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 도전과 진득함이 무엇이냐 묻거든 정애쿠키, 간판없는 햄버거집, 할아버지카페를 보게 하라
· 투박하지만 섬세한, 조용하지만 분주한 어르신들 운영 가게에 직접 다녀온 후기
세월 그 자체가 된 사람이 만든 쿠키 맛은 '세월이 묻은 맛'입니다. 시간이 멈춘 공간만큼이나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햄버거 맛은 '추억의 맛'이고요. 손가락 끝은 뭉툭하지만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반죽을 빚는 손길은 여전히 섬세하고 거침없으며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커피를 향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활 타오릅니다. 세련된 아름다움은 다소 적을지라도, 도전이 여전히 두려울지라도 묵묵히 반죽을 빚고 패티를 굽고 커피를 내리는 분들. 이들은 황혼 빛이 짙은 이유가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발산하기 때문이라는 걸 증명하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정애쿠키
눈으로는 쿠키 반죽을 빚는 사장님의 등과 손놀림을 보고, 코로는 오븐에서 구워지는 쿠키 향을 마음껏 들이마십니다. 수많은 가게가 즐비한 북촌 거리에서 손글씨로 쓴듯한 간판, 그 아래 10평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좁은 가게에서 이정애 사장님은 지난 2013년부터 쿠키를 만들고 계십니다. 사장님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정애쿠키를 열어 10년이 지난 현재도 혼자 힘으로 가게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정애쿠키는 노 버터, 무방부제, 무첨가물 쿠키를 굽습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하다 보니(밀, 아몬드, 해바라기씨) 쿠키는 바삭하기보단 약과처럼 부드럽게 끊어집니다. 예를 들어 칙촉이 아니라 촉촉한 초코칩 식감인 것이죠. 단맛은 거의 없다시피 해 기본적으로 담백하며 먹다 보면 아몬드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풍겨요. 때문에 바삭하거나 으레 기대하는 쿠키 맛을 생각했다면 불호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