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D.P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D.P는 2014년을 배경으로 한 탈영병을 잡는 헌병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SIGMA Classic 클래식 프라임 렌즈를 훌륭하게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D.P는 SIGMA 클래식 렌즈로 촬영한 다른 작품과 다르게 아름다운 보케와 플레어를
적절하게 잘 활용하여 작업했습니다. 잘못 사용하면 역효과가 나겠지만 유지선 감독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적절하게 잘 활용했습니다.
시그마 야마키 가즈토 대표는 한국 내 시그마 제품을 유통&판매하는 세기P&C 이은미 부사장을 소개해 줬고, 유지선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을 이은미 부사장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감독님이 촬영하신 D.P.는 제가 지금까지 본 작품 중 SIGMA Classic Primes를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었습니다.
좋게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 시그마 클래식 프라임을 왜 &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D.P는 넷플릭스 시리즈물로 기획된 작품으로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D.P만의 룩이 필요했습니다.
4k 풀프레임이 구현 가능하면서 동시에 필름의 질감처럼 투박한 느낌이 나는 렌즈가 이 작품을 표현하기에 적당하다고 판단되었고,
그렇게 풀프레임 렌즈를 찾다가 대중적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표현을 할 수 있는 시그마 클래식 프라임 렌즈를 찾게 되었습니다.
3. 우리는 보통 시대극이나 로맨스 드라마 촬영 시 언코팅 렌즈를 고려하게 됩니다. D.P는 둘 다 아니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D.P는 주인공 안준호의 성장 드라마입니다. 그는 계급의 높낮이와 규칙이 지배하는 군대 안에서 첫 군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지 않았지만,
탈영한 군인을 잡는 군인이 됩니다. 그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저는 아이러니하지만 부드러운 질감 속에서
확실한 빛의 밝고 어두움이 그의 주변을 비추길 원했습니다. 또한 무언가를 밝게 비추는 빛의 좋은 이미지를 역설적으로 불편한 빛으로 표현했습니다.
계급이 높은 사람은 빛을 등지고 있어 그 영향을 덜 받게 한다면, 계급이 낮은 사람은 빛을 피하지 못하는 자리에 위치하게 해서 빛이 약자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도록 표현했습니다. 이런 빛의 활용이 시리즈 내내 표현되기 위해서 언코팅 렌즈 효과를 낼 수 있는 렌즈가 필요했습니다.
4. 촬영감독님과 감독님이 어떻게 이런 D.P. 스타일과 룩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렌즈 선택도요.
프리 단계에서 감독님께서 16미리 필름 느낌이 나면 좋겠다고 하셨고, 저도 그런 표현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룩과는
다른 차별하기 위해 후반 과정에서 일부러 색을 빼거나 하지 않고,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원래의 이미지가 변화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기 위해선 빛에 민감한 렌즈와 필터의 조합이 필요했습니다.
5. 실내촬영과 야간 야외 신은 대부분 최대 개방으로 촬영하셨나요?
초반에는 빛의 번짐이 연기하는 캐릭터 혹은 이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주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하이라이트가 소프트하게 번지거나 하는 것을
일부러 과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렇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심각해지면서부터는 하이라이트의 노출을 통제하면서 이미지보단
이야기와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6. 렌즈의 플레어가 너무 심하거나, "안개"처럼 보일 때는 그걸 막기 위해 어떻게 촬영하셨나요?
시그마 클래식 프라임의 렌즈 플레어는 그 어떤 렌즈와 비교해도 개성이 굉장히 강합니다. 저는 이 개성을 최대한 받아들여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하이라이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조명의 위치와 밝기 등을 조절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일반적인 작업보다 더 힘들고,
세팅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 들을 극복하면서 좀 더 새로운 룩의 완성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7. 좋아하는 렌즈 화각은?
특별히 좋아하는 화각은 없습니다. 상황에 어울리는 화각을 찾으려고 합니다.
8. 다른 렌즈는 어떤 걸 사용하셨을까요? 줌렌즈?
D.P. 촬영을 하면서는 CG 배경 합성을 위한 촬영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촬영에서 시그마 클래식 프라임을 사용했습니다.
9. 사용하신 필터는?
DREAM FX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빛에 따라 반응이 민감한 개성이 강한 필터라서 재미있게 사용했습니다.
10. 이 작품의 포커스 풀러 실력이 매우 훌륭합니다. 최대개방? 풀 프레임?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D.P.는 풀프레임에 최대 개방을 자주 사용한 작업이다 보니 포커스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전에 정확한 동선과 카메라 위치 등의 계획을 바탕으로 작업했습니다.
어려운 컨디션임에도 나의 포커스풀러 이윤성의 안정적인 실력으로 문제없이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11. 카메라는 어떤 걸 사용하셨나요? 한 대 또는 여러 대의 카메라?
카메라는 ARRI ALEXA mini LF 와 PANASONIC의 S1H 두 종류를 사용했습니다. 2대의 카메라를 주로 사용했으며,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카메라 포지션과 운용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2. 카메라의 무브와 구도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핸드헬드? 스테디캠?
공간이 캐릭터에게 주는 영향이 큰 작품인 만큼, 공간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와 그 공간 안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적절하게 표현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D.P.는 군대라는 갇힌 공간과 그 이외의 사회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안준호의
첫 군 생활은 그의 동선보다는 그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모이게 만들고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표현되도록 계획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서서히 군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가면서는 스스로 행동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하였습니다. 때로는 달리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그의 주변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면,
몇몇 시퀀스에서는 감정적으로 변하는 그의 모습을 핸드헬드로 거칠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바디캠과 스테디캠 등의 활용으로 다양한 카메라 움직임 표현을 할려고 노력했습니다.
13. 촬영은 몇 명의 크루가 했나요?
저를 제외하고, 서브 카메라 오퍼레이터와 두 대의 mini LF 카메라를 운용할 총 7명의 촬영팀이 참여했습니다.
14. 각 에피소드마다 며칠 정도의 촬영 일이 소요되었을까요?
정확하게 에피스드 별로 일정이 계획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약 5개월 동안 90회차 정도를 소화했습니다.
15. 주요 촬영은 언제 시작되고 종료되었습니까?
2020년 5월부터 프리프로덕션에 참여하여 2020년 9월에 크랭크인해서 2021년 1월 말에 촬영이 끝났습니다. 이후 3개월간의 DI 작업을 했습니다.
16. 렌탈 하우스 장비를 사용하셨는지요? 아니면 혹시 장비를 소유하고 계실까요?
디지털 팩토리라는 렌탈하우스의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도와주신 디지털 팩토리에 감사드립니다.
17. 사용하신 조명 패키지에 대해 알려주세요.
가급적이면 LED 조명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고, 텅스텐과 HMI 조명을 사용하여 예전 방식과 느낌의 조명을 하려고 했습니다.
18. 어떻게 영화 경력을 시작하셨나요? 영화학교?
저는 어렸을 적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서 영화의 위대함을 느끼고 영화 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보고 즐기는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 영화 현장에서
처음부터 배우면서 촬영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영화 보는 것은 저의 가장 큰 즐거움이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영화를 보려고 합니다.
출처: 필름&디지털타임즈 2022년 11월호 | 원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