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 나무들은 형형색색 물들기 시작합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신호를 통해 올해 유난히 뜨겁고 길었던 여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기분까지 드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느새 훌쩍 다가온 가을을 어떻게 실감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서울에서 가을을 만끽하며 여행 기분 낼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하늘공원
하늘공원의 역사는 1993년 폐쇄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부지의 활용 방안과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준비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상암에 건설되면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사라진 자리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만들어졌죠. 때문에 도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넓은 면적으로 조성된 공원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를 걷다 보면 ‘맹꽁이전동차’를 탈 수 있는 탑승 장소가 나타납니다. 걸어서 올라가면 10분 정도 걸리지만, 맹꽁이전동차를 이용하면 보다 빠르고 편하게 하늘공원에 오를 수 있으니 이쪽을 알아보시는 것도 추천 드려요. 이용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3천 원입니다.
하늘공원에 발을 들이면 가득 자라난 억새들이 저를 반겨줍니다. 푸른 하늘 아래 넓은 억새밭이 펼쳐진 모습에 가슴 속이 뻥 뚫리는 기분까지 드는 것 같아요. 요즘 해가 짧아지고 있죠? 4시 이후부터는 많이 내려온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흐드러진 하늘공원의 억새밭을 걸으며 ‘인생샷’ 남기기에 도전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억새축제를 맞아 곳곳에 포토 스팟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간대에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해와 억새의 조화가 성공을 가져다줄 거거든요.
억새밭을 따라 하늘공원 가장 깊숙한 곳까지 도착해보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어요. 아직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더욱 완연한 가을을 맞은 서울과 한강을 한눈에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나중에 꼭 다시 방문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슬슬 해가 언덕에 걸릴 즈음엔 오묘한 분위기의 사진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늘의 색은 점점 짙어지고, 억새가 반사하던 햇빛도 잔잔해지거든요. 하늘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2~3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넓은 공원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내려오는 길에 사람이 붐빌 것 같아서 해가 지기 전에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는데 그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해가 진 후 공원의 풍경은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여자 친구를 설득해서 다른 날 다시 하늘공원을 향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난 이후라 그런지 사람도 많이 없었고, 더 묘한 분위기의 억새밭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았어요!
가을의 향을 가득 담고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하늘공원의 매력. 여러분도 관심이 생기지 않나요? 다가오는 주말에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눈으로, 사진으로 가을날 추억 남기기에 도전해 보길 추천합니다.
·하늘공원
-주소 :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95
덕수궁
덕수궁은 당초 왕가의 별궁이었지만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임금이던 선조가 피난길에서 돌아온 후 행궁으로써의 역할을 하면서 이후 정식 궁궐로 승격된 궁입니다. 이후에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한국 역사의 고초를 겪으며 과거의 규모에 비해 많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죠. 게다가 대한제국 시절에는 황궁으로 쓰이며 서양의 건축 양식을 적용한 건축물과 고궁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는 매력도 있습니다.
덕수궁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입니다. 지역 주민, 단체 이용객 할인 등 다양한 할인이 적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할인이 없더라도 고즈넉한 궁궐 내부를 둘러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죠.
앞서 언급한 대로 덕수궁 내부에는 한국 전통식과 서양식 건물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대한제국의 황제와 황후가 거처할 공간으로 만들어진 석조전(당시 영국인들이 설계에 참여했습니다)과 고종황제가 귀빈을 접견하던 덕홍전인데요. 석조전이 본격적으로 황궁으로 쓰이기 이전에 국치를 겪으며 황제 내외가 실제 생활한 곳은 다른 곳이었던 점이나 덕홍전이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수도 있었던 배경 등을 조사를 통해 접하고 나서 이곳을 마주하니 왠지 또 다른 울림을 주는 듯했습니다.
가을 덕수궁의 매력은 정문인 대한문 안쪽 길을 따라 오랜 시간 자라난 은행나무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아쉽게도 긴 여름의 여파 때문인지 아직 은행잎에 노란 물이 채 들기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덕수궁 문을 나서니 운 좋게 시간이 맞아 수문장 교대 의식의 행렬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나들이에 하나의 볼거리가 더 생긴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덕수궁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바로 돌담길인데요. ‘이 길을 걷는 연인은 헤어진다’는 괴담(?)도 있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함께 걷는 건 충분히 낭만적인 일이었습니다. 돌담길 바로 앞 카페에서 와플과 커피를 사서 여유롭게 걸었는데 그 맛도 분위기도 너무 좋았거든요. 돌담 앞 찌그러진 듯한 동상들은 이미 꽤 유명하지만,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길 수 있으니 여러분도 한번 찾아보기를 추천합니다.
올해는 여름이 참 길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는 다가올 겨울이 또 ‘역대급’ 시린 계절이 될 거라 예측하고 있죠. 그렇다면 짧게만 느껴질 가을이 아쉽게 끝나지 않도록,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짧은 나들이라도 떠나보면 어떨까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면 더 좋고요. 시간은 유한하지만 사진은 반영구적인 기록이 되니까요. 그럼 이번 가을 서울에서 가을을 물씬 담은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 소개는 이렇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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