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특징 덕에 식재료들이 각기 다른 시기에 최적의 맛을 내는 제철 음식처럼 사진 촬영에도 특정 시기마다 촬영의 재미가 극대화되는 제철 촬영이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두꺼운 패딩을 입는 시기가 되면 카메라는 어느새인가 고이 모셔두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야 말로 수납함에 먼지만 쌓여가는 장망원 렌즈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시기다.
좀 새로운 게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탐조의 결과물과 함께 재미를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그 매력을 소개하고자 글을 쓴다. 물론 나도 탐조는 초보라 일단 탐조라는 활동에 대해 찾아봤다. "Birdwatching'. 즉, 새를 관찰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로 관찰을 할 수도 있고, 카메라를 통해 새의 모습을 기록할 수도 있다. 계절별로 모두 가능한데 겨울 탐조의 매력을 소개하고 싶었던 건 봄에만 만날 수 있는 벚꽃처럼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철새들과 탐조를 통해 그 새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잠시나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스팟 안내가 없어서 발품과 경험의 폭이 넓어야 한다는 점은 진입장벽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면 목적지부터 정해보자. 목적지를 찾는 과정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선정을 해야 한다. 만일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면 이 포스팅이 나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탐조지가 있지만 ‘평일에 하루 쉴 때 탐조를 다녀온다면?’이라는 혼자만의 가정을 하고 수도권에서 다녀오기 좋은 곳으로 골라봤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인천의 교동도 & 동검도, 화성호다.
교동도 & 동검도
강화도는 군사적으로 북한과 멀지 않은 곳이라 하구 유역의 보존이 상대적으로 잘 된 곳이다. 그래서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를 두루 볼 수 있는데 정확히는 교동도에 다녀왔다. 강화도에서 조금 더 들어가다 보니 북한과 맞닿아 있는 곳이라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이지만 신분증만 보여주면 복잡한 절차 없이 들어갈 수 있어서 쫄지 말자. 막상 가보면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새들은 먹이가 있는 쪽으로 자주 움직이기 때문에 풍경 사진처럼 ‘여기가 최적의 스팟입니다.’ 하는 스윗함이 없다. 탐조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처음 하거나 익숙하지 않다면 여러 경로를 통해 지역만 추린 후 발품을 파는 수 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
본격적으로 탐조를 위해 선택한 곳은 교동도의 난정저수지라는 곳이다. 정보가 그나마 나오는 곳이기도 했고, 교동도에서도 끝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이 적을 거라고 판단해서 이동했다. 새들은 소리와 냄새 같은 것들에 예민하기 때문에 검은색 옷과 마스크는 필수다. 올블랙 착장으로 맞춰 난정저수지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이동했다. 탐조를 할 때는 이동하는 것도 세심해야 된다. 이동부터 촬영 모두 최대한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아주 최소한의 움직임과 무소음 촬영으로 진행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들은 금세 알아차리고 도망을 가기 때문에 탐조도, 촬영도 모두 불가능해진다.
새를 발견해서 다가가서 촬영보다는 관찰을 먼저 했다. 그러면서 찾아보니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인 ‘큰기러기’와 크기는 작지만 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인 ‘쇠기러기’였다. 이 둘은 겨울 철새 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600mm로 당겨서 확인해 보니 확실히 크기나 부리의 색이 다른 점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자료로만 보던 특징들보다 훨씬 기억하기 쉽고 대단한 탐험가가 된 것만 같았다. ‘첫 탐조의 시작이 나쁘지 않은데?’ 하면서 자리를 이동 했는데 저수지 안에서는 새를 만나기 어려웠다.
이러다가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 이게 왠 떡. 저 멀리 큰 새가 천천히 날아오는 게 아닌가. 하늘에서 홀로 여유롭게 비행하는 걸 보아하니 맹금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인 흰꼬리수리 같았다. 맹금류들은 언뜻 보기에 천천히 나는 것 같지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셔터 속도를 확보해두지 않으면 초점이 맞지 않거나 블러가 생기기 십상이다. 그러니 항상 세팅은 먼저 해두는 것이 좋다.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