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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디즈니의 등장이라
《미키 in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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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학교에 루시퍼가 등장해(SBS <상속자들>) 교내를 뒤집어 놓았다면 덕수궁에는 디즈니 캐릭터가 출동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덕수궁과 월트 디즈니의 컬래버레이션*이라니.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만남은 놀라움과 기대를 동반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덕수궁 돈덕전 입구는 《미키 in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이하 《미키 in 덕수궁》)를 보러 온 이들의 발자국이 쉴 틈 없이 덧대어졌습니다.

 

*국가유산청이 국가유산의 가치를 나라 안팎으로 널리 알리고자 디즈니코리아와 지난 6월 업무 협약을 체결. 그 일환으로 덕수궁 돈덕전에서 《미키 in 덕수궁》이 개최

 

 

가을날의 덕수궁

강재원 「Bird」

 

 

날이 좋아 어딜 가든 계절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날, 덕수궁을 찾았습니다. 디즈니 전시를 빠르게 관람하고 싶다면 정문에서 첫 번째 우측 길로 가세요. 연지로 가는 빠른 길이며 많은 사람들이 멈춰 서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연지에 전시된 강재원 작가의 조형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강재원 작가의 「Bird」는 새 위에 디즈니 캐릭터가 걸어가는 모습을 형성화한 것으로 놀랍게도 풍선입니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관찰해도 풍선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서 견고함과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풍선인 걸 알고 보니 미키에게도 중심을 잃지 않고 풍선 위를 걸어야 하는 일은 일종의 챌린지가 아니었을까요.


 

「Bird」 근처에 설치된 인생네컷 부스

포토존
덕수궁 정관헌

덕수궁 돈덕전

 

 

덕수궁 입구에서 돈덕전까지 약 15분 내외로 소요되는데 가는 길목마다 전시 배너가 설치되어 있어 돈덕전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만 가봤던 저도 헤매는 일 없이 돈덕전에 도착했거든요. 돈덕전으로 향하는 길에 서양식 건축물 정관헌(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대조, 고종, 순종 등의 영정과 어진을 모시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음)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길목 끝에 다다르자 붉은색, 회색 벽돌과 청록색 창틀이 대비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돈덕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돈덕전은 외국 공사를 접대하는 공간으로 사용됐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정관헌처럼 서양식 건축물인데다가 정관헌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조금 더 정제되고 격식이 갖춰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미키 in 덕수궁》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돈덕전에선 상설 전시도 진행 중이며 돈덕전 건물 자체가 하나의 전시 작품이기도 해 디즈니 전시를 보러 간 김에 돈덕전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것도 좋아요.

 

 

레고 X 허윤성

기획전시실 내부
우나영(흑요석) 「미키장생도」

 

 

전시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왕실 유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7명의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구성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트, 경계를 넘어서'란 전시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은 우나영(필명 흑요석) 작가의 「미키장생도」였습니다. '한복 입은 앨리스'로 유명한 우나영 작가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인데요.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내 어떤 협업이든 특색을 잃지 않되 협업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확고히 가져가고 있어요. 그 힘을 「미키장생도」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나영 작가는 궁중회화인 십장생도에서 영감을 받아 6폭 병풍에 디즈니 캐릭터를 담았어요. 병풍은 20세기 전반까지 한국인의 삶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생활용구*였습니다. 무언가를 가리는 용도의 기능을 넘어 공간을 꾸미는 장식용으로도 사용됐으며 사극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물입니다. 이렇게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병풍 위에 전통 의상을 입은 디즈니 캐릭터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거닐고 있어요.

 

'경계를 넘는다'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은 컬래버레이션을 뜻할 수도 있고 동양과 서양의 경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이 작품은 한국 전통 기물에 디즈니 캐릭터를 재미있게 녹였고 이질감보다는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시너지가 돋보였어요.

 

*출처: 국가유산청

 

 

장진승 「미키의 손: 시각적 음성」 (국가무형유산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 협업)
부원 「Harmony」

박서우 「Long live the things」

 

 

샘바이펜(SAMBYPEN)이란 이름으로도 활동하며 그라피티, 그래픽 등 폭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세동 작가는 궁궐 앞에서 디즈니 캐릭터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디지털 출력(프린팅)으로 담은  「Scene: Disney in Seoul」을 선보였고요. 주로 검은 선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성립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섬세한 선과 여백이 돋보이는  「Black chromium statu in Korea」을 출품했습니다.

 

시그니처 캐릭터 B.B 래빗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작가 부원은 연꽃 위에 서 있는 디즈니 캐릭터를 도자기로 표현했고(「Harmony」), 공상 세밀화 장르의 대표 작가 박서우는 돈덕전과 회화나무를 배경으로 디즈니 캐릭터를 세밀화(「Long live the things」)로 그려냈어요. 참여한 모든 예술가들이 전통과 현대의 멋을 융화하여 한국과 디즈니의 만남을 완성시켰습니다.

 

 

《미키 in 덕수궁》 굿즈

 

 

전시 굿즈는 정문 근처에 있는 카페 겸 기념품 숍 '사랑'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덕수궁 외에 고궁박물관, 경복궁, 창덕궁에서도 살 수 있으며 전시 기간은 10월 20일(일)까지이나 굿즈는 10월 31일(목)까지 판매됩니다. 전통 문양이나 왕실 유산 그림을 살린 굿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예상대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자개 특유의 오묘한 빛을 좋아하고 디즈니 캐릭터에 애정이 깊으며 이번 컬래버레이션이 마음에 들었다면 소장 가치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덕수궁 연지

 

 

공간이 크지 않은 만큼 작품 수도 적어 금방 보고 나올 수 있는 전시입니다. 실 관람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어요. 때문에 《미키 in 덕수궁》만을 목적으로 방문하기 보다는 덕수궁 주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걷기에 좋은 날씨이기도 하잖아요.
 

 

《미키 in 덕수궁: 아트, 경계를 넘어서》

· 전시 기간: 24.09.28.(토)~10.20.(일) 09:00~17:30 (매주 월 휴궁, 입장 마감 17시)
-연지에 전시된 조형물은 덕수궁 관람 시간인 09:00~21:00까지 감상 가능
· 장소: 덕수궁 돈덕전 및 연지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 관람료: 무료 (단, 덕수궁 입장료 별도)

 

 


 

사용 제품|리코 GR3, GR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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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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