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4는 한마디로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발견이었습니다. 올해의 주제, ‘판을 바꾸는 디자인, Game Changer’는 전통적인 디자인 접근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더하며 브랜드로서 디자인 역할을 확대하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회였습니다. 2002년에 시작해 올해로 23회를 맞은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방문한 날은 전시회 첫날, 평일 오전이었지만 꽤 많은 관람객이 보였습니다. 이번 주제관은 몰입에 주목하면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임 체인저,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었는데요. 때문에 각각 주제관 곳곳에 덕후의 요소들이 숨어 있기도 했습니다.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지속 가능성
이번 페스티벌의 주요한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지속 가능성’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활용 소재나 업사이클링 제품을 넘어서서, 디자인을 통해 환경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각 전시 공간마다 친환경적인 소재 선택과 재료 활용이 돋보였으며, 특히 조각 재료나 업사이클링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기존의 재료가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디자이너는 현장에서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예술적 가치 이상”이라며 “제품 하나하나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고민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런 접근은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트렌드의 확산과 더불어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과 디자인의 진화
2024년의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도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의 진화가 디자인 분야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통합 티켓으로 같이 볼 수 있었던 디자인코리아 2024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AI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아트나, AR/VR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경험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는데 다양한 맞춤형 디자인의 미래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리로써 흥미로웠습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접근은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높이는 동시에 디자인의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은 특히 MZ 세대 관람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이들이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공예와 현대 디자인의 융합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4의 또 다른 특징은 로컬 공예와 현대 디자인의 융합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공예 기법을 현대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인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우리나라 문화만의 멋을 잘 살린 다양한 디자인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짙은 먹색이 인상 깊었던 오늑 브랜드나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행위를 뜻하는 호작이란 브랜드 등 업사이클과 함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인 생활에 맞추어 확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도전
이번 페스티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도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진 디자이너 섹션은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제품들로 채워졌으며, 각각의 작품들은 실험적이면서도 대담한 접근이 엿보였습니다. 밀레니얼 디자이너들이 주로 다룬 주제는 환경과의 공존, 감정과 정체성의 표현이었으며, 이는 디자인이 단순히 소비재로 끝나지 않고 개인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던 부분입니다.
전시관 한쪽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이 섹션에서 특히 눈에 띈 작품들은 패션과 예술을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이었습니다. 한 디자이너는 “나만의 이야기를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라며, 디자인이 개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브랜드와 비즈니스로써 디자인의 확장성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로 역할을 수행하고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 또한 이번 페스티벌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다양한 브랜드들이 디자인의 상업적 가능성을 추구하고 더 나아가 브랜드의 철학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돋보이고 있으며, 특히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품들이나 가구들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디자인 트렌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제품 중 자동차는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현대자동차에서는 국내 최초 2도어 쿠페인 스쿠프를 전시했고, 신형 자동차 디자인 과정에서 거쳐가는 클레이 모델도 그대로 가져다 놓아 볼거리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미니어처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인기가 많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와 디자인의 조화는 관람객들에게 일상 속에서 디자이너의 철학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브랜드와 고객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영감과 새로운 가능성을 만난 자리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4는 디자인이 단순히 미적 표현에 머물지 않고 기술, 환경, 사회적 가치를 아우르는 다차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는 디자인이 변화와 도전을 통해 더욱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내년 디자인 트렌드 변화가 더욱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디자인이 단지 상품이 아닌, 생각을 전달하고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은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죠. 디자인이 갖는 사회적, 환경적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아내면서도, 트렌디하고 신선한 감각을 놓치지 않은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4는 디자이너와 관람객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 서울디자인페스티벌(종료)
-기간 : 2024.11.13. (수) ~ 2024.11.17. (일)
-장소 :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
-홈페이지 : https://seoul.designfestival.co.kr/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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