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 ‘공간의 초상'을 담는 작가로 유명한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
· 리노베이션 이전에 촬영한 공간을 재방문해 담아낸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시간이란 참 신비롭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퇴색되는 것도 있지요. 순간이기에 찬란하면서도, 영원하기에 경이롭습니다. 이런 시간의 모순을 담은 작가의 개인전을 다녀왔습니다. 바로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RENASCENCE》 전시입니다.
칸디다 회퍼는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작가지요. 회퍼의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작가의 작품을 보면 알아볼 만큼 자신만의 사진 철학이 명확하고 그 길을 오래도록 지키고 있습니다. 칸디다 회퍼는 사진을 회화적으로 발전시킨 베허 학파의 1세대 중 하나로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의 사랑을 받는 회퍼 개인전을 국내에서 4년 만에 다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칸디다 회퍼 《RENASCENCE》
칸디다 회퍼 <Komische Oper Berlin II 2022>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의 작품은 그 자체로 아이코닉합니다. 인류가 완성한 공간에서 인간을 비우고 공간만을 담습니다. 그래서 흔히 회퍼의 작품을 ‘공간의 초상’이라고 하죠. 인공조명 없이, 공간 이용객에 대한 통제도 없이, 그저 기다립니다. 공간이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시간을요. 어느 날은 셔터를 길게 열어 사람의 궤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인형(人形, 인간의 형상)을 지우는 방식을 쓰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그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존재를 함께 기록하기도 합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갔다가도 공간 본연의 순간을 담지 못한 날엔 다시 돌아와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래 보고 오래 만나며 명징하게 그 공간을 기록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이 ‘초상’이라고 불리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