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괜찮은 무료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중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가 한창입니다.
환경 문제는 전 세계 화두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건축에 대해서 알아보는 의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어떻게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고, 또 환경을 지키면서 인간이 어떻게 편리성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주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영국을 근거지로 삼으며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먼 포스터와 그의 자회사 포스터 + 파트너스의 핵심적인 활동 궤적을 보여주고자 새롭게 기획된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본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0여 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의 활동 중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예술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하며, 특히 노먼 포스터가 추구하는 철학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자이드 국립 박물관 (2017-2025)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아랍에미리트의 행정수도인 아부다비에 위치합니다. 건물 구조는 전통 사우디 건축물을 반영해 매의 날개 형상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태양열에너지를 가지고 에어컨이 아닌 전통적으로 열 식히는 구조를 차용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바티칸 예배당, 교황청 파빌리온 (2017-2018)
지혜의 집 (2018-2021)
아랍에미리티 샤르자에 위치한 지혜의 집(House of Wisdom)은 소설 허브를 개념화한 도서관이라는 목표 아래 첨단 기술이 접목된 형태로 계획된 건물입니다. 2층 건물 위를 덮고 있는 캔틸레버 구조의 지붕 '플로팅 루프'는 중동 지역의 무더운 날씨를 고려한 것으로 건물 사방으로 무려 15m씩이나 돌출된 구조로 완성이 되었다고 해요.
지붕을 지지하는 4개의 코어가 건물 각 모서리에 위치함에 따라 도서관 내부는 기둥 없이 개방된 공간을 형성하면서 모든 서비스 공간은 외부와의 연결에 중점을 두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바깥을 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미국 항공 박물관 (1987-1997)
나르보 비아 박물관 (2012-2021) 프랑스 나르본
영국 덕스퍼드에 위치한 미국 항공 박물관은 2차 세계 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미국 공군과 항공기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은 미국 외 지역에서 가장 독보적인 미국 항공기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물의 높이와 폭은 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B-52 폭격기와 규격(날개 폭 61미터, 꼬리날개 높이 16미터)에 비례하도록 설계됐어요.
프랑스 나스본에 있는 나르보 비아 박물관은 노먼 포스터가 로마 시대 유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고학 박물관입니다.
카레 현대 미술센터 (1894-1993)
노스턴 미술관 (2011-1019)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카레 현대 미술센터는 그 앞에 위치한 1세기 로마시대 신전을 존중하는 의미로 새로운 건물의 높이가 신전의 높이를 뛰어넘지 않도록 건물의 절반 이상을 지하에 설계했다고 해요.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노스턴 미술관은 방문 시 주차장부터 시작하여 입구, 반얀트리가 있는 정원, 그리고 내부가 있는 공간까지 방문객들이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볼거리와 함께 미술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스턴 미술관 (1999-2010)
머레이 호텔 (2013-2017) - 홍콩, 중국
보스턴 미술관은 1870년에 설립되었으며, 연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미국의 주요 미술관입니다. 리모델링을 통해 역사적인 보자르 양식과 현대적인 유리 구조의 크리스털 스타일을 결합하여 만든 건축물입니다.
홍콩에 있는 고급 호텔인 머레이 호텔은 원래 정부 건물이었습니다. 홍콩의 기후를 생각해 창문을 깊숙하게 넣어 열대의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노먼 포스터가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어요.
허스트 타워 (2000-2006) - 뉴욕, 미국
노먼 포스터의 첫 뉴욕 건물 허스트 타워는 오래된 4층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고층 건물을 올려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건물입니다. 환경을 생각한 요소가 많아 사무실 건물로는 최초의 그린 빌딩이라고 하는데요.
일반 건축물에 비해 철 사용량을 20% 줄였고, 나머지 80%는 재활용을 했으며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도 25% 이상 절감해 뉴욕 시내 사무실 건물 중 최초로 미국 GBC가 주관하는 에너지 환경 성능 평가에서 골드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옴부 (2020-2022)
스페인 마드리드 남부에 위치한 옴부는 스페인 에너지 회사 악시오나의 본사로 현재까지 포스터 + 파트너스가 설계한 건축물 중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페인 건축가 루이스 데 란데초가 1905년에 세운 이 건물은 인근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용도로 쓰였다가 이후 사용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폐건물이 됐습니다. 2017년에 악시오나가 매입하여 포스터 + 파트너스에 개조를 의뢰했고 약 2년간의 공사 끝에 2022년 완공되었습니다. 사무실 공간만 약 3,000평이 넘으며 이 건물은 2022년에 완공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건축을 테마로 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서식하는 300여 종의 나무를 토대로 완성된 외부 조경은 인근 버스 터미널인 멘데즈 알바로까지 동선이 원활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본사 (2009-2017)
30 세인트 멜리 액스 (1997-2004)
미국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의 유럽 본부 건물로 런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물 입면의 청동 핀은 건물 각 면이 태양에 노출되는 각도에 따라 크기와 높낮이, 밀도를 달리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시각적인 위계와 리듬을 부여하는 동시에 건물 내 환기 시스템의 필수 요소로 작동합니다.
30 세인트 멜리 액스는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런던의 상징적인 건물로 타워의 모양은 최대한 자연광이 건물로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모양이 오이지를 닮았다고 해서 거킨 빌딩이라고도 불리며 런던 친환경 건물의 아이콘이자 랜드마크입니다. 2004년 40층 건물로 완공되었을 때 특이한 외관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런던을 상징하는 주요 현대 건축물 중에 하나로 손꼽히고 있어요.
위로 갈수록 좁고 뾰족한 형태가 인상적인 외관은 주변 건물 일조권을 고려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로 런던 시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천장에는 이런 구조물들을 설치해 친환경적으로 통풍 및 환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합니다.
애플 파크 (2009-2017) 쿠퍼티노, 미국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함께 협업하여 설계된 애플 파크는 71 헥타르 규모의 부지로 실리콘밸리 중심부에 위치해 약 12,0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캘리포니아 경관을 재현한 녹지에 세워진 대형 원형 건물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한 지붕 아래에서 소통할 수 있길 희망한 잡스의 요청 사항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은 9,000여 그루의 나무로 둘러싸여 연간 2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건축 자재의 대부분을 재활용했다고 해요. 자연 환기 시스템을 갖춘 '숨 쉬는 건물'로 건강한 환경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서구룡 문화지구 (2009-2011) 홍콩, 중국
서구룡 문화지구는 홍콩의 중요한 문화 예술 지구로 지속 가능한 건축을 목표로 홍콩의 문화적 정체성 강화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마스다르 시티 (2007-2013)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전시회를 보다 보면 생각나는 장소가 생기게 됩니다. 바로 마스다르 시티인데요. 계획도시로 건축되었는데 최첨단 기술과 전통 아랍 정착 문화의 기획 원리를 결합시켜 탄소중립 및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하는 사막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스다르 원칙과 목표를 담아 건물을 촘촘하게 설계함으로써 좁은 공간에 공기가 빠르게 통과하여 시원한 바람을 만들고 차는 지하에서 자율주행으로 다니게 하여 정말 미래 도시를 보는 듯했습니다.
홍콩 상하이 은행 (1979-1986)
홍콩 상하이 은행(HSBC) 본사 건물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4층 건물이 전부였는데 이 건물을 통해 고층 빌딩을 설계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강철 구조와 프리패브리케이션 공법을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건설되었으며 중앙에 태양 반사판을 포함한 50미터 높이의 유리벽이 있어 낮에는 햇빛을 최대한 활용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2013-2016)
전시회를 보던 중 우리나라에 있는 건축물도 있었습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 돔인데 빗물 채집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기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상징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대형 돔에 모인 빗물이 건물 입구 쪽 연못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건축과 환경의 어울림을 생각해 보게 만들어요.
전시회는 완성도 있는 모형 작품과 스케치로 건축가가 어떤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전시회였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가 없으면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미래지향적이 아닌 다양한 경험, 지속적인 피드백이 건축 설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이 더욱 대단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담고 있는 내용이 많다 보니 도슨트와 함께 보면 더 흥미로울 것 같아 일정이 맞는다면 도슨트 해설을 추천합니다. 또 전시회는 건축을 공부한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거나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환경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있기에 누구든 충분히 빠져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 전시 장소 :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전시 기간 : 2024.04.25.(목)~07.21.(일)
· 관람 시간 : 화-금 10:00-20:00 / 토·일·공휴일 10:00-19:00 (매주 월 휴관)
· 입장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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