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처럼 짧게 와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있습니다.
최근 브랜드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팝업스토어입니다. 고객에게 브랜드 노출을 넘어 브랜드 경험,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 Z세대 사이에선 팝업이 하나의 놀거리라는 점, 팝업스토어가 친숙한 마케팅 툴이 되었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가 모여 주목받는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특히 성수동에선 크고 작은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합니다. 의류, 잡화, 코스메틱, F&B, 캐릭터 등 종류도 다양, 자체 이벤트도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고 취향을 저격하는 디자인과 콘셉트는 디폴트입니다. 방앗간에 참새가 모이듯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드는 핫한 성수 팝업스토어. 요즘 어떤 팝업이 사람들을 성수동으로 부르고 있을까요?
|카누 팝업스토어 '카누 하우스'
카누의 질주가 대단합니다. '내 손안의 작은 카페' 카누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에서 약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2020년 기준) 최근에는 캡슐 머신과 커피 '카누 바리스타'를 출시해 커피 시장을 다시 한번 술렁이게 만들었죠. 기세를 몰아 '카누 하우스'를 열어 카누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을 나누고 있는데요. 지하 1층~지상 4층, 루프탑까지 카누 세계를 보고 왔습니다.
지하 1층 KANURIUM / 리코GR3
KANURIUM / 시그마fp
지하 1층은 카누의 역사와 브랜드 철학을 담았습니다. CF의 한 장면을 담은 필름을 현상 스캐너에 비춰보면 그 장면이 머릿속에 재생되고 신기하게도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광고의 한 귀퉁이가 떠올라요. 또 지금의 브랜드를 있게 한 스틱 커피부터 최근 선보인 캡슐 커피에 이르기까지 미니어처와 상품 패키지로 카누가 걸어온 길을 안내합니다.
1층 KANU BARISTA LOUNGE / 리코GR3
차례대로 프라우드 오션, 멜로우 윈드, 젠틀 스카이 / 리코GR3x
3층(HOME LIFE WITH KANU)에서 진행되는 키링 만들기 이벤트 / GR3x
1층에선 8가지 커피 캡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카누에서 준비한 컬러 레시피 테스트 결과로 나온 '멜로우 윈드'를 받고 안내에 따라 3층으로 이동했습니다. 1층에서 받은 캡슐을 드리면 카누 바리스타 어반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주는데요. 커피와 물이 따로 추출되는 것, 카누 특허인 트라이앵글 탬핑으로 추출돼 캡슐이 삼각형 모양으로 찌그러지는 것 등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커피 한 잔. 산미가 있는 캡슐이라고 안내를 받았지만 산미가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였습니다.
4층 CITY LIFE WITH KANU / 시그마fp
4층은 카누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스탠딩 에스프레소 바입니다. 붉은색 포인트 조명이 분위기를 한껏 시크하게 만듭니다. 커피 종류(에스프레소, 콘파냐, 비엔나, 쇼콜라토)에 따라 어울리는 캡슐을 선택하거나 취향에 따라 캡슐을 골라 바에서 주문을 하면 되는데요. 다른 층에 비해 볼거리를 최소화하고 어두운 조명을 사용했다는 점, 에스프레소가 메인인 커피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카누 캡슐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란 느낌이 컸습니다.
세.작.회 입사지원 이벤트 / 리코GR3x
2층 OFFICE LIFE WITH KANU / 시그마fp
오피스 콘셉트의 2층으로 가면 인사부(!)로 가라는 안내를 받게 돼요. 인사부에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커피 회사' 명함과 함께 정식 사원(?)이 되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입사 지원용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은 후(네컷 사진) 지원서에 부착할 수도 있어요. 카누 스틱 커피가 회사에서도 많이 애용되는 커피라는 점을 생각하면 공간과 제품의 연계성, 이벤트의 기발함과 재치가 돋보였어요. 이 외에도 카누 데스크테리어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었습니다.
카누 하우스 / 시그마fp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겠다!'라는 목적이 느껴졌어요. 동시에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는데요. 건물 전체가 작지만 거대한 카누 세계여서 공간이 주는 특별함도 컸는데, 브랜드 경험으로 꽉꽉 채운 공간이라 눈으로만 감상하기보다는 직접 맛보고, 체험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 팝업스토어 방문으로 캡슐 커피를 사게 된다면 카누를 더욱 고려하게 될 것 같거든요.
|밀키스X시나모롤 팝업스토어 '밀키스 구름 하우스'
밀키스 구름 하우스 / 시그마fp
핫한 음료와 핫한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
34년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밀키스와 2001년에 탄생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산리오 캐릭터 시나모롤의 만남은 막강했습니다. 대기팀이 82팀이나 있는 것을 보고 '이게 맞아...?' 잠시 망설였지만 청량한 하늘과 어울리는 파란색 외관과 커다란 밀키스 폭포를 보며 대기에 들어갔습니다.
(방문 당일 버스킹 공연 일정으로 일반 관람객은 3시부터 입장을 할 수 있었다는 특이사항이 있었으나 평일 오후에 방문했음에도 대기 인원이 꽤 있었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보고 대기를 미리 걸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1층 구름하우스 카운터 / 시그마fp
2층 포토존, 구름을 콘셉트로 꾸며진 취식 공간 / 시그마fp
2층 밀키스X시나모롤 굿즈존, 솜사탕 만들기 / 리코GR3
캐릭터 영향인지 다른 팝업에 비해 가족 단위, 어린이 손님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파란 하늘을 연상케 하는 파란 벽과 하얀 구름은 동화 속 하늘나라 같습니다. 왜 시나모롤과 협업했을까? 란 궁금증은 구름 하우스에 입성하자마자 녹아버립니다. 하얀 시나모롤이 구름 하우스의 주인 같았어요.
1층은 밀키스 소다, 구름 스무디 등 음료와 베이커리를 주문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 2층은 포토존과 밀키스X시나모롤 굿즈 존, 솜사탕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밀키스와 시나모롤의 만남도 이색적이지만 이 팝업의 묘미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밀키스의 부드러움과 달콤함, 구름 하우스의 폭신함이 계단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거든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공간 / 시그마fp
구름 하우스의 콘셉트는 '일상 속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한 밀키스 구름 하우스'입니다. 외관부터 한정판 음료, 체험 이벤트까지 '일상 속 설렘'을 느낄 만한 요소들이 많았어요. 특히 폭신함, 부드러움 같은 촉감이 시각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감각을 시각화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쏟았다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덕분에 저 역시 공간을 둘러보면서 거대한 밀키스 폭포와 시나모롤, 천장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설렜어요. 제품에 대한 부드럽고 청량한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팝업이었습니다.
|상쾌환 팝업스토어 '상쾌환 Fresh Shower Room'
숙취해소제 팝업이라면 술이 있을까? 펍처럼 꾸몄을까? 하는 모든 상상과 예측을 깨부숩니다.
상쾌환 팝업스토어
디올 성수 맞은편에 문을 연 상쾌환 팝업스토어는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곳입니다. 욕실, 샤워와 관련된 디자인과 콘셉트, 대중목욕탕처럼 만들어진 공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숙취나 술, 상쾌환 제품 그 자체보다는 샤워 후에 밀려오는 개운함처럼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곳곳에 있는 '너의 상쾌한 하루를 응원해', '지금부터 상쾌환 타임'이란 문장에서도 팝업이 추구하는 이미지가 엿보여요.
그래서 언뜻 욕실 용품 팝업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브랜드 제품 DP를 잊지 않아 눈을 돌리는 곳마다 심심치 않게 상쾌환 제품을 볼 수 있는데요. 마치 보호색을 가진 동물처럼 욕실 용품들과 잘 어우러지는 게 포인트예요.
시그마fp
(위) 컬러볼 이벤트, (아래) 입장 시 증정되는 타올과 이벤트 안내 / 리코GR3
상쾌환 Fresh Shower Room에선 3가지의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그중 하나는 주말 한정 이벤트여서 에어샤워 이벤트에만 참여를 했는데요. 에어샤워 부스에 들어가 컬러볼을 잡는 이벤트로, 컬러에 따라 상쾌환 부스터(블루), 상쾌환 스틱(레드), 상쾌환(화이트)을 증정합니다. 부스에서 날아다니는 공을 잡는 일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잡힌답니다.
다른 이벤트는 인생네컷 무료 이용 이벤트로 방문 인증샷 촬영 후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업로드하면 인생네컷 촬영이 가능하고요. 주말 한정 이벤트는 락커 복불복 이벤트로 주말 12시~17시, 타임별 선착순 36명에 한해 진행됩니다.
시그마fp
리코GR3
1층만 있고 공간이 크지 않아 가볍게 구경하고 나올 수 있는 팝업이었습니다. 이곳 역시 파란색이 메인 컬러인데요. 밀키스 구름 하우스의 파란색이 청량함이었다면 Fresh Shower Room의 파란색은 상쾌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컬러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어요. 다른 컬러로 팝업을 꾸몄다면 이런 개운함, 상쾌함을 전할 수 없었을 거예요. 샤워룸이란 콘셉트와 컬러가 일맥상통해 더욱 완성도를 높인 곳입니다.
또 고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제품을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풀어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 곳이었고요. 상쾌환에 대한 색다른 이미지를 느껴보고 싶다면 답은 상쾌환 Fresh Shower Room입니다.
사용 제품|리코 GR3, GR3x, SIGMA FP + SIGMA C 28-70mm F2.8 DG 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