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그 마을은 온전한 모습으로 사람들만 사라졌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과 점차 어우러지고 있었다.
길을 지나다 길의 가장자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큰 길로 합류하는 참 많은 샛길이 사이사이로 나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곤 합니다. 그 샛길은 이정표를 따라 목적지를 가는 동안에는 들어갈 일이 없는데,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 번씩 들어가보곤 합니다.
그 샛길의 끝은 다시 큰 길로 이어진다던가, 막혀있다던가 하는 대체로 보잘 것 없는 종착지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성공률은 무척 낮은 편이지만,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풍경이 등장할지 모르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샛길로 방향을 튼다는 것은 무척 설레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정표에 나지 않은 길일수록 성공률은 높아지기에 더 설레게 하는데, <이정표에 나지 않은 길>이라니 써놓고 보니 다소 오글거리면서도 어쩐지 낭만적인 글귀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평소에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수업을 위해 학교를 오가며 지나는 길인데, 오전에는 비몽사몽으로 지각을 피하기 위해 헐레벌떡 지나가고, 오후도 나름의 일정을 위해 서둘러 지나기에 항상 무심히 지나치는 길입니다.
그 길의 끝에는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진 작은 샛길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 샛길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지만, 너무 일상적으로 다니는 길인데다가 풀이 무성해서 어쩐지 눈에 띄지 않던 길이었습니다.
어쩐지 그 하루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있었나 봅니다. 핸들에 여유롭게 손을 얹고 천천히 도로 위로 나섰고, 그렇게 익숙한 길 위에서 마주한 샛길이 어쩐지 그 날의 기분처럼 낯설어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