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설날이 다음 주네. 뭐야, 내 시간 돌려줘요.
달력을 보다가 벌써 2월이라 놀라고, 다음 주면 설날이라 또 놀라고. 대국민 티켓팅(KTX 설 예매 참전했다는 말)을 한다고 출근 준비를 하다 말고 휴대폰과 아이패드로 대기를 기다렸던 날로부터 벌써 2주가 넘게 흐른 거예요. 시간 참 빠르죠.
평소에는 이렇게나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데, 어쩐지 명절만 되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혹은 저와 달리 빠르게 흐르는 휴일이 야속한 분들도 있을 테고요. 저는 보통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라며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외에는 보고 싶었던 작품 혹은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을 봅니다. 현생을 살다 보면 정주행은커녕 휴대폰을 보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잖아요. 때문에 명절은 밀린 OTT 작품을 보기에 제격인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봤습니다. 명절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 혹은 가족들과 다 같이 볼 콘텐츠를 찾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귀성/귀경길 위에서 보내는 분들은 심심하지 마시라고 추천하는 OTT 콘텐츠!
|M's Pick :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꽃보다 청춘 ⓒtvN
· 볼 수 있는 곳: 티빙
나영석 PD가 오랜만에 선보인 리얼 여행기 <함께 가요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이하 나나투어)>이 방영되면서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에도 다시 이목 집중. 구성이 바뀌어 프로그램명은 <나나투어>가 됐지만 나영석표 여행 예능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꽃보다 시리즈가 연상됩니다. 길지 않은 명절 연휴에 재미와 빠르게 볼 수 있는 속도감까지 갖춘 예능을 찾는다면 역시 꽃보다 시리즈입니다.
평균 연령 70세가 훌쩍 넘는 할배들X짐꾼 이서진의 환상적인 케미와 티카타카가 궁금하다면 <꽃보다 할배>를, 4인 4색 누님들의 힐링 여행기가 보고 싶다면 <꽃보다 누나>를, 출연자도 언제 떠날지 모른 채로 출발하는 돌발 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꽃보다 청춘> 시리즈 정주행을 추천합니다. 보고 있으면 여행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화면 속 탁 트인 여행지들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예능입니다.
(지금부터 스포)
힐링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예능답게 황당하고 재미있는 상황들도 넘쳐납니다. 예능적 명장면이라 하면 역시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서 조정석이 번역기를 사용해 "핫도그 세 개 주세요."라고 번역을 시도했지만 "Please, Hotdog world."라고 번역된 장면이 아닐까요?
|H's Pick : SPY X FAMILY 스파이 패밀리
스파이 패밀리 ⓒWIT STUDIO, CloverWorks
·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왓챠
추천 글을 쓰려고 서두를 쥐어짰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아보고 있는 중이라 냅다 추천해버렸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체감하고 정주행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러나 계속 출시되는 피규어와 생각도 못 한 게임과의 컬래버레이션, 굿즈 카페 등장, 그리고 아직 개봉 전인 극장판 소식까지..! 아무래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SPY X FAMILY >는 2022년에 시리즈물이 첫 방영됐고 작년 하반기에 시즌 2가 나왔는데요. 각자의 목적을 위해 모인 가짜 가족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가 꽤 감동적인 힐링물입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더불어 허무맹랑한 스파이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되지만 깊은 애정(본인 소개)을 느끼며 포저 가족(=주인공 가족)을 앓게 되는 매력적인 시리즈입니다. 일단 아냐가 정말 귀엽고요(끄덕), 이상하게 터지는 웃음 포인트와 의외로 화려한 액션(!), 그리고 얼렁뚱땅 사건이 해결되는 육아X스파이 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번 설날 저와 함께 정주행 어떠실지.
|J's Pick : 리바운드
리바운드 ⓒ바른손이앤에이
·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이 영화는 영화보다 영화관 공간 자체가 생각나던 날, 영화관에 가고 싶지만 막상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을 때 고민 끝에 본 영화입니다.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봤지만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큰 울림과 깊은 감동을 심어준 영화였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는 당시 최약체 팀이라고 평가받던 농구 팀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 대회에서 써 내려간 8일간의 기적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속 '리바운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농구 경기 속 리바운드뿐만 아니라 '청춘의 도전'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골대, 지어진 지 몇 십 년은 지난 듯한 코트, 정식 경기에 출전해 본 적 없는, 심지어 농구공을 처음 만져보는 선수까지. 모든 것이 열악한 가운데 모두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주인공 '양현'(극중 신임 코치)만은 달랐습니다. 과연 그는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부모님들에게는 젊은 날의 뜨거운 도전을 떠오르게 하고, 아이들에겐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주는 영화를 찾는다면? 이번 설날은 <리바운드>입니다!
|C's Pick : 중쇄를 찍자!
중쇄를 찍자! ⓒTBS, 채널J
·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
자고로 명절이란 부침개처럼 속 뒤집히는 잔소리와 채찍질이 난무하는 날입니다. 안 그래도 타는 속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럴 때 <중쇄를 찍자!>의 하이텐션이면 속이 싹 내려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쇄를 찍자!>는 초판을 다 팔아 2쇄를 추가로 찍어 출판하는 걸 목표하는 출판계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구로사와 코코로는 유도의 꿈을 향해 달려갔지만 부상으로 만년 2위인 '주간 바이브스'에 취직, 신입 편집자로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합니다. <중쇄를 찍자!>는 코코로가 동료, 만화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드라마입니다. 스토리만 보면 명랑하고 특유의 밝은 분위기 때문에 보통의 성장 드라마구나 싶겠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좌절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편집자로 나오는 주인공 구로사와 코코로부터 서점에 책을 판매해야 하는 영업 사원, 동료들, 심지어 동경의 대상이 되는 만화가들까지 누구 하나 평탄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다들 안간힘을 쓰고,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며 한 명씩 일으켜 세우다 보면 어느새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중쇄를 찍자!>는 '열심히 하자'라는 말보다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란 격려와 응원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과한 에너지도 용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10편 남짓한 이야기를 통해 평가와 성과에서 벗어나 잠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주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