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마음을 달래주는 취미 하나, 갖고 있나요?
이번 클래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람에게는 3가지의 취미가 필요하다. 몸을 쓸 수 있는 취미,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취미, 그리고 감정을 쓸 수 있는 취미." 그리고 오늘 그 세 가지의 취미를 담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소중한 하루를 또 하나의 롤에 기록한 펜탁스 17 출사입니다.
취미에 대한 인용의 주인공은 바로 필름 사진을 사랑하고 필름으로 사람을 잇고 싶은 김태풍 작가입니다. 김태풍 작가는 그동안 세기 P&C의 다양한 필름 브랜드와 함께 협업해 온 작가죠. 이번 펜탁스 17 체험 행사 역시 흔쾌히 함께해주었습니다.
김태풍 작가와 함께 익숙한 이름이 또 보일 텐데요, 바로 고래사진관과 다크룸 서울입니다. 고래사진관과 다크룸 서울은 세기P&C의 필름 관련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죠. 두 곳 모두 이번 펜탁스 17 출사의 든든한 베이스캠프이자 빠르고 섬세한 현상과 스캔으로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어요.
날씨가 한 차례 더 차가워진 주말, 펜탁스 17에 대한 궁금증으로 모인 출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펜탁스 17 체험 행사는 2회로 나누어 한 번은 을지로 세기P&C 본사, 한 번은 홍대 다크룸에서 진행했어요. 계속 필름 가격이 오르는 요즘 하프 필름 카메라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펜탁스 17이 흔치 않은 신형 필름 카메라이기도 하고요. 펜탁스 17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는 것을 실감하며 더 많은 분에게 체험 기회를 드리고자, 또 펜탁스 17의 더 많은 결과물을 나누고자 두 번에 걸쳐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첫 출사지는 출사의 메카 바로 을지로입니다. 세기P&C 본사에서 출발해 을지로의 골목 사이사이를 담고 세운상가를 지나 청계천까지 촬영을 진행했어요. 을지로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 뿐 아니라 직선적인 매력이 듬뿍 담긴 세운상가를 즐긴 후 청계천의 자연 풍경까지 풍성한 피사체를 담았습니다. 추웠지만 볕이 좋은 날이라 각 공간의 매력이 잘 담긴 하루였어요.
을지로 - 세운상가 - 청계천에서의 출사
첫 을지로 출사는 세운상가를 향했다면, 홍대 출사는 망원시장과 망리단길을 향했습니다. 자연광의 대비가 매력적인 세운상가와 달리 낮은 조도의 망원시장과 아기자기한 소품샵이 가득한 망리단길에서의 출사도 참 기대됐어요. 출사 전 펜탁스 17의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배우고 두 가지의 미션과 한 롤의 설렘, 72방의 묵직함을 챙겨 나왔습니다. 참, 한 차례 더 차가워진 날씨를 대비해 핫팩도 하나씩 쥐고 나왔죠.
출사에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그것도 두 개나요. 첫 번째 미션은 하프 카메라의 특성을 이용해 '나만의 하프 사진 찍기'입니다. 두 장의 사진이 하나의 이미지로 스캔 되는 하프 카메라의 특성을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해 보는 미션이었죠. 창의력과 함께 지금 찍는 컷이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도 고려해야 하는 꽤 까다로운 미션이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 미션은 바로 '존 포커스의 사람 수에 맞춰서 서로 찍어주기' 였습니다. 사람들과의 출사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함께'하는 것이죠. 목측식인 펜탁스 17의 거리감도 익히고 서로의 추억이 되는 재미있는 미션이었어요.
2차 출사 참가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미션을 성공할지 궁금하지 않나요? 포스팅 마지막에 멋진 미션 성공작을 공개할게요.
다크룸 서울에 하나둘씩 도착해 어색한 얼굴로 받아 든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던 참가자들은 자기소개를 하고 출사지로 이동하면서 금세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필름을 장착하듯 농담을 장착하고 카메라 캡을 제거하듯 허물없이 장난을 치고 서로를 찍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공통된 관심사가 얼마나 사람을 빠르게 이어주는지 실감했어요.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역시 김태풍 작가가 있었죠. 김태풍 작가는 필름 카메라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출사 내내 쉴 새 없이 참가자들과 유대감을 쌓아갔습니다. 좋아하는 필름 취향, 갖고 싶은 필름 카메라 종류 등 서로 하나씩 던지기만 해도 모두의 눈이 반짝거렸어요. 그런 반짝임을 알아본 거겠지요. 김태풍 작가의 카메라는 오늘도 함께하는 참가자들을 담았습니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펜탁스 17을 체험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한 장씩 생겼어요.
김태풍 작가의 미션이 '서로 찍어주기'여서 그런지 이번 출사는 유독 서로를 찍는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결과물에도 서로가 참 많이 담겨있었어요. 참가자들의 사진을 보니 제가 촬영한 스케치 사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펜탁스 17로 촬영하는 서로가 가장 재미있는 피사체였나 봐요. 덕분에 이번 참가자들은 존 포커싱은 완벽하게 마스터한 것 같았습니다.
필름 출사를 나와보면 공통적으로 '다 같이', '함께'해서 좋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다양한 출사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필름 출사가 유독 서로 돈독해지고 분위기도 훈훈한 편이에요. 이번 펜탁스 17 출사에 참여한 한 분은 지난 피닉스 필름 출사에도 참여했는데, 그때 함께한 참가자분과 지금도 연락하며 종종 같이 출사를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이번 펜탁스 17 출사의 사진들을 보며 꽤 즐거웠습니다. 제가 찍은 현장들이 다른 사진에도 찍혀있으니 하나하나 맞추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날의 퍼즐 몇 개를 들고 왔어요.
이번 행사에는 하프 필름 카메라 자체가 처음인 분들이 꽤 있었어요. 출사 중에도 72컷이라는 숫자에 부담을 느끼는 분도 많았고 반대로 많은 필름에 설레하는 분도 있었어요. 한 참가자는 "필름을 정말 원 없이 썼다"며 아직도 컷 수가 남아있다고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3시간 남짓 거리를 도는 동안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70컷 안팎의 컷 수를 찍었어요. 가볍고 간단한 카메라를 만나니 72장이라는 든든한 장수도 반나절 안에 가능하긴 하더군요.
춥지만 즐거웠던 출사를 마치고 얼었던 몸을 녹이며 각자의 펜탁스 17의 첫 롤을 기다렸어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생한 참가자들을 위해 달콤한 간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따뜻한 유자차와 연말 느낌이 가득한 도넛을 먹으니 하나둘 스캔이 완료됐어요. 스캔이 완료된 순으로 한 명씩 72방이라는 묵직한 숫자의 사진을 확인했습니다.
각자의 스캔본을 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핵심이 되었던 주제는 각자의 취향대로 펜탁스 17을 사용하면서 어렵거나 재미있던 점이었습니다. 이번 참가자들은 필름으로는 초보지만 대부분 기존에 사진을 즐기던 분이라 펜탁스 17이 처음인데도 보케 모드나 존 포커스 방식을 굉장히 재미있게 사용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참가자가 각자의 취향대로 노출을 조절해 촬영한 점이 새로웠어요. 몇 사람은 노출을 살짝 높여 화사하고 부드럽게 촬영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노출을 오히려 더 낮추어 펜탁스 17 특유의 대비감과 빛 갈라짐을 살려서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두 가지 필름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필름을 쓴 것처럼 다양한 분위기와 컬러의 사진을 즐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대망의 미션! 맨 처음에 실패한 하프 사진을 봤던 터라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출발했는데 꽤 재미있는 하프 사진이 많이 나왔습니다. 다들 어쩜 이렇게 성공적으로 배치했는지 신기했어요. 이번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미션 사진을 공유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미션 성공!
나만의 하프 사진 찍기
[히든 미션]
숨은 펜탁스 17 찾기
사용 장비 ㅣ 소니 a7r5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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