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끝자락, 대청호 부근엔 대통령 전용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비밀정원'이란 별칭을 가진 곳답게 대청호와 116,000본의 조경수(造景樹)가 수호하듯 청남대를 품고 있어 마치 요새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청남대(靑南臺):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
비밀정원에도 시간은 찾아옵니다. 청남대로 향하는 굽이진 도로 양쪽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우뚝 솟아 있고 호수 주변에선 희끄무레한 머리를 드러낸 억새가 바람에 살랑입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서 뻗어 나온 햇빛은 대청호에 윤슬을 뿌리고요. 청남대는 지금 가을 정중앙에 있습니다.
평일임에도 가을 나들이와 산책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청남대는 북적였습니다. 오후 1시경, 1주차장은 방문 차량으로 빼곡했고 출차를 한 오후 3시쯤엔 2주차장도 거의 만차였어요.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주말에는 정체가 극심해 청남대 입구에서 약 8km 지점부터는 입차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됩니다. 가는 루트가 하나뿐이고 양방향 1차선 도로이다 보니 한번 정체가 시작되면 쭉 밀리기 때문에 주말 방문객들은 이 점 유의하셔야 해요.
약 55만 평(1,825,647㎡)의 청남대는 넓고 광활한 만큼 취향, 목적에 따라 코스를 달리하여 걸을 수 있습니다. 1시간부터 4시간까지 소요 시간에 따라 4개 코스*가 있어요. 저는 1시간 코스(청남대 기념관 > 대통령 별장 본관 > 오각정 > 양어장/대통령 기념관)에서 봉황의 숲(산불감시타워)과 메타포레를 추가해 다녀왔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매표소 근처 청남대 관람 안내판에서 확인 가능
청남대를 가기 전 문의면 소재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요. 음식점 사장님께서 영수증을 들고 가면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팁을 알려주셨어요.(문의면 상가 이용 영수증 제시 시, 영수 금액 1만 원 당 1인(최대) 2천 원 할인) 만약 문의면에 있는 상가를 이용하셨다면 영수증 꼭 챙기세요.
대통령 별장 본관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드라마 세트장 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빛이 바래거나 유행이 지난 가구와 물건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보니 공간 자체가 박제된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래서 흥미롭다가도 시간이 멈춘 곳에서 혼자만 움직이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도 들어요.
관람 방향에 따라 움직이면 회의실, 접견실, 식당, 침실, 집무실 등 주요 공간을 순차적으로 모두 볼 수 있고 각 공간 앞엔 짤막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별장은 창문이 많아 언제든 아름답게 조경된 나무와 대청호의 한 자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개된 장소를 전부 둘러보는 데엔 10~15분 정도 소요됐어요.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니 내부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박제된 시간을 더듬더듬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오각정 길
오각정 길
본격적으로 오각정 길에 들어서면 커다란 숲이 빛은 물론이고 소리마저 흡수한 것처럼 고요하고 그늘이 져 조금 어둡습니다. 오각정 길은 폭이 좁아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요. 좁다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오각정으로 가는 길과 봉황의 숲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때부터 덱이 설치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편한 환경으로 바뀝니다. 때문에 휠체어나 유아차를 가지고 오는 분들도 보다 편히 다닐 수 있습니다.
오각정 길은 1.5km, 약 30분이 소요되는 코스입니다. 오각정은 대통령 내외와 가족들의 산책 코스로 가장 사랑을 받아온 곳이라고 해요. 해가 많이 들지 않아 선선한 데다 바로 옆엔 대청호가 나무 사이로 슬쩍슬쩍 얼굴을 드러내 산책에 제격이라 왜 이곳이 사랑을 받았는지 걷다 보면 깨닫게 돼요.
숲길이 계속되고 비슷한 풍경이 나와 이 길이 맞나, 체감상 30분은 훌쩍 지난 것 같은데? 의심이 드는 순간도 있었지만 덱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대통령 기념관의 파란 지붕을 볼 수 있었습니다.(사실 이 파란 지붕이 너무 반가웠어요.) 그리고 오각정 길을 걷다 보면 가끔 덱 길과 흙길로 나뉘는 지점과 만나게 되는데요. 흙길은 경사진 곳이 많아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덱 길로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봉황의 숲(산불감시타워)
청남대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선 등산은 꼭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약 5분 정도 계단과 가파른 길을 번갈아 오르면 피사의 사탑을 연상케 하는 높이 22m의 구조물이 보여요. 느낌이 오시죠? 이곳에 오르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이요.
한층, 한층 올라갈 때마다 시야가 쑥쑥 높아지고 탑 바깥쪽을 빙글빙글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360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을 보는 것도 묘미입니다. 꼭대기보다는 꼭대기 한 칸 아래에서 대청호와 주변 산지, 청남대 아래쪽이 훨씬 더 잘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사방이 탁 트여서 산 너머 산까지 보일 정도였고 그 모습이 마치 수묵화 속 산처럼 보였어요. 오르막의 힘듦을 모조리 보상받는 듯했고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스폿입니다.
양어장/대통령 기념관
청와대 본관의 60% 크기로 만들어진 미니 청와대, 대통령 기념관*에선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어 드나드는 발걸음이 제법 많습니다. 기념관 앞 정원에선 부작, 분재 전시가 한창이었고 양어장 안 분수에서는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고요. 방문객들은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오각정 길에서 평화를 즐겼다면 이곳은 활기가 가득해요. 무엇보다 조경이 아름다워 기념관 앞에서 정원을, 저 멀리서 윗부분만 빼꼼 모습을 드러낸 봉황탑을, 분수의 물줄기를 바라보기만 하는데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자연이 이렇게나 재미있어요.
*실내엔 반려동물 출입 불가
**음악 분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간 45분씩 운영됩니다.(ex. 10시~10시 45분, 1시~1시 45분)
돌아가는 길에 목을 한껏 뒤로 꺾어야 볼 수 있는 메타포레를 거쳤습니다. 길쭉한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일렬로 질서정연하게 식재됐고 그 아래엔 덱과 휴게 공간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처로 꼽히는 명성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높고 길쭉한 메타세쿼이아 나무숲은 아름답고 장관이었습니다. 마무리 스폿으로 완벽했어요.
가을 단풍철과 엮어 가볼 만한 지역을 탐색할 때만 해도, 청남대를 추천받았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좋은 명소를 하나 더 알아간다는 생각이 컸어요. 스폿을 잘 담아보고, 잘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도착한 청남대는 가볍게 왔던 제 발걸음을 자꾸 멈춰 세웠습니다.
직접 눈으로 봐야 더욱 실감할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굽이진 외길 끝 비밀정원이 그렇습니다. 사진만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산과 호수, 꽃과 나무들을 온몸으로 감각해 보시기를.
청남대
· 위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 관람시간: 09:00~18:00 (12월, 1월 09:00~17:00)
-매표 마감 16:30 (12월, 1월 15:30)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 휴일(4~5월, 10~11월은 월요일 휴무 없이 정상 개관)
· 관람요금
-[일반(19~64세)] 개인 6,000원 / 단체 5,000원
-[청소년(13~18세)] 개인 4,000원 / 단체 3,000원
-[군인(하사 이하, 사회복무요원)] 개인 4,000원 / 단체 3,000원
-[어린이(7~12세)] 개인 3,000원 / 단체 2,000원
-[노인(65세 이상)] 개인 3,000원 / 단체 2,000원
*무료 대상자 및 입장료 할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청남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주차료 무료
*반려동물 동반 가능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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