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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토박이 주민이 직접 알려드림 자양동 하루 코스
LIFETravel & Place
토박이 주민이 직접 알려드림
자양동 하루 코스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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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지않아 28년간 몸담은 나의 보금자리를 떠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이사를 간다. 중학생 시절, 당시에도 이사를 가네 마네 하던 때가 있었다. 이곳을 떠나기 싫어 울음을 터뜨렸을 정도로 이곳에 대한 애정이 컸다. 결국 이사는 가지 않았고, 그 당시 나이의 2배가 된 지금까지 이곳과 함께했다.

 

이곳은 바로 자양동이다. 자양동이라고 하면 다들 모르는 눈치지만 건대 근처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는 동네다. 옆 동네 성수동이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지 꽤 오래되었기에 이제는 '성수동 옆 동네'라고 불러도 될 거 같다.

 

 

 

 

자양동은 살기 좋은 동네다. 사실 이거 말고는 딱히 다른 표현은 생각나지 않는다. 동네만의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용한 동네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럼 맛집이 많은가? 아쉽게도 그렇지도 않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NCT 멤버 도영이 자양동 노룬산 시장 떡볶이와 동대문 곱창을 먹으면서 순식간에 자양동 맛집으로 거듭나긴 했지만, 28년 차 자양동 주민으로서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28년의 내공이 한껏 가미된 자양동 하루 코스를 여러분에게 소개해 보려 한다.

 

 

| 고흥 순대국·머리고기 본점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고흥 순대국·머리고기>다. 맛집 선정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명색이 28년 차 자양동 주민이 소개하는 맛집인데 개인적인 취향을 담기보단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곳으로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정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단골손님들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이 식당은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고 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20년은 됐다고 하더라.

 

 

돼지 국밥

 

 

메뉴판을 보니 이 집은 소주가 아직도 4,000원이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반찬은 배추김치, 깍두기, 후추, 청양고추, 새우젓, 쌈장 등 국밥집 근본 조합으로 준비돼 있다. 반찬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 사이 주문한 돼지 국밥이 나왔다. 국물부터 한입.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마치 간이 살짝 된 곰탕을 먹은 기분이다. 고기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했고, 식감은 쫄깃하기보단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잡내가 없다. 음식이 쉬면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릴 정도로 향에 민감한 나에게도 잡내가 1도 느껴지지 않았다. 꼬릿한 향과 쫄깃한 식감의 경상도식 국밥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나에겐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다. 

평일 오전 11시, 해가 가장 높게 떠오르기 전부터 이미 반주를 즐기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12시가 되어가자 어느새 테이블은 가득 찼고, 잔 부딪히는 소리가 식당을 가득 메웠다. 소주를 소주로 해장한다는 기분이 저런 느낌일까.

 

 

 

 

올해 여름 부산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부산하면 국밥, 국밥 하면 부산 아니겠는가. 잔뜩 들뜬 마음으로 부산에서 제일 유명한 국밥집으로 향했다. 웨이팅을 3시간 넘게 하면서까지 겨우 먹었던 부산 국밥집에서 이 집이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였을까. 아무래도 이 집이 나의 기준을 높여버린 거 같다.

 

* 위치: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34길 26
* 영업 시간: 매일 06:00 ~23:00

 

 

| 소문난 떡볶이

 

 

90년대생들에겐 학교 앞에 떡볶이집이 있었다면, 요즘은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꿰찬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모교 앞엔 떡볶이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문난 떡볶이>는 특별하게 '계란튀김'이라는 메뉴가 있다. 아니 있었다. 튀김옷을 입힌 계란을 튀겨 떡볶이 국물에 적셔 먹는 계란튀김은 학창 시절 나에게 최고의 메뉴였다. 떡볶이 국물을 따를 때 가끔 한 두 개씩 딸려오는 떡볶이는 사장님의 소소한 서비스였다. 아침밥 대용이라고 할 정도로 2교시가 끝나면 매일같이 선생님들의 눈길을 피해 몰래 나가서 계란튀김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중학생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 촬영을 핑계로 먹으러 왔다. 들어가자마자 사장님께 계란 튀김 아직도 파냐고 물어보니 없어졌다고 한다. 아쉬운 대로 떡볶이 1인분에 튀김을 시켰다.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다행이다. 맛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 집은 '학생용' 떡볶이를 팔 정도로 타켓이 명확한 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떡은 무겁게 쫀득하기보다는 말랑하게 쫄깃했으며, 맵지도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학교 앞 떡볶이집에서 파는 맛'이었다. 엽O 떡볶이, 신O 떡볶이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점에서 누가 더 자극적으로 떡볶이를 만드는지 대결하고 있는 요즘 오히려 학교 앞 떡볶이가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튀김은 지극히 평범했다. 언젠가 맛봤던 그런 흔한 맛이었다.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말을 걸었다. "계란튀김 없어진 지 7년이나 됐는데 오랜만에 왔나 봐?", "7년 전에 계란값 폭등으로 메뉴가 없어졌어".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너무 오랜만에 방문한 건 아닌지 아쉽긴 했지만 아직 존재한다는 거 자체로 고마운 집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 학창 시절 즐겨먹었던 떡볶이 맛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이곳을 적극 추천한다.

 

* 위치: 서울 광진구 뚝섬로41길 6
* 영업 시간: 09시 30분 ~ 20시 30분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로이베이커리카페

 

 

다음으로 향할 곳은 <로이베이커리카페>다. 내 입맛을 저격해 버린 스콘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여기는 단골들이 자주 찾는 빵 맛집이다. 그 이유가 있었다. <SBS 생활의 달인>에 나온 식빵의 달인이 직접 구워주는 빵은 이미 동네에 정평이 나 있다. 들어서자마자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페 어디를 둘러봐도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는 문구가 없길래 몰랐는데 인터넷 서칭을 해보니 사장님이 식빵의 달인이라더라. 역시 고수는 티 내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보는 법.

 

 

생활의 달인에 나온 사장님

 

 

아메리카노(다크)와 초코 스콘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메뉴를 주문할 때부터 느껴지는 사장님의 친절함은 기다림마저 즐겁게 만들었다. 따뜻하게 데운 초코스콘과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원래 카페에서 커피 말고 다른 건 잘 시키진 않지만 이곳에 오면 무조건 스콘을 시킨다. 다른 카페의 스콘은 퍽퍽해서 목이 막힌다면 여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마치 카스테라를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부드러웠다. 스콘을 한 입 베어 물면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초코 향이 굉장했다. 서비스로 준 생크림을 발라먹으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먹어본 스콘 중에 단연 일등이다. 다만, 커피 맛은 평범했다.

 

 

 

 

평일 오후, 잔잔한 음악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동안 식빵을 사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스콘을 맛보니 다른 빵들이 궁금해졌다. 퇴근하고 사 가야겠다. 

 

* 위치: 서울 광진구 능동로 36
* 영업 시간: 08시~22시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뚝섬한강공원

 

 

이제는 조금 걸어야 될 때가 된 거 같다. 뚝섬한강공원으로 향했다. 나에게 요새 제일 많이 가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곳이다. 최근 러닝을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러닝 크루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지만 요즘은 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에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다. 특히나 평일이라 그런지 더더욱 휑한 느낌이었다.

 

뚝섬한강공원엔 두 개의 자전거 및 산책 코스가 있다. 자양역 2번 출구로 나와 한강을 마주 보고 왼쪽엔 잠실대교로 향하는 코스, 오른쪽엔 영동대교를 지나 성수대교로 향하는 코스. 그중에서도 나는 성수대교 코스를 제일 좋아한다.

 

 

 

 

코스가 직선으로 쭉 펼쳐진 이곳은 근처 주민들에게는 이미 익히 알려진 산책로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풍경이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봄이 되면 벚꽃을, 여름이 되면 푸르게 물든 녹음을, 가을이 되면 억새와 단풍이 우거진 광경을 볼 수 있다. 고개만 살짝 돌리면 보이는 노을 진 한강과 윤슬은 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곳을 지나면 다양한 형태의 행복을 볼 수 있다.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연인들, 뭐가 그리 좋은지 눈만 마주쳐도 웃음을 터뜨리는 학생들, 자전거를 타고 누가 더 빠른지 서로 앞다퉈 달리는 어린아이들, 한강 전경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걷는 노부부. 그동안 나에게 한강은 집 가기 아쉬우니까 맥주 한잔하는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곳을 달릴 때마다 잠깐이지만 스쳐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내가 계속해서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노을 진 한강

 

 

28년, 오랜 세월 함께한 보금자리를 떠난다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차라리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깟 장소쯤이야.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기분은 감출 수 없다. 아직은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보다 떠날 곳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가 보다.

이곳에서 태어나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어느새 어엿한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머물던 곳이기에 그간의 모든 추억을 이 글에 기록할 순 없지만 마지막이라는 이유를 핑계 삼아 자양동을 소개했다. 특별한 게 없어서 더욱 특별했던 이곳이 여러분에게 행복한 하루로 번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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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 글 · 사진

심심한 삶을 지향하는 막내 에디터

태그 #자양동 #동네탐방 #떡볶이 #국밥 #맛집 #빵집 #카페 #서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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