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쫄입니다...
공포 영화? 안 봅니다.
공포 게임? 얼씬도 안 합니다.
대대손손 구전되는 공포 썰? 귀를 막습니다.
여태 공포 콘텐츠는 모두 방어했건만 이번에는 방어할 수가 없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한국민속촌 주차장이었습니다.
이번 콘텐츠는 가장 겁쟁이인 체험자 2 기준으로, 프로그램은 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감상 및 체험 후기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참고: 체험자 별 겁쟁이 단계
- 체험자 1(에디터 C): ●●●◐*
- 체험자 2(에디터 M): ●●●●●
- 체험자 3(SNS 담당자): ●●●●
*살귀옥에서 선두로 나선 점, 카메라를 손에서 절대 놓치지 않고 체험했다는 점을 반영
※영상 캡처 및 휴대폰 촬영으로 화질이나 구도가 고르지 않은 컷이 있습니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가 되면 숨을 죽이고 있던 귀신들이 하나 둘 씩 깨어납니다. 여름밤, 죽지 않는 귀신들이 활개 하는 심야공포촌은 비명 소리가 난무하고 빨갛고 파란 조명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낮 동안 평화로웠던 한국민속촌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없습니다.
※심약자 주의
심야공포촌은 매일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열리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오후 6시부터 시작되며, 그중 <미명귀전>, <옥사창궐>, <살귀옥>을 체험하고 왔습니다. 또 6시부터 내자원과 관아, 농가, 장터 등 곳곳에서 귀신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어요.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귀신들이 소리 소문 없이, 은밀히 등 뒤로 와 제가 뒤돌아볼 때까지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겁먹은 티를 내면 안 돼요. 귀신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달려오거든요.(그리고 귀신에게 추격 당한 나...)
살귀옥
심야공포촌 메인이벤트는 혈안식귀와 살귀옥인데요.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혈안식귀는 실내, 살귀옥은 실내·외에서 진행
2) 혈안식귀는 7분 코스(8,000원), 살귀옥은 15분 코스(13,000원)
3) 혈안식귀는 밀도 높은 공포를 느낄 수 있다면 살귀옥은 쪼이고 풀어지는 긴장과 공포가 공존
두 가지를 모두 체험하면 좋았겠지만 심신의 안정을 위해 한 가지 프로그램만 참여, 살귀옥으로 정했습니다. 혈안식귀와 살귀옥은 유료 프로그램으로 체험료를 추가 지불해야 하며 장터 근처 키오스크에서 구매 가능해요. 저희는 주제도 모르고 공포 체험 제대로 해보자며 오후 8시 타임으로 예매했습니다.
살귀옥은 4명~6명이 한 팀이 되어 같이 입장하게 되고, 내부 촬영은 금지입니다. 혈안식귀 역시 내부 촬영이 불가해요. 차례가 올 때까지 밖에서 대기하는데 주기적으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와 대기할 때부터 이미 BPM이 치솟습니다. 관자놀이에 심장이 달린 것 같아요. 커다란 페스티벌에서나 느껴볼 법한 심박수였는데요. 하긴 페스티벌이 맞네요. 귀신들의 페스티벌.. 귀신들의 클럽..
살귀옥에 입장하면 격무에 시달려 양기를 빼앗긴듯한 인간이 길을 안내하며 저희의 건투를 빕니다. 같이 안 가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더라고요.
무서워서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내부가 엄청 어둡고 바닥이 꽤 미끄러워 이동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해요. 게다가 내부 길이 좁아서 폐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간 퇴장도 가능하니 신체 등에 이상 증상을 느낀다면 머리 위로 X를 그리고 포기를 외치세요. 저는 SNS 담당자 손을 동아줄처럼 꼭 잡고 다녔어요.
저 같은 경우는 무섭지만 미션을 해야 하면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 쓸 데 없는 말이 많아지는데 1번 귀신과 2번 귀신이 닮아서 같은 분이냐고 했다가 2번 귀신의 핀잔(?)을 들었습니다. 미로에서 헤매는 바람에 귀신에게 힌트를 요청하는 담대함이 중간중간 발휘됐지만 그 외에는 소리 지르느라 바빴고요. 15분 내내 다섯 명의 비명이 잠깐의 틈도 없이 돌림 노래처럼 계속돼요. 살귀옥의 마지막 코스 소원 쓰기를 끝내면 귀신들이 사는 곳에서 해방됩니다.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복권 당첨을 기원하며 언덕을 내려갔습니다.
스태프의 말처럼 살귀옥은 쪼이고 풀어지는 공포가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판단력까지 흐려지는 캄캄한 내부와 잠시 숨을 돌리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살귀옥 자체 분위기, 공포감을 조성하는 흉측하고 끔찍한 조형물 때문에 거부감과 공포감이 크게 들어요. 혈안식귀 포토존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감정인데 섬뜩한 형태로 훼손된 조형물 때문에 흐린 눈을 꽤 해야만 했습니다. 오히려 살귀옥에선 귀신 분장을 한 스태프가 덜 무섭습니다.
참고로 같이 입장했던 다른 팀 분들은 살귀옥 전에 혈안식귀에 다녀오셨는데, 혈안식귀가 더 무서웠다고 하셨어요.
고난과 역경을 같이 이겨냈더니 그새 다른 분들에게 일방적인 친근감이 들었어요. 흔들 다리 효과, 진짜 효과 있습니다.
<살귀옥>
· 공포: ★★★
· 놀람: ★★★★
· (예상치 못한) 웃김: ★★
옥사창궐
첫 도전에 실패해서 다시 도전한 옥사창궐입니다. 이것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고 옛날 옛적 전설의 고향 같은 드라마에서 산속, 자욱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형태에 겁을 집어먹던 주인공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옥사창궐은 옥사에 숨겨진 지도를 찾은 뒤 보물이 숨겨진 곳으로 가 보물을 찾아 탈출하면 되는 미션으로, 대기하는 동안 스태프의 안내를 잘 들어야 합니다. 보물지도를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물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혼비백산해서 다 잊어버렸거든요.
옥사 안은 빠져나오지 못한 육체와 영혼이 가득했고 그들의 곡소리에 신경이 엄청 곤두서요. 첫 번째 미션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다들 아시죠? 이런 곳에 들어가면 모든 소품, 비어 있는 공간이 공포를 유발한다는 것을요. 첫 번째 미션지로 가는 길마다 귀신이 튀어나올까 봐 주변을 경계하며 미션을 수행하는데, 엉뚱한 곳을 짚느라 어리석은 인간 셋은 한 치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옥사 내 자욱한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커다란 형태를 인식하는 순간 엄청난 공포가 쏟아지듯 저희에게 달려왔습니다. 첫 번째 도전 때는 살고자 하는 본능이 커서 SNS 담당자를 놔두고 옥사 밖으로 도망쳤어요.(인성 논란감) 정말 죄송하게도 귀신도 달아난 저희 때문에 옥사 문 근처까지 오셨답니다. 그런데 밝은 데서 보니 더 무서웠어요.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두 번째 도전에선 나머지 두 명이 귀신을 마크하는 동안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다음 스테이지에 도달하자마자 다른 귀신과 마주쳤지만 조용한(?) 귀신이어서 안심하고 보물 힌트까지 물어봤는데요. 보물을 찾고 나가려니 굵직한 한 방으로 저희의 혼을 쏙 빼놓는 바람에 튕겨지듯 출구에서 쫓겨났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깐 방심은 금물 또 금물. 참, 옥사창궐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스포일러를 밟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옥사창궐>
· 공포: ★★★★
· 놀람: ★★★★★
미명귀전
미명귀는 젊은 나이에 죽은 결혼한 여자 귀신을 뜻하는 것으로 미명귀전은 가옥 곳곳에 숨겨진 미명귀를 찾아 셀카를 찍으면 미션 완료인 프로그램이에요. 이때 시간이 밤 9시 즈음이었는데도 대기 줄이 길었는데 마침 근처를 활보하던 귀신이 대기하는 사람들과 같이 놀고 사진도 찍는 자체 이벤트를 진행한 덕에 구경하느라 대기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스태프가 미명귀의 특징을 알려주기 때문에 가옥 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미션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또 귀신으로 분장한 사람이 아닌 물리적인 요소로 긴장과 공포를 유발하지만 앞서 살귀옥과 옥사창궐을 경험하고 왔더니 미명귀전은 상대적으로 공포감이 덜했어요.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긴장을 풀고 나가려는 순간 파이널 어택이 들어와요. 느슨해진 공포 신에 긴장감을 주는 심야공포촌 다웠습니다.
· 공포: ★
· 놀람: ★★
소름 화장실, 저세상 콘테스트
소름 화장실 체험도 하려고 했으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것인지 해가 지고 갔을 때도 화장실 귀신은 만나지 못했어요. 하지만 어둠이 내려앉고 빨간 조명만이 켜진 화장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여서 절대 맘 편히 이용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당초 계획은 9시에 민속촌을 떠나려 했으나 제가 옥사창궐 1차 체험에서 도망가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져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혼 빠지게 놀아보는 귀신들의 파티, 저세상 콘테스트를 잠깐 볼 수 있었습니다.
장터
무더위가 기승인 가운데 심야공포촌은 야외 프로그램 위주이기 때문에 더위를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다행히 정자처럼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몇 채 되지 않는 이 취식 공간만이 시원해 평일이었는데도 금세 만석이었어요. 주말에 방문하는 분들은 무더위가 가시기 전까지 폭염 예방 용품을 지참하는 것이 좋아요.
6시 체험에 앞서 저녁을 미리 먹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다 체험하고 나면 음식이 먹히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냉채족발을 주문하려 했으나 족발은 주말에만 판매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아쉬운 대로 치막 세트(치킨&막걸리 셰이크 세트, 18,000원)와 모둠전(23,000원)을 주문했습니다. 막걸리 셰이크는 달콤하고 막걸리 맛이 많이 나지 않아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었어요.
일반 식당 외에도 심야공포촌 기간에는 장터 내 소름 심야 식당에서 피묵사발, 눈알 빠진 팥빙수, 지옥 가래 떡볶이, 불고기 헬(Hell)도그, 갈기갈기 찢긴 진미채 튀김을 먹을 수 있어요. 눈알 빠진 팥빙수가 궁금했는데 먹고 오지 못한 건 조금 아쉽네요.
<한국민속촌 심야공포촌>
· 운영 기간: 24.07.26.(금)~24.08.25.(일) 매일 16:00~24:00
· 위치: 경기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 한국민속촌 입장권
-(성인/청소년) 종일 35,000원 / 야간 32,000원
-(아동) 종일 29,000원 / 야간 25,000원
-(경로/장애인) 종일 25,000원 / 야간 22,000원
*야간 이용시간: 17시~22시
*유료 체험 프로그램 별도 요금 지불
*상세 할인은 홈페이지 '요금/할인>이달의 할인' 참고
*주차 요금 별도
*홈페이지 바로가기
사용 제품|리코 G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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