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이제는 길거리 어느 가게를 들어가도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인테리어와 선곡을 만나볼 수 있죠. 여러분도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걸 실감하고 계신가요? 이쯤 되면 신년 계획도 세우면서 하나 둘 새해를 맞이할 준비도 시작해야죠.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새해를 준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달력입니다. 제 경우엔 회사 책상에 올려둔 탁상 달력을 바꾸면 1년이 새로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달력은 과거 농경사회에 혁신을 가져온 존재입니다. 저는 가끔 조선시대에 처음 도입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절기가 21세기까지도 잘 맞아가는 걸 보며 조상님들의 위대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만약 그런 명확한 근거 없이 “날이 좀 더워졌네”, “이제 바람이 차네”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잡담이 길었지만, 달력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접근성과 활용도 측면에서 뛰어난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실물 달력이 외면 받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달력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나 기능에서 차별화된 제품들이 많은데 오늘은 그 중 4가지를 소개해볼까 해요.
사전 정보를 드리자면 저는 매년 탁상 달력을 한 가지 이상 쓰고 있어요. 하지만 주로 지인들에게 남는 걸 받아서, 혹은 선물을 받아서 생긴 달력을 사용하기 때문에(심지어 직장에서 일정 기록 용도로) 이 글은 지극히 입문자의 시선을 통해 느껴진 점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주시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민음사 인생일력
‘일력’이란 이름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한 페이지가 하루 씩을 담고 있는 민음사의 인생일력입니다. 실물 달력을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 장씩 넘기면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특히나 일력은 하루하루 다음 장으로 넘긴다는 점 때문인지 민음사 인생일력은 2018년 처음 출시된 이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몇 년째 민음사 인생일력을 구매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푸른 뱀이 그려진 패키지를 열어보면 엽서와 일력이 들어있어요. 엽서는 마치 연하장(솔직히 직접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용 설명서였어요. 역시 출판사라 그런지, 혹은 주 고객층이 책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걸 알아서인지 센스 있게 구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민음사 인생일력의 가장 큰 특징은 민음사에서 출판하고 있는 동양고전 60여 종에서 365개의 문장을 추려 일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문장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민음사 인생일력의 팬(?)인 지인에 따르면 아침엔 새로운 문장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엔 뜯어낸 오늘의 일력 뒷면에 그 날의 기록을 남겨 잘 모아둔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연말이 되면 모아둔 일력들을 통해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 달력을 소개하고 싶어 졌어요. 집에 두고 하루하루의 나를 조금 더 소중히 돌아볼 수 있게 해줄 것 같은 달력. 민음사의 인생일력입니다.
라이브워크 팔레트 위클리 탁상 달력
두 번째로 추천할 달력은 라이브워크의 팔레트 위클리 탁상 달력(이하 라이브워크 팔레트 주력)입니다. 민음사 인생일력이 하루하루를 신경 써서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달력이라면 라이브워크 팔레트 주력은 조금 더 짜임새 있고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은 달력이에요.
라이브워크 팔레트 주력은 왼쪽의 작은 달력과 오른쪽의 주력이 좌우로 넓게 배치된 레이아웃을 보여줍니다. 시원시원한 구성 때문에 첫인상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 책상에 두면 가장 어울리는 달력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는 직장에서 기한을 준수해야 하는 일이 꽤 많은 편인데 일정들을 탁상 달력 속 작은 한 칸에 적기에는 무리가 있었거든요. 심지어 변동사항이라도 생길 땐 지저분해지기 일쑤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캘린더를 활용하자니 근무 환경에서 휴대폰을 너무 자주 확인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염려도 됐고요. 그래서 라이브워크 팔레트 주력이 더욱 좋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 안의 우리들은 때때로 톱니바퀴에 비유되곤 합니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바쁘게 시간은 흘러가는데 할 일은 놓쳐선 안 되거든요. 삶이 완전히 여유로워진다면 더 좋겠지만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다면 내 일정이라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눈물나는 바람을 가지며 라이브워크 팔레트 주력을 추천해봅니다. 물론 깔끔한 디자인과 다양한 컬러로 삭막한 일터의 책상 위 공간을 보다 감성지게(?) 꾸밀 수 있는 것은 덤이고요. 특히나 좌우로 넓지만 높이가 높지 않아 컴퓨터 모니터(모니터 암이나 받침을 사용하면 적당한 높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래에 두기 좋은 달력으로 추천합니다.
도큐멘토 오렌지 듀얼 데스크 캘린더
앞서 소개한 두 달력이 각각 집과 일터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인상이었다면, 세 번째로 추천할 도큐멘토의 오렌지 듀얼 데스크 캘린더는 나의 일상 속에 두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력에 쓰인 종이나 인쇄 퀄리티, 디자인이며 색감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가장 눈에 띈 부분은 큼지막한 메모 공간이었습니다.
오늘날 실물 달력은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정점에 있는 사물이죠. 앞서 말했 듯 스마트폰으로 대체 가능한 영역이 많아지며 수요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저는 손글씨로 내용을 남겨두는 것과 스마트폰 메모장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편이 좀 더 기억에 남기도 하고, 통화를 하거나 앞에 사람이 있을 때와 같이 스마트폰 메모장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분명 있기 때문이죠.
그 점 때문에 ‘일상 속에 두기 좋은 달력’으로 도큐멘토 오렌지 듀얼 데스크 캘린더를 꼽아봤습니다. 집이라면 식탁 위에 두고 쓰고 직장에 둔다면 책상 옆쪽에 두고 업무 통화를 하면서 필요한 메모를 남겨두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달력과 함께 들어있던 도큐멘토의 2025년 달력 카탈로그에 적힌 ‘사소한 매일의 기록이 더 나은 1년을 만든다고 믿습니다’라는 말이 그 생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고요.
오렌지 컬러 포인트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일주일이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점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도큐멘토에 따르면 일하는 날(월, 화, 수, 목, 금)과 휴식을 취하는 날(토, 일)을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토요일까지 오렌지 컬러로 칠해진 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주말만을 기다리는 직장인의 마음으로 다시 생각해보니 매력 있는 디자인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미학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볼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달력이라 일상 속에 탁상 달력을 하나쯤 들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모멘트스토리지 패브릭 캘린더
마지막으로 가장 이색적인, 그런데 그 점이 매력적인 모멘트스토리지의 패브릭 캘린더를 소개합니다. 린넨 캔버스 천 위에 검은 잉크로 깔끔하게 ‘달력’이 필요로 하는 정보만 쓰여 있는 디자인입니다. 마치 유럽풍 소품샵이나 앤티크한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볼 수 있을법한 느낌이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눈 여겨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시각적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구나’, 제가 느낀 모멘트스토리지 패브릭 캘린더의 첫인상입니다. 패키지 자체도 달력이 가진 분위기와 잘 맞게 크래프트지 상자와 검은 종이로 이뤄져 있어서 이대로 선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제품 설명에도 ‘별도 포장 없이 바로 선물할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사소할 수도 있는 부분에도 공을 들인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더라고요.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철제 파일철을 사용하듯 철심을 수직으로 세워서 받침을 빼고 교체할 달이 가장 앞에 나오게 하면 끝! 만약 실물 달력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모멘트스토리지 패브릭 캘린더가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사실 오늘 소개한 4가지 달력 중 기능적으로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저 역할이 다를 뿐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미학적인 이점이 크거든요.
똑같은 하루일 뿐인데 왠지 더 기대되고 들뜨는 날이 있기 마련이죠. 1월 1일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간은 평소처럼 흘러가는데 많은 것들이 바뀐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날이니까요. 그리고 때때로 내 의지와 달리 변해가는 것들에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아도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1월 1일이 오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바꾼 책상 위 새 달력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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