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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려 렌즈]
PENTAX 17과 떠난 인천 차이나타운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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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17은 2024년에 완전히 새롭게 출시된 필름 카메라입니다.


 

렌즈를 친구 삼아 떠나는 동네 여행 ‘나의 반려 렌즈’. 오늘은 PENTAX 17(이하 펜탁스17)과 떠난 인천 차이나타운 여행입니다.

 

우선 변명을 하자면 ‘나의 반려 렌즈’이기는 하지만 펜탁스17은 못 참았습니다. 2024년에 출시하는 완전히 새로운 필름 카메라라니. 카메라 애호가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이 카메라는 출시되기 한참 전부터 리코이미징에서 티징을 했는데 ‘우리가 이러이러한 카메라를 만들고 있으니 기대해달라’는 직접적인 어필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었습니다. 이미지나 실루엣을 근사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직접 나와서 말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부분이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느낌이라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와 성격이 맞아 보였습니다.

 

 

플래시가 내장된 목측식 초점, 자동 노출 카메라입니다.

 

 

이 카메라를 기능적으로 설명하면 말할 게 별로 없습니다. 노출은 자동으로 제어하고 필름을 감거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수동으로 하는 대략 1960~1970년대 소형 필름 카메라의 구성입니다. 빈티지’풍’ 카메라가 아니라 진짜 그 때 방식으로 작동하는 과감한 콘셉트. 이미지 센서니 연속 촬영이니 동영상이니 하는 그런 설명할 거리는 전혀 없고. 단초점 렌즈 HD PENTAX LENS HF 25mm F3.5로 평범한 구성입니다.

 

 

플래시 사용 시에도 노출이 잘 맞습니다. 한 가지 팁은 플래시를 사용할 때는 주인공 피사체와 배경이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35mm 포맷 환산으로 약 37mm 초점거리인데 경험상 이 초점거리는 풍경에서 인물까지 다양한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절묘한 영역입니다. 40mm 렌즈하고 비슷하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APS-C 사이즈 센서에 24~25mm 렌즈를 끼웠을 때 화각을 선호해서 처음 펜탁스17의 렌즈 구성을 들었을 때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렌즈의 코팅은 고화소 디지털카메라에 대응하는 HD 코팅. 맨 끝에 붙은 HF 라는 명칭은 아마도 하프 포맷(Half Format)의 약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조금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촬영할 때는 목측식의 3m, 혹은 무한대를 선택하면 됩니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렌즈이니만큼 촬영한 결과물의 품질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습니다. 이미 35mm 필름의 절반만 사용하는 하프 사이즈 포맷에는 충분히 넘치는 해상력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기술이 좋은 현상소에 맡기면 해상감 자체는 디지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콘트라스트도 높고 빛이 어느 각도에서 들어오든 묘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나중에 결과물이 선명하지 않다거나 색이 흐리다거나 하면 어지간해서는 필름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태가 안 좋은 필름을 썼거나 아니면 현상소가 뭔가 실수를 했거나.

 

 

날씨가 무척 좋아서 하늘이 매우 선명하게 담겼습니다.

 

 

더욱이 펜탁스17은 셔터 속도가 허락하는 한 조리개를 조여서 팬 포커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팬 포커스란 화면 전체에 초점이 맞는 것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초점을 촬영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존 포커싱 시스템인 만큼 가급적 조리개를 조여 피사계심도를 깊게 하여 과초점 촬영을 하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카메라의 모드 다이얼에서 AUTO나 P 대신 BOKEH를 선택하면 조리개를 개방해서 배경이 흐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다만 포커스의 난이도는 조금 올라갑니다.

 

 

코닥 포트라 400 필름을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색이 아주 선명하게 담겼습니다.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라 마음을 먹고 후면 필름실 커버를 열었습니다. 익숙하게 몇 번을 감았던 필름인데도 잠시 멍했습니다. 어떻게 했더라? 리코이미징은 처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유튜브에 필름을 넣는 방법과 촬영 이후에 다시 감는 방법을 올려뒀습니다. 사용 전에 한번 봐 두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일반 필름 현상소에 스캔을 맡기면 사진 두 장을 동시에 담아줍니다. 우연이 만들어낸 대조가 즐겁습니다.

 

 

상단의 와인딩 레버를 당기면 필름이 감기면서 동시에 셔터가 장전됩니다. 필름을 넣지 않았을 때 레버는 꽤 가볍지만 필름을 넣으면 생각보다 묵직해집니다. 짤뚱해서 귀여운 와인딩 레버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안에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한때 SLR 카메라의 왕으로 불리던 펜탁스입니다. 이런 부분의 완성도는 당연하죠. 촬영 자세를 취해보면 ‘아 이 그립, 이 크기, 이 무게…’ 감탄이 이어집니다. 밸런스가 무척 좋은 카메라죠.

 

 

의도한 사진 두 장이 병치되어 나올 때 짜릿한 느낌이 있습니다.

 

 

조작계의 위치나 구성은 2024년에 필름 카메라를 만들면 이래야 하는구나 하는 교과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상판 위에 필름 되감기 크랭크, 노출 보정 다이얼, 모드 다이얼, 셔터 버튼과 전원 레버, 와인딩 레버와 필름 카운터까지 옹기종기 모두 배치했습니다. 감도는 DX를 읽지 않고 수동으로 선택합니다. 요즘은 코드 자체가 없는 소규모 업체의 필름도 많으니 좋은 선택 같습니다.

 

 

오래된 동네의 느낌은 아날로그 필름의 따스함과 잘 어울립니다.

 

 

초점은 존 포커스 방식으로 맞춥니다. 대충 대상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가늠해서 아이콘에 맞추면 렌즈의 깊은 피사계심도를 이용해서 그 범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0.25m 부터 무한대까지 6단계로 나뉩니다. 대략 성인 남성의 한쪽 팔 길이가 50cm 라고 하니 이 점을 기준으로 해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가늠하면 초점이 잘 맞습니다. 카메라와 함께 제공된 스트랩은 쭉 펼치면 길이가 0.25m 라고 합니다. 마크로 촬영을 할 때는 스트랩을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렌즈의 해상력이 무척 뛰어나서 필름이지만 날카로운 묘사가 느껴집니다.

 

 

하프 사이즈 포맷은 35mm 필름의 절반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즉 36장 촬영이 가능한 필름을 넣으면 펜탁스17은 72장을 촬영합니다. 필름 가격이 부담스러운 요즘 상황에 잘 어울리는 방식. 더욱이 기본 파인더의 방향을 세로로 구성해서 스마트폰 사진에 익숙한 사람들도 어색함 없이 프레이밍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들었을 때 기본 프레임은 세로 방향입니다. 과감하게 모든 사진을 세로로만 촬영했습니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니 촬영에 오감이 동원된다.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 필름을 감는 촉감, 필름의 냄새, 파인더 너머로 보는 세상… 그리고 셔터를 누르는 맛. 그래 이렇게 재밌는 거였죠.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그저 보고 기록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그 과정도 재미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를 때까지 모든 동작이 각각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소 엉뚱한 대상을 찍더라도 필름이라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느낌입니다. 아날로그가 주는 재미죠.

 

 

오늘 촬영한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모릅니다. 다 촬영한 필름을 다시 감으면서 셔터를 눌렀던 순간을 곱씹습니다. ‘아 그 때 촬영한 그게 잘 나올 거 같아’. 모니터로 바로 사진을 볼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죠. 사진 한 장을 다시 볼 때까지 이렇게 설레는 경험. 추억을 다시 떠올리는 게 아니더라도 추천할 만한 진한 경험입니다.

 

 


 

사용 장비 ㅣ PENTAX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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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PERONI_S 글 · 사진

촬영장비 에디터

https://www.youtube.com/@gotothemcdonalds

태그 #테크 #나의반려렌즈 #카메라리뷰 #인천여행 #차이나타운 #펜탁스 #PENTAX #PENTAX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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