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한가득 탄 버스가 산을 타듯 거친 배기음을 내며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가파른 경사 따라 몸도 자연스럽게 기울어져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공기 같았던 중력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서울이 내 발아래 있는 것 같이 보일 때쯤, 낙산삼거리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지대가 높아 어디서든 서울 사대문 안이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발아래 있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정말 발아래 있었어요.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안쪽으로 이동하니 좁은 골목길, 그보다 더 좁은 틈을 두고 건물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창신동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봉제 거리로 익숙했던 창신동은 원래 채석장이었다고 하죠.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등 건물을 짓기 위해 돌을 캐면서 절벽 형태가 됐고, 절벽 위아래로 사람들이 터전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창신동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워낙 지형이 가파른 탓에 대부분 상권이 창신역 인근에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몇 해 전부터 창신동만의 매력을 발굴한 이들이 절벽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길, 아찔한 언덕길을 올라 그 사이를 누비면 창신동을 핫하게 만든 곳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홍콩 익스프레스행 기차를 탄 듯 홍콩 색이 진하게 녹아든 홍콩밀크컴퍼니와 창창*, 글로우서울이 세운 이 작은 홍콩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었습니다.
*홍콩밀크컴퍼니, 창창에 방문할 때 창신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도보로 시간이 꽤 소요되기 때문에 종로 03번 버스를 타고 낙산삼거리에서 하차하여 걸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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