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두고 설렘과 흥분이 고조됐던 지난주 금요일 저녁, 한강진 역 3번 출구를 나와 10분가량 걸으니 뭉게뭉게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Davinci MOTEL'이라고 쓰인, 옛 미국 영화에서 나올법한 커다란 모텔 간판 아래에서 사람들은 줄을 서느라, 준비된 이벤트를 즐기느라 분주했고 그 사이로 숨겨지지 않는 기대감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제법 쌀쌀한 저녁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의 온도는 1도 씨 상승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저 역시 그 모텔에 들어가기 위해 한강진 역을 찾은 1인으로서 많은 인파에 잠시 아찔했지만 강연 시작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발끝부터 스멀스멀 기대가 차올랐습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며 기다렸던 그것의 정체, 지난 9월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현대카드의 '다빈치 모텔'이었습니다.
*카메라 촬영이 어려워 사진 대부분은 휴대폰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슈퍼콘서트부터 이태원 ‘현대카드 구역’까지
'현대카드'라고 하면 몇 가지 단어가 떠오릅니다. 여러분에게 '현대카드'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저는 슈퍼콘서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콘서트 소식에 주변에서 제법 떠들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대카드는 2007년 첫 콘서트 이후로 지금까지 레이디 가가, 에미넴,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브루노 마스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내한 공연을 주최했거든요. 사람들 뇌리에 강렬하게 인식된 슈퍼콘서트는 프로젝트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현대카드는 단발성 공연이나 스포츠 매치에 국한하지 않는 문화 마케팅을 이어나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태원에 있는 이른바 '현대카드 구역'이에요. 2013년 오픈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자인, 건축, 현대미술과 관련된 1만 9천여 권의 전문 서적을 엄선하여 선보인 공간인데요. 현대카드 회원이어야만 입장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이어 뮤직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아트 라이브러리, 언더 스테이지, 바이닐앤플라스틱 등을 열면서 현대카드 구역을 형성했습니다.
Dive into DIVE의 등장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문화 마케팅을 펼치던 현대카드는 2019년 'DIVE' 베타서비스를 오픈합니다.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 모바일 세계까지 모든 곳에서 현대카드와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의미가 'DIVE' 앱에 담겼습니다.
'DIVE'는 온·오프의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플랫폼에 그치길 원치 않았습니다. 디자인과 아트, 건축과 인테리어, 여행, 음악, 쿠킹, 스타일, 테크까지 7개의 주제로 이용자들이 취향을 발견하고, 이용자들끼리 소통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며 취향을 확장시키는 '새로운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것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DIVE 앱에 접속하면 각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혹은 잔뼈가 굵은 이들이 쓴 아티클을 읽을 수 있고 저도 콘텐츠를 기획할 때 종종 DIVE 앱의 도움을 받습니다. 한 번의 클릭으로 무지했던 분야에 대해 깊이 알 수는 없겠지만 그곳으로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에 기대게 만드는 콘텐츠들이었어요.
파일럿 프로그램, 정규 편성을 받다
2019년 DIVE 앱과 더불어 파일럿 프로그램 하나가 등장합니다.
'다빈치 모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모터 호텔을 합쳐 만든 이름과 '지성과 감성의 컬래버레이션 스테이' 슬로건에서 다방면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죠. 이번 다빈치 모텔에 다녀오고 나니 위 슬로건만큼 다빈치 모텔을 잘 나타내는 수식어도 없었고요.
2019년 다빈치 모텔은 토크, 공연, 전시, 버스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학문, 경영, 기술 등 각 분야의 독보적 아이콘들을 만날 수 있는 문화 융복합 이벤트*의 등장을 알렸고 이틀 동안 2만 1,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괄목할 성과를 거둔 후 2022년, 3년 만에 이 융복합 이벤트는 정규 편성을 받게 됩니다.
*출처: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
2024 다빈치 모텔 체크인/아웃
2024 다빈치 모텔 예매를 위해 KONKRIT 앱을 처음 깔았습니다. 다빈치 모텔은 티켓 전량을 NFT로 발행하고 있어 KONKRIT 앱 설치가 필수였는데요. NFT 발행이 티켓 부정 사용 방지 위함이라고는 하나 예약권 구매 앱과 프로그램 사전 예약 앱이 달라 구매부터 예약까지 꽤 번거로운 건 사실이었습니다.
*KONKRIT 앱에서 예약권(NFT) 구매→DIVE 앱에 예매권 등록→DIVE 앱에서 프로그램 예약*
저는 9월 27일(금) 1일권을 구매했고 퇴근을 하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 때문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진행되는 배우 김신록, 前 어도어 CEO 민희진의 강연을 신청했습니다.
이태원 '현대카드 구역'은 사흘 동안 '다빈치 모텔 거리'가 되었습니다. 가로등 배너는 기본, 건물 래핑, 다빈치 모텔과 협업하는 브랜드 앞에는 입간판과 라바콘,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인상 깊었던 점은 의자가 곳곳에 꽤 설치되어 있어 입장 시간 전까지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고(물론 현장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요.) 인원을 분산 시키면서 별도의 대기 공간이 없는 애로사항을 최대한 커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바이닐앤플라스틱 앞에서 예악권을 제시하면 웰컴 키트를 받을 수 있어요. 웰컴 키트는 리유저블백, 티셔츠, 물이었고 티셔츠에 있는 NFT를 태그 하면 바이닐앤플라스틱에 있는 팝업 참여 브랜드와 외부 협업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이 활성화됩니다. 미예약자도 팝업 입장이 가능했지만 이벤트 키트나 할인 혜택은 예약자 한정으로 받을 수 있었어요.
1) 김신록 'missing half-second'
오후 7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김신록 배우가 등장했습니다. 언제부터 김신록 배우를 인지하게 된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연극 <마우스피스>를 보며 그에게 압도당했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날 김신록 배우는 'missing half-second' 즉, 0.5초를 주제로 렉처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캐나다 철학자 브라이언 마수미(Brian Massumi)가 제시한 개념을 김신록만의 이야기로 풀어낸 강연이었으며 찰나의 0.5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많고, 그 가능성이 가져온 결과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약 40분가량 이어졌어요.
김신록 배우의 강연은 앞서 현대카드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출연을 하면서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연극 무대는 영화나 드라마 연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작품 전체를 실시간으로 체험해 간다는 점에서 영상 매체와는 다르죠. 기계적 편집 없이 실제 존재가 계속 허물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극장에 모인 모두가 함께 겪는 거예요. 배우, 관객,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요. 바다와 모래사장은 서로 별개가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잖아요. 바다와 모래사장의 관계가 무대와 객석의 관계가 아닐까, 그런 침범과 변이가 일어나는 공간이 극장이고, 그런 침범하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연극이 아닐까 생각해요. 출처: 찰나의 순간 0.5초 (https://dive.hyundaicard.com/web/content/contentView.hdc?viewSpaceType=Y&contentId=17596) |
김신록 배우는 관객이 직접 0.5초의 무수한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활동을 강연에 접목시켰고 강연 전에 읽었던 이 인터뷰의 대목이 단번에 떠올랐습니다. 0.5초의 가능성을 느끼기 위해 움직인 강연자와 청자 사이에는 어떤 경계도 없었거든요.
2) 민희진 'K-POP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
자리가 없어 워크인도 불가했던 민희진 대표의 강연은 본래 1시간 4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약 2시간 넘게 진행됐고 그만큼 현장에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민희진 대표 역시 이 강연을 편하게 즐기고 있는 듯 보였고요.
처음엔 2시간 넘게 진행된 강연에서 주제와 부합하는 이야기 비율은 크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명확히 존재했고, 민희진 대표는 그 기대에 부응했거든요. 하지만 민희진 대표가 이슈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주제와 아예 상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리를 강렬하게 치고 간 내용은 비즈니스와 아트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비즈니스 즉, 돈을 버는 데에 있어 예술, 철학, 인문학은 고려되지 않는 시각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회사는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만 '엔터테인먼트'가 가지는 의미를 지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강연과 강연 사이 비는 시간을 활용해 논픽션과 뉴믹스, 딜라이트 프로젝트와 선악과즙에서 체험 키트, 과자 등을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면 잘 보고, 잘 즐긴 듯해요.
앞서 '지성과 감성의 컬래버레이션 스테이'라는 슬로건만큼 다빈치 모텔을 잘 나타내는 수식어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큰 범주에서 강연, 공연, 스탠드 업 코미디, 음감회 등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신록, 민희진 두 연사의 강연에 참석하면서 모든 일에 이성적인 부분, 감성적인 부분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예컨대 김신록 배우의 강연에서 브라이언 마수미가 제시한 개념을 새롭게 배웠고, 김신록이 빗댄 경험 속에서 공감과 깨달음을 얻기도 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미미할지라도 두 가지는 모두 반드시 동반된다는 생각을 하며 스토리지를 떠났습니다.
강렬하고 즐거운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내년에도 또 참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벤트의 여운을 즐길 만큼 즐겼으니 이만 다빈치 모텔에서 체크아웃 해보겠습니다.
· 다빈치 모텔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사용 제품|리코 GR3x, 삼성 갤럭시 S23 울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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