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좋아하세요? 흑백 사진은요? 필름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첫 질문을 넘어오는 사람은 늘었지만 두 번째 질문을 넘어오는 사람은 여전히 적습니다. 흑백은 어쩐지 어렵고 낯설지요. 나이가 있는 분들은 그 시절의 유물처럼 낡은 기분에 거부감이 들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겁니다. 흑백으로 보정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은 요즘, 약간의 분위기를 위해 흑백으로 찍는 것은 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필름은 더더욱 그렇지요.
세기몰에서는 꽤 다양한 흑백 필름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회용 카메라 속에 들어있는 일포드 HP5와 XP2 필름이 있고요, 리유저블 카메라와 함께 구매할 수 있는 KENTMERE 필름이 있습니다. 외에도 DELTA, TMAX, FP4, PANF, ORTHO 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흑백은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와 명도 차이로 상이 나오는 시스템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필름이 있을까요? 이렇게 다양한 필름 중 어떤 흑백을 골라야 하는 걸까요?
컬러 필름도 아니고 흑백 필름은 비교하더라도 차이점이 눈에 덜 띄지 않을까도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결국 흑백 필름을 세 개나 들고 밖으로 나간 이유는 역시 궁금증이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필름들을 각자 촬영해 봤지만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것을 찍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제가 이번 출사를 위해 고른 필름의 기준은 바로 감도 400. 즉, ISO 400이었습니다.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촬영이 용이하고 실내에서도 플래시가 필수가 아닌 감도가 기준이었어요. 하나의 구도를 카메라 여러 개로 바꿔가며 촬영하는 것도 상상만 해도 쑥스러웠거든요. 거기에 플래시까지 터진다면 저는 이번 기획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필름은 HP5 PLUS, XP2 Super, 그리고 KENTMERE 이렇게 세 가지 제품이었어요. 고르고 나니 일회용 필름 카메라와 리유저블용으로 구성된 필름들이더군요. 역시 흑백 입문용으로 가장 완벽한 라인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