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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hp5
PRODUCT악세서리
빛과 그림자의 시간.
세 가지 흑백으로 담은 하루 :
Harman HP5 / XP2 / KENTMERE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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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XP2 400

 

 

필름 좋아하세요? 흑백 사진은요? 필름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첫 질문을 넘어오는 사람은 늘었지만 두 번째 질문을 넘어오는 사람은 여전히 적습니다. 흑백은 어쩐지 어렵고 낯설지요. 나이가 있는 분들은 그 시절의 유물처럼 낡은 기분에 거부감이 들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겁니다. 흑백으로 보정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은 요즘, 약간의 분위기를 위해 흑백으로 찍는 것은 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필름은 더더욱 그렇지요.

 

세기몰에서는 꽤 다양한 흑백 필름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회용 카메라 속에 들어있는 일포드 HP5와 XP2 필름이 있고요, 리유저블 카메라와 함께 구매할 수 있는 KENTMERE 필름이 있습니다. 외에도 DELTA, TMAX, FP4, PANF, ORTHO 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흑백은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와 명도 차이로 상이 나오는 시스템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필름이 있을까요? 이렇게 다양한 필름 중 어떤 흑백을 골라야 하는 걸까요?

 

 

 

 

컬러 필름도 아니고 흑백 필름은 비교하더라도 차이점이 눈에 덜 띄지 않을까도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결국 흑백 필름을 세 개나 들고 밖으로 나간 이유는 역시 궁금증이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필름들을 각자 촬영해 봤지만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것을 찍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제가 이번 출사를 위해 고른 필름의 기준은 바로 감도 400. 즉, ISO 400이었습니다.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촬영이 용이하고 실내에서도 플래시가 필수가 아닌 감도가 기준이었어요. 하나의 구도를 카메라 여러 개로 바꿔가며 촬영하는 것도 상상만 해도 쑥스러웠거든요. 거기에 플래시까지 터진다면 저는 이번 기획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필름은 HP5 PLUS, XP2 Super, 그리고 KENTMERE 이렇게 세 가지 제품이었어요. 고르고 나니 일회용 필름 카메라와 리유저블용으로 구성된 필름들이더군요. 역시 흑백 입문용으로 가장 완벽한 라인업입니다.

 

 

 

카메라는 같은 기종이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간단하고 기기 별 편차가 적은 자동카메라를 골랐습니다. 36방을 매번 수동으로 초점을 잡을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배정한 카메라와 필름 리스트입니다.

 

▷ HP5 PLUS 400 - 리코 FF9D

▷ XP2 Super 400 - 라이카 Z2X

▷ KENTMERE 400 - 미놀타 카피오스 125S

 

 

제가 출사를 떠난 날은 맑고 구름이 선명한 하늘의 오전과 폭우의 정석을 보여준 오후였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상황을 담을 수 있었어요. 출사를 떠나기 전에 각 카메라와 필름에 대한 공식적인 특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HP5 :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선예도 표현이 우수함. 미립자

XP2 : 풍부한 계조와 우수한 선예도 표현력. 가변적인 콘트라스트 필름. 컬러 필름 현상액 사용. 초미립자

켄트미어 : 다양한 활용도와 우수한 선예도. 균일하고 미세한 입상성. 뛰어난 질감 표현과 풍부한 계조. 다양한 현상액 사용 가능.

 

공식 설명들을 보면 모두 선예도가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고 큰 차이는 콘트라스트와 입자감으로 보이네요. 실제 사진도 비슷했는지 비교해 보았습니다. 먼저 쨍한 햇볕 아래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왼쪽부터 HP5, XP2, 켄트미어 순이에요.

 

 

 

 

확실히 그림자가 강한 시간대였어서 한층 콘트라스트와 암부의 표현 차이가 크게 드러났습니다. HP5의 경우 역광 상태의 관목이나 그림자가 매우 선명하게 표현되었어요. 빛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확실하게 어둡게 표현되면서 사진의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의외로 켄트미어가 가장 평면적인 사진이 나왔습니다. 켄트미어로 찍은 사진은 암부 표현이 디테일하고 명부를 잡아주다 보니 대비가 약해져 사진 전체가 조금 더 플랫하게 표현되었어요. 사실 촬영 전에는 XP2가 가장 플랫할 줄 알았거든요. XP2는 컬러 현상액으로도 필름 현상이 가능해 활용도가 좋은 필름이지만, 촬영해 본 바로는 대비가 약하고 조금은 뿌연 느낌이 있는 필름입니다. 부드럽게 빛이 퍼지는 감성을 선호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필름이죠.

 

 

 

 

다음으로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실내 공간을 찍어보았습니다. 우선 세 필름 모두 자연광이 강하다 보니 내부 조도와의 차이에서 오는 대비감이 바깥보다 한층 강해졌네요. 이번 사진들에서도 확실히 HP5의 선예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어두운 실내를 진득하게 보여주면서도 디테일은 살아있는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그와 대비되는 XP2 역시 특유의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 표현도 잘 느껴졌어요. 첫 번째 사진의 책이나 두 번째 사진의 가방 등의 세부적인 이미지까지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밝고 화사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대신 검정의 암부보다는 회색에 가까운 암부 표현이 되었지요. 그리고 켄트미어의 다변적 매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사진에서는 XP2 특유의 부드러운 대비감이 도드라지고 또 어떤 사진에서는 HP5스러운 암부 디테일과 선명도가 보였습니다. 컬러 현상액으로 현상이 가능하다 보니 검정보다는 회색이 더 크게 느껴지는 XP2와 달리 켄트미어는 블랙의 매력을 담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다음은 비 오던 오후의 사진입니다. 날이 흐려지고 갑자기 비가 쏟아져 가까운 건물로 몸을 피했어요. 순서대로 흐려지던 골목 - 비 오던 거리 - 비 온 뒤 거리입니다. 전체적인 조도 자체가 낮아지니 XP2가 보여주는 화사함이 크게 느껴지고 켄트미어가 가진 블랙과 평면적 표현이 모두 눈에 들어오네요. HP5의 사진은 빛이 줄어들어도 명부는 반짝이듯 하얗게, 암부는 더 진하고 선명하게 표현되는 것과 달리 켄트미어는 암부를 검정으로 진하게 가져오면서 명부의 노출도 같이 끌고 내려오는 느낌이 들어요. 앞에서부터 계속 느꼈던 평면적인 이미지가 다시 한번 크게 느껴집니다.

 

 

 

 

비를 피하던 공간들의 사진입니다. 메인 조명을 중심에 두고 촬영을 해보니 할레이션의 차이도 느껴지네요. XP2는 조명과 조명 빛이 닿는 부위까지 넓고 밝게 할레이션이 표현됩니다. 두 번째 사진의 경우 조명을 받은 제품과 책상까지 하이라이트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요. 반면에 HP5는 아주 어두운 다락방에서 작은 빛 하나에 의지하듯 깊게 검정으로 물들였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연히 그 정도로 어두운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HP5의 대비가 매력적이지만 조도에 따라 크게 분위기가 바뀌는 점을 실감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저렇게 어둡게 표현하면서도 암부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사진의 경우엔 창밖의 풍경에서도 암부를 선명하게 담아낸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적으로는 내부 장식에 대한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게 됐지만 필름적으로는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섞어놓으면 헷갈릴 것 같은 사진을 골라 왔습니다. 물론 충분히 구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기준에서 골라봤어요. 다른 사진들은 명도와 대비에 따라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했는데 이 두 사진은 의외인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버스 안에서 찍었던 첫 번째 사진은 모두 앞 사람의 머리카락에 초점을 두고 찍었어요. 하지만 저에게 사진을 구분하라고 했다면 마지막 사진을 XP2라고 골랐을 것 같아요. 차가운 색온도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XP2의 사진이 깊은 대비감과 블랙 컬러를 담아내서 저는 구분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XP2로 먼저 인물이 있던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카메라를 바꾸던 사이 자리를 비워 다른 사진이 되었지만 이 사진 역시 색온도를 제외하면 구분이 어려웠어요. 켄트미어가 HP5처럼 명부를 화사하게 표현했고 XP2는 꽤 검정에 가까운 암부 표현을 담아냈으니까요.

 

 

동해, HP5
동해, XP2

 

 

사실 필름은 단순히 대비나 질감뿐 아니라 노출에 대한 유연성이나 관용도, 현상까지 깊게 들어가려고 하면 너무나 많은 비교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단순하게 흑백필름 입문자들을 위해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를 해보았어요. 이번 포스팅을 위한 출사 사진을 주변에 보여줬을 때에도 사람마다 다 다른 사진이 취향이라고 꼽아주었습니다. 강한 대비감과 묵직한 블랙을 느낄 수 있는 HP5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뿌옇고 부드럽게 펼쳐지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XP2가 매력적인 사람도 있죠. 망원으로 압축하듯 대비감을 조절해 사진을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켄트미어를 보며 정돈된 이미지로 느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 필름 모두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도 사용해 볼 수 있고 입문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활용도를 보여주는 필름이니 이번 포스팅을 통해 흑백 필름이 조금 궁금해진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길 추천할게요.



 

에디터 H 글 · 사진

재밌는 걸 합니다.

태그 #흑백필름 #필름사진 #harman #하만 #HP5 #XP2 #KENTMERE #켄트미어 #흑백사진. 필름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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