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꽤 차갑습니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벌써부터 겨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캐럴이 들려옵니다. 평소 모임을 자주 갖지 않는 저도 이 시기가 되면 연말 모임 약속을 잡기 시작합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느냐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역시 ‘무엇을 먹느냐’ 겠죠? 오늘은 연말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심장에 더 큰 떨림을 가져다줄 밀키트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밀키트는 밑 준비를 마친 재료와 양념까지 전부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된 간편식을 이르는 말입니다. 식사(Meal)와 키트(Kit)의 합성어인 밀키트라는 이름부터 짐작할 수 있지만, 재료 준비에 대한 수고도 없고 조리 방법을 따라 하면 손쉽게 맛이 보장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오늘은 파스타 2종, 스테이크 밀키트와 치즈 플래터를 준비했습니다.
쵸이닷 트러플크림뇨끼
첫 번째로 소개할 제품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열풍과 함께 이번 하반기 뜨거운 인기를 얻은 최현석 셰프의 레스토랑, ‘쵸이닷’의 트러플크림뇨끼입니다. 쵸이닷은 이전부터 컬리와 협업을 통해 파스타, 스테이크 등 다양한 밀키트 라인업을 출시해 왔는데요. <흑백요리사>와 함께 밀키트들의 인기도 급상승했습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가 방영된 뒤 쵸이닷 밀키트의 일평균 매출이 30% 이상 상승했다고 하더라고요.
뇨끼(Gnocchi)는 삶은 감자를 반죽해 둥글게 빚은 파스타의 일종입니다. 한국의 옹심이와 모양과 맥락이 비슷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뇨끼는 옹심이에 비해 식감이 좀 더 부드럽고 부재료와 조화로운 맛을 보여준다는 점이 차이겠네요. 혹시 자취생들 사이에서 도는 ‘파스타는 라면만큼 쉽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그걸 증명하듯 쵸이닷 트러플크림뇨끼는 뇨끼와 소스로 단순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뇨끼를 끓는 물에 삶고, 미리 해동해 둔 소스와 삶은 뇨끼를 팬에 함께 볶아주면 끝.
조리 과정은 단순하지만 은은한 트러플 향을 머금은 소스와 기본에 충실한 이탈리아산 뇨끼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쵸이닷 레스토랑에 방문해 본 적은 없고 트러플크림뇨끼를 비롯해 여러 밀키트만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매번 공산품이 이 정도라면 과연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하면서 기대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 이후 밀키트도 몇몇 제품은 품절돼 재입고를 기다려야 했고 레스토랑 예약 역시 그 이상의 난이도를 자랑했으니… (웃음). 이번 연말엔 밀키트로 맛과 분위기를 대신해 보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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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7,110원
팩피 감바스 파스타
두 번째 역시 파스타입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팩피(FAGP)의 인기 메뉴, 감바스 파스타예요. 팩피는 2019년부터 여러 차례 미쉐린 가이드에 빕 구르망(Bib Gourmand : 가이드 레스토랑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는데, 실력과 개성이 검증된 레스토랑답게 휴일에는 예약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밀키트로 먼저 접해보려는 마음으로 선택해 봤습니다.
팩피 감바스 파스타는 새우 오일 소스, 감바스 키트와 이미 한번 삶아서 얼려낸 스파게티 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조리 후 냉동한 면이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로 1분 30초 해동 후 사용하면 알 덴테(al dente : 씹었을 때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의 설익은 상태) 정도의 식감을 느낄 수 있고, 선호도에 따라 조리 시간을 조절하여 면의 식감을 설정할 수 있어 조리 과정을 단순화하면서도 초보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같아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팩피의 파스타는 은은한 산미가 킥이자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적은 없어 잠시 슬퍼지네요). 첫입을 먹을 땐 상상한 맛과 조금 달라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제 경우엔 그 산미가 식사에 다채로움을 선사했습니다. 단독으로 먹을 때보다 다른 메뉴와 조화를 이룰 때 더 탁월한 선택이 된다고 느꼈던 팩피 감바스 파스타가 저의 두 번째 선택이었습니다.
· 팩피 감바스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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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6,900원
마이셰프 토마호크 스테이크
제가 가진 여러 신념 중 두 가지를 먼저 소개하고 싶습니다. ‘파티에 고기가 빠져선 안 된다’와 ‘스테이크를 구울 줄 알아야 멋있어 보인다’입니다. 사실 후자는 저희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인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메뉴는 마이셰프 토마호크 스테이크로 준비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고기 중 분위기를 내기에 가장 좋은 선택은 역시 토마호크라고 생각했거든요. 손잡이처럼 긴 갈비뼈에 갈빗살과 등심, 새우살이 붙어있는 채로 정형된 고기가 마치 토마호크 도끼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토마호크 정형 또는 토마호크 컷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마이셰프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오늘 소개한 밀키트 종류 중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런 말을 먼저 하는 이유는 고기가 크고 두꺼워서 조리의 난이도도 높고, 밑 준비도 상대적으로 까다로웠거든요. 우선 해동 후에도 실온에 20분 정도 꺼내 두어 전체 온도를 균일하게 맞췄습니다. 밑간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고민을 했습니다. 가장 큰 팬을 사용해도 도무지 갈비뼈 부분까지 열을 전달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뼈를 분리해 버리면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구매한 의미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제 선택은 통째로 오븐에 구워 미리 내부까지 열을 올린 뒤 팬에서 겉면을 시어링해 마무리하는 리버스 시어링이었습니다. 비록 제조사가 제안한 조리 순서는 아니지만, 이날 식사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조리하고자 고민한 결과이니 애교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집에 큰 팬이 없다면 여러분도 이 방법을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줄 알면 멋있어 보인다’와 별개로 파괴적인 크기의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왠지 오늘 저녁 식사가 특별해질 것 같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실제로 고기도 가격 대비 훌륭했고요. 물론 밀키트의 본질은 구성 그대로 간편하게 먹을 때의 장점에 있지만 스테이크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고기는 이 제품을 사용하고 소스나 가니쉬는 취향에 맞게 선택해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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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69,900원
샤퀴테리 치즈플래터
홈파티도 파티죠. 파티의 마무리는 분위기를 살짝 띄워줄 수 있는 술 한 잔이 곁들여지는 걸로 정점을 찍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이나 위스키 한 잔과 함께 파티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싶어진다면 샤퀴테리 치즈플래터는 정말 좋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 다만 비닐 포장이 많은 편이라 캠핑 등 야외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샤퀴테리 치즈플래터는 하몽, 초리조, 살치촌 세 가지 스페인 햄과 4종류의 치즈, 그리고 견과류와 절인 올리브로 구성돼 있습니다. 만약 바에서 이 정도 구성을 맛보려면 가격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어서 왠지 조금 더 만족스러웠어요. 이날 구성 중에 주인공보다는 사이드킥 역할에 가깝긴 했지만, 집에서 분위기 좋은 술자리를 가지고 싶다면 그땐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할 정도로요. 과일 향이 풍부한, 시트러스 향이 진한 와인과 페어링하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코멘트를 접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와인 애호가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와인과 함께 곁들여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 샤퀴테리 치즈플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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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19,650원
밀키트는 내가 직접 차려 먹는다는 성취감, 맛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가격적인 부분에서 좀 더 합리적이라는 부분까지 다양한 매력이 있습니다. 설령 내가 차려둔 음식이 밀키트였다는 걸 알게 돼도 “뭐야 밀키트였어?”라고 말할 사람도 없고. 조금의 정성을 들였더니 큰 행복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이날의 기억이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소개해 드린, 혹은 애정하는 밀키트가 있다면 그것과 함께 이번 연말 특별한 하루를 남겨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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