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100년이 넘게 이어온 헤리티지의 삼각대
-신뢰가 가장 우선시되는 삼각대, 그리고 그 정점의 삼각대
생애 첫 삼각대가 어떤 삼각대였는지 아직도 떠오릅니다. 남대문 지하 상가에서 샀던 까만 빛깔의 플라스틱 삼각대는 주머니에서 꺼낸 꼬깃한 만 원짜리 몇 장을 받아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등 뒤의 진열장에서 꺼내어 툭 건네준 아저씨의 강제적 추천이었습니다. 그 돈이 전부였던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삼각대는 아마 그게 전부였을 것입니다.
조악한 품질의 그 삼각대는 조작은 영 어설펐고, 헤드의 나사들은 꽉 조여도 카메라는 자꾸 고개를 숙이곤 했습니다. 나사를 너무 꽉 조이면 금이 간 이음새 부분이 벌어져 더 헐거워질 수 있으니 ‘적당히’ 조여야만 하는 그 삼각대는, 그럼에 불구하고 가벼운 주머니 사정 덕분에 꽤 오래 사용했습니다.
덜거덕거리는 삼각대의 헤드를 고정시킬 때면 수많은 작가들이 사랑한다는 ‘짓조(Gitzo)’의 삼각대를 촤라락 펼쳐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 위에 카메라를 얹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삼각대들을 사용하며 그렇게 동경하던 짓조 삼각대를 실제로 장만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렇게 짓조의 삼각대를 장만한 이후에는 십 수 년간 다양한 카메라가 거쳐 가는 동안에도 몇 개의 삼각대가 늘어나긴 했지만, 주로 사용하는 삼각대는 짓조였습니다.
19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아르세니 기차드(Arséne Gitzhoven)에 의해서 카메라 장비 브랜드로 설립된 짓조는 품질을 앞세워 영역을 확대해 갔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었던 짓조는 이후에 고급 삼각대에 집중을 하기 시작하는데, 1960년대에 이르러선 고급 삼각대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면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소재를 사용하여 가볍고 튼튼한 삼각대를 생산해 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