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디지털 이미지에서 필름 느낌이 난다면?
-디핸서로 필름룩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
여전히 미진한 실력으로 공부하고 연마하고 있지만, 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스스로 만족하는 때가 오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를 상상하면 아무래도 그런 날이 올 것 같진 않습니다. 이보다 더 햇병아리 시절에는 지금 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어 남들의 이미지를 흉내 내는 것만으로 벅찼으니까요. 그 시기를 떠올리면 그나마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편입니다.
루키 시절의 저를 괴롭히던 가장 커다란 난제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시네마틱(cinematic)’, 혹은 ‘필름룩(filmlook)’에 관한 개념의 정리와 실제 이미지로의 적용입니다. 필름룩에 관한 내용은 학문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칫 장황해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이야기에 앞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궁금하다면 수많은 사례와 발표되어 있는 논문들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현재 대부분의 이미지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제작됩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이미지라 칭하는 이유는 ‘사진(picture)’과 ‘동영상(motion picture)’ 모두가 필름룩에 관해 거의 동일한 형태로 정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네마틱은 필름룩의 소분류로 보다 영상에 특화된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류가 필름이란 기록 매체를 만들어 그걸로 사진을 담아온 시간은 200년에 가까우며(1839년, 루이 다게르의 감광제를 이용한 사진), 사진을 넘겨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훌쩍 넘습니다(1895년,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그에 반해 디지털을 주력으로 활용하여 이미지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에서 20년가량에 지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필름으로 제작된 이미지를 연상하게 됩니다. 이는 역사를 통해 무의식중에 축적된 지식이기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가 제작한 이미지를 보고 할아버지 세대도 이미지를 제작하고, 그걸 보고 아버지 세대 또한 이미지를 제작하고, 그걸 보아온 우리 세대도 그걸 토대로 이미지를 제작하기 때문에 필름으로 새겨온 이미지의 미학은 차곡차곡 대물림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제작함에도 여전히 필름이 가진 느낌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 미적 추구 속에서 필름룩은 출발합니다. 하지만 디지털로 제작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필름처럼 보일 수 있도록 가공을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특히 영상의 영역에선 색을 가공하여 화면에 활기를 불어넣는 ‘컬러리스트(colorist)’란 직군이 하는 역할이 매우 중대합니다(보다 영화의 이미지에 가까워지는 시네마틱에 관한 이야기는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