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준비하고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행사 전에는 그치겠지, 출사 전에는 그치겠지, 마음을 졸이며 참가자들을 맞이했어요. 갑작스레 쏟아진 비에 참가자들도 조금씩 비에 젖어서 들어왔습니다.
SIGMA RF 마운트 체험 원데이 클래스는 예기치 않은 여름비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처음으로 캐논 미러리스 유저를 만나는 행사였습니다. 그동안 SIGMA는 L 마운트와 SE 마운트를 주로 생산해왔습니다. 라이카, 파나소닉, 소니 유저의 애정에 힘입어 새로운 마운트를 계속해서 채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후지필름 X마운트로도 사랑을 받고 이번에는 드디어 캐논의 RF 마운트를 출시했습니다. 다양한 렌즈군에 대한 갈증이 있던 캐논 유저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클래스와 출사에 함께하는 체험 제품은 바로 18-50mm F2.8 DC DN | Contemporary (RF) 렌즈입니다. Canon 미러리스 유저가 컨버터 없이 SIGMA를 사용하는 첫 제품이죠. 시그마의 미러리스용 표준 줌 렌즈 중 가장 작고 가볍습니다. 이번 참가자의 카메라를 보니 R7 바디가 많았습니다. 고화소인 R7 카메라와 시그마 렌즈의 궁합은 어떨지 기대됐어요. R7 외에도 R10이나 풀프레임인 R8 카메라를 가져온 분도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바디에 마운트된 모습을 보니 한층 작고 소중한 렌즈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RF 마운트 출시를 통해 캐논 유저에게 18-50mm 렌즈를 만나고자 이번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이미 렌즈를 구매해서 클래스와 출사를 함께하고 싶다고 참여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시그마의 일명 ‘축복렌즈’의 매력을 먼저 알아보고 더 잘 활용하기 위해 클래스를 신청한 것이죠. 이번 행사로 18-50mm F2.8 DC DN | Contemporary (RF) 렌즈를 처음 접하는 참가자들도 이처럼 긍정적인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클래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유튜브 오케이컷 채널을 운영하는 권정호 감독님과 함께했습니다. 권정호감독님은 사진 작가 보다는 영상 감독으로 많이 불린다며 본인을 소개했어요.
클래스에서는 카메라 설정 세팅과 각 설정이 사진 결과물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구도를 통해 사진 속 주인공을 설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됐습니다. 감독님은 참가자들의 카메라를 보면서 오늘의 주제가 맞는 지 모르겠다며, 초보자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걱정했어요. 그래서 설정 값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구도와 사진 속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더 초점을 맞추어 클래스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세팅에 있어서도 사진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전달했습니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ISO 등 설정 값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조리개는 빛 조절’ 이라는 공식 대신 사진 결과물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초점과 심도’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특히 조리개로 노출을 조절하면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사진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노출을 기반으로 설정 값을 조절하게 되는데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한 방법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공감이 가고 인상 깊었어요.
권정호 감독님은 카메라 세팅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며, ‘여기까지는 카메라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고, 이제는 촬영자가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진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것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의 역할이라는 의미였어요. 구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님의 사진에 대한 정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 찍은 사진이란 뭘까요? 좋은 사진, 또는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완벽한 정의는 어렵지만 권정호 감독님의 주제를 참고해 촬영한다면 기억에 남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정호 감독님은 주인공을 설정하고 입체감을 부여한다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결국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은 사진 속 주인공이 품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이렇게 주인공을 설정하는 부분에서도 카메라 세팅을 기반으로 물리적인 설정에 대한 팁도 알려주었습니다. 얕은 심도가 밝은 사진이나 아름다운 보케 뿐 아니라 의도하는 주인공을 강제적으로 주목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등 세팅과 구도 사이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람과 달리 클래스가 끝날 때까지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죠. 비 오는 을지로 골목을 담아볼 수 밖에요. 렌즈를 대여한 참가자들이 렌즈가 젖으면 어떡하냐며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다행히 18-50mm F2.8 DC DN | Contemporary (RF) 렌즈는 마운트부까지 방진 방적 구조가 채용되어 약간의 생활 방수가 가능하니 SIGMA를 믿고 출사를 나가보았습니다.
한 손엔 우산을 한 손엔 카메라를 드는 불편함은 금새 익숙해지고 모두들 촬영에 집중했습니다. 콘크리트 사이의 초록도, 자동차 아래 비를 피하는 고양이도, 떨어지는 빗방울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겐 소중한 피사체가 되죠. 빗속에서도 한 장 한 장 새로운 시선으로 기록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날씨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미러리스 표준 줌 렌즈 중 가장 가벼운 ‘축복 렌즈’ 덕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여행이나 긴 출사에서 카메라의 무게로 인해 즐거움이 반감되기도 하니까요. 다행히 18-50mm F2.8 DC DN | Contemporary (RF) 렌즈의 가벼움이 오늘의 날씨에는 힘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둡고 좁은 골목길이 비로 인해 조금 더 불편하고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웅덩이를 넘느라 길을 살피고 어둑어둑한 골목길에서 피사체를 찾는 모습이 조금은 스릴러 영화 같은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이렇게 흐린 날씨나 조도가 낮은 상황을 맞이하니 한층 대구경 조리개가 힘을 발휘했더군요. 조리개를 활짝 열어 촬영한 참가자들의 사진을 보니 좁고 어두운 골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도나 셔터스피드를 조절해 더 어둡게 촬영해도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가벼운 렌즈가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비 오는 골목을 지나 세운상가를 걷다 보니 비가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흐린 날씨를 즐겨볼까 했더니 바로 해가 나더라고요. 덕분에 1시간의 출사에 세 가지 날씨가 담겼습니다.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에도 참가자들 모두 지친 기색 없이 돌아오는 길까지 셔터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결국 “이제 촬영 그만하고 들어갈게요!” 라고 외쳐야 했어요. 비도 더위도 참가자들의 사진에 대한 애정에는 어떤 장애물도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전혀 지치지 않았겠지만 몸은 다르죠. 다들 조금은 녹초가 되어 출사를 끝내고 강의실로 돌아왔습니다. 피드백을 위해 사진을 백업하는 동안 쉬는 시간을 가지며 준비한 간식을 나눠드렸어요. 출사의 피로를 풀어주는 달콤함이었습니다. 여유롭게 간식을 먹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피드백을 시작했어요.
역시 감독님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초보자가 없는 것 같다던 말대로 참가자 모두의 사진이 인상적이었어요. 칙칙한 을지로 골목에서 반짝이는 색깔들을 포착해 감각적인 사진을 찍은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만의 감성대로 흑백과 컬러를 바꿔가며 촬영을 해 온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피드백은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보며 진행됐습니다. 이번 체험 렌즈가 줌렌즈다보니 참가자마다 주로 사용하는 화각을 확인하며 피드백을 시작했습니다. 축복렌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군가는 광각을 즐겨 사용하고 또 누군가는 망원 화각으로 촬영했습니다. 또 어떤 참가자는 모든 화각대를 골고루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각 참여자가 복잡한 을지로에서 각자의 시선을 끄는 피사체를 찾는 부분부터 다른 매력을 보여줘서 한층 즐거운 피드백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렌즈로 같은 곳을 다니지만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 이 부분이 원데이 클래스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권정호 감독님은 사진들을 보며 다양한 의도와 이야기를 유추하기도 하고, 참가자마다 감독님의 원픽을 이야기하고 또 참가자의 원픽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사진의 의도를 이야기하고 찍으면서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나 궁금했던 부분을 편안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피드백 동안 권정호 감독님은 코멘트마다 어떤 부분을 보완해서 촬영하면 좋을지 이야기했습니다. 콘트라스트나 노출, 그리고 클로즈업을 할 때 심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촬영에 활용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었어요. 화각과 심도에 따른 차이를 이미지적으로 보여주며 의도하는 바에 따라 카메라 설정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렌즈의 특성을 이야기하며 렌즈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광각에서는 클로즈업 촬영이 용이한 렌즈라 더 가까이 들어가서 촬영해도 된다거나, 조리개가 2.8임에도 대구경이다보니 보케가 예쁘게 나와 매력적인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는 등의 팁을 주었습니다.
클래스부터 출사, 그리고 피드백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참가자들의 눈은 내내 빛났습니다. 캐논 유저들과의 시간은 처음이었는데 참가자들 역시 새로운 렌즈로 새로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이번 축복렌즈를 시작으로 SIGMA에서도 RF 마운트의 렌즈가 계속해계 나올 테니 앞으로 더욱 다양한 캐논 유저들과 함께 다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사용 제품|SONY A7R5 + SIGMA A 24-70mm F2.8 DG DN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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