큼 따뜻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서로가 촬영한 나의 모습을 보며 같이 웃는 이 시간이 다시 돌아봐도 즐겁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출사와 사진에 대한 피드백까지 마치고 각자 촬영한 사진들이 담긴 필름을 나눠드리며 이 날을 기억할 수 있도록 간단한 굿즈까지 전달해드리며 행사를 마쳤습니다. 많은 분들이 '피닉스 200 필름이 이런 감성을 보여주는구나.'를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필름의 매력을 함께 느끼는 자리를 항상 마련하고 싶었는데 다들 만족해 하시는 것 같아 저희도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우리 이렇게 찍었어요!
| @kwj_cinevet
| @29_chill
| @35mm_film_photo
| @hye__yang_
| @tkwlswlrek
| @kyoulbie
| 코스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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