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레트로 열풍으로 시작된 필름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매력을 알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조금 느리고 복잡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필름 사진은 하면 할수록 재미를 더 하죠. 저희도 이런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체험행사를 열고 있지만 늘 서울에서 진행되는 탓에 거리가 먼 유저 분들과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행사를 하면서도 먼 거리에 있는 많은 유저들을 한데 모아 필름으로 하나가 되어 재밌는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렇게 몇 개월 전부터 <전국 필름투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필름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어요!”
전국 필름투어를 준비할 때 가장 중점으로 둔 부분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필름으로 하나가 되어 재밌게 노는 하루’였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면 소규모 혹은 혼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게 편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함께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한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점 그런 자리는 없어져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한 체험행사를 구성하기보다는 ‘사람들이 편하고 재밌게 놀 수 있도록 판을 한 번 짜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카메라나 필름보다는 정말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재밌게 놀아볼까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니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현상소와 작가님을 만나 미팅을 하던 순간, 부산에 직접 내려가서 출사 코스를 돌아보는 순간마저 정말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런 놀이터를 만들자고 생각하니 이번 전국 필름투어에서는 얼마나 사진을 오래 찍었고, 필름의 경험이 많고 적은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필름으로 순간을 담는 행위의 매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또 필름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편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지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시작한 전국 필름투어, 첫번째 시작은 부산입니다.
이렇게 독특하게 시작한 전국 필름투어는 부산 전포동에서 그 시작을 했는데요. 앞에 언급했듯이 저희가 직접 다녀보니 서면의 활기차고 북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전포 공구길과 놀이터 시장은 빈티지한 매력으로 상반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더라고요.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대표적인 출사지보다는 일상적인 느낌을 담아내서 각자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원래는 여덟 분에서 열 분 정도만 모집하려고 했었으나 2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서 정말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신청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고민하다 원래 계획을 변경하여 13명을 뽑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안 되신 분들도 있지만 전국 필름투어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낼 건 아니니까 또다시 만나지 않을까요? 그래도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며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이번 전국 필름투어 행사는 필름을 즐기는 자리지만 모처럼 부산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펜탁스 17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카메라가 없으신 분들도 자유롭게 행사에 지원해서 필름의 매력을 느끼기 좋고, 제공해 드리는 36장짜리 필름으로 촬영하면 72장이나 되니 필름 걱정 없이 촬영하기 좋겠죠?
행사 신청하실 때 설문을 통해 써보고 싶은 필름을 신청받았습니다. 일반 필름에서 느끼기 어려운 강렬한 색을 보여주는 하만의 피닉스 200, 그리고 가장 스탠다드인 코닥의 울트라맥스 400, 흑백만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하만 일포드 XP2 400까지 총 3가지 종류를 준비했습니다.
필름 좋아하세요? 필름 하나면 친구가 돼요!
서로가 처음 만나는 자리는 어색하지만 서로의 개인 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금세 풀어집니다. 수원에서 오신 작가님까지 이 장비 이야기에 합류하며 분위기가 금방 무르익었는데 이런 걸 보면 정말 필름을 좋아하게 되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것 같아요.
부산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필름 행사라니. 생소함이 가득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저희도 옆에서 떠들다보니 어색함이 금방 사라지더라고요. 저희가 말하고 싶었던 전국 필름투어의 진심 어린 취지가 잘 전달됐겠죠?
김태풍 작가만의 필름 히스토리 그리고 활용법
저희와 여러 아날로그 행사를 함께 해주시는 김태풍 작가님이 본격적인 출사와 사용법을 알려드리기 이전에 간단하게 토크쇼를 통해 본인의 소개를 대신했는데요.
김태풍 작가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집에 있던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해보니 재미를 느껴 필름 카메라에 입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다양한 장비를 찾아 헤매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옆 사람, 주위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장비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 모임을 갖기도 하고 중고 거래를 하다가도 나이가 지긋하신 작가님과도 연을 맺어가며 경험의 폭을 넓혀갔다고 해요. 그래서 장비를 싸게 사는 재미에서 사람 한 명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한 후 단체 사진을 기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필름 하나만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재밌게 활동하는 기록의 일환 중 하나라고 하는데 사진은 혼자 찍어도 재밌지만 다 같이 모여 서로의 모습을 기록해 주며 촬영하면 기쁨은 배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전국 필름투어도 여러분들에게 그런 기쁨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오전 시간 내내 작가님만이 들려줄 수 있는 다양하고 신기한 경험을 담은 에피소드 그리고 필름 카메라를 어디서 사는지부터 간단한 활용법을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알려주신 덕분에 오전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너무 재밌어서 웃고 떠들면서 들었지만, 초보라도 얻어갈 수 있게 쉽게 설명해 주셔서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행사가 끝나고 회사에 돌아와서 작가님이 토크쇼 때 표현한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이베이를 잔뜩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다시 검색해서 보고 싶을 정도의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이후에 출사를 나가기 전 간단하게 참가자 분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 드리고 이후에 펜탁스 17과 사전에 신청했던 필름을 드렸습니다. 혹시라도 필름을 넣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걸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작가님이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기 때문이죠.
필름으로 대동단결 !
펜탁스 17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도 들었겠다 필름도 문제없이 넣었겠다. 바로 출발해 봅니다. 오늘의 코스는 전포동 일대로 서면을 지나서 전포 공구길 - 놀이터 시장 - 카페거리로 가는 코스입니다. 날씨가 쌀쌀하긴 하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출사를 같이 나가면 다양한 이야기 나누는데 이때 서로의 사진 스타일, 촬영하는 타이밍, 피사체와의 거리를 얼만큼 두는지까지 의외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찍을 때보다 용기도 생기고 평소보다 더 재밌게 느끼는 건 덤입니다.
어느새인가 작가님이 유도하지 않아도 참가자끼리 서로 삼삼오오 모여서 빛이 드는 공간에서 서로의 사진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모두가 같은 카메라와 비슷한 필름을 쓰지만 이런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건 사진 생활에서 꽤 특별한 에피소드가 되더라고요.
물론 저희에게도 특별한 에피소드가 될 이날의 행사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그날의 공기, 온도, 촬영하던 그 분위기 모두 역대급이었습니다.
이렇게 웃고 떠들면서 촬영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시선과 감성을 담아 전포동의 일대를 구석구석 담았습니다. 사전답사도 왔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본 전포동은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촬영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기대가 됩니다. 좋은 날씨와 평소에는 잘 담지 않았던 일상적인 풍경을 과연 어떻게 담아 냈을까요?
그리고 특별한 출사의 정점은 바로 단체 사진! 모두가 모여서 즐겁게 웃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다시 그날로 되돌아가서 저도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정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너무 즐거운 표정 덕에 신나게 촬영했습니다. 필름으로도 담았으면 해서 작가님에게 부탁드려서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생활이 심심해질 때는 이날 촬영한 단체 사진 한 번씩 보세요. 그러면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할 힘이 날 거예요!
찍은 사진을 더 특별하게, 현상소 투어 @헤르츠삼오
전포 일대를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출사는 이번 행사를 빛내주신 현상소인 헤르츠삼오를 마지막으로 끝나게 되는데요. 헤르츠삼오는 대구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현상소입니다. 필름 현상의 활성화를 위해 부산점을 오픈 하셨다고 합니다.
특히, 헤르츠삼오는 현상소의 인테리어나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연락드렸는데 저희의 행사 취지를 들으시고 적극 공감해주셔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대표님이 사양 되어 가는 현상소의 부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던 찰나 저희의 연락을 받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가자들 중에서도 필름의 경험이 많은 분들도 있지만 경험이 적거나 아예 없는 분들도 있어서 분위기도 보고, 동시에 현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볍게라도 알아보기 위해서 헤르츠삼오에 다 같이 들렀습니다. 이날 하루 정성 들여 찍은 사진을 뽑아내는 과정까지 함께하니 좀 더 특별한 하루가 되지 않았을까요?
[헤르츠삼오 부산점]
·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46번길 60 1층
· 월-금 13:30-20:30 / 토-일 12:30-20:30
· 주차가능 / 필름 현상비용 5,000원부터
· 필름 카메라 대여 가능
서로가 찍은 사진을 보며,
헤르츠삼오에서 현상을 빠르게 해주신 덕분에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사진 리뷰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태풍 작가님은 크리틱같은 사진 비평보다는 이날 찍었던 사진의 따뜻하고 좋았던 부분들을 캐치해서 서로의 시선과 따뜻하게 표현하는 느낌을 공유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따뜻하고 밝은 면을 골라서 보시지?’ 싶을 때가 있는데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점점 자신이 촬영한 것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담아낸 시선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재밌는 표현에 웃기도 해서 더욱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또한, 작가님의 위트있는 진행이 한몫 했습니다. 저도 촬영하다 웃어서 스케치 영상에 웃음소리가 다 들어가서 편집에서 잠깐 고민이 들었지만 너무 즐거워서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습니다.
총 13명의 사진을 보면서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담긴 사진을 보니까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진심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인가 싶었습니다.
또한 모두가 출사를 나가기 전보다 집중력이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 또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더라고요. 서로가 찍힌 필름 사진을 보니 몇 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벌써 기억이 몽글몽글해지네요. 그만큼 아날로그가 주는 힘은 매우 큰 것 같아요.
사진을 얼만큼 잘 찍고 얼마나 많이 아는지는 저희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필름 하나로 사진 얘기도 해보고 개인적인 얘기도 했다가 사진을 보면서 웃고 떠드는 이 시간이 중요할 뿐이었죠. 다들 그래서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재밌게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나이, 사는 지역, 실력 이런 건 그저 거들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분위기였는데 전국 필름투어를 하면서 정말 가슴 벅찰 정도로 즐거웠던 건 이런 데서 나온 거 아닐까요?
이런 분위기와 함께 서로 적극적으로 인스타 프로필도 모두 공유하며 한층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전국 필름투어를 기획할 때 ‘우리들의 취지와 목적을 모두가 알아주실까?’, ‘이 행사 잘 되겠지?’하는 걱정했던 시간들이 싹 씻겨나가서 행복과 즐거움만 남았습니다. 다들 맘껏 즐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참여자들이 촬영한 사진을 조금씩 맛보기로 보여드릴 테니 이날의 분위기, 필름만의 감성을 느껴보세요!
김소정님
김지혜님
남화현님
문진현님
오수석님
이은조님
이지선님
이지혜님
이향우님
임정은님
정래관님
정한송이님
차승현님
다음에 진행할 전국 필름투어는 과연 어느 도시가 될까요? 혹시 우리 도시에도 왔으면 좋겠다고 느끼신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