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언제나 설레죠. 반짝이는 거리, 흘러나오는 캐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까지. 이번 연말도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물을 고르던 중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이번 연말엔 어떤 재미와 감동으로 채운 선물을 줄까 이리저리 뒤적거리던 중 펀딩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동그란 디자인과 몽글한 색감이 눈을 사로잡았죠. 조금은 둔탁한 선과 그림 속의 행복이 마음에 들어 펀딩하기를 눌렀습니다. 그런 뒤 다시 보니 장애 예술인의 디자인 제품이라고 하더군요. 문득 예전에 담아두었던 여러 브랜드들이 떠올랐습니다. 발달 장애인과 함께하는 브랜드, 소아암 환자를 위한 브랜드,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그리고 노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브랜드까지. 그동안 저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가치 소비'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어요. 여러분의 가치 소비는 여전히 진행 중인가요? 이번 연말 선물은 제품과 함께 의미를 담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 브이 아트 갤러리
브이 아트 갤러리 강상아 작가의 통통 머그컵 (출처 : 브이아트갤러리)
제가 한눈에 반한 브이 아트 갤러리의 통통 머그컵입니다. 강상아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요. 하나의 잔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일상이 담겨있고, 다른 하나의 잔에는 작가의 반려견 두 마리가 신나게 산책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의미도 좋지만 그저 귀엽습니다. 색도 따뜻하고 제품도 동그랗고 그림도 몽글몽글하고요. 다시 봐도 선물을 받는 친구들이 참 좋아할 것 같은 디자인이에요. 예쁜 제품을 선물할 수 있다는 기쁨에 사회적인 도움이 된다는 의미까지 함께하니 이보다 더 좋은 연말 선물이 있을까요?
브이 아트 갤러리는 브이드림에서 장애 예술인의 작품을 굿즈로 제작해 판매하는 공간이에요. 브이드림은 원래 장애인의 고용 증진을 위한 기업으로, 구직을 희망하는 장애인과 기업을 연결하고 직무를 매칭하고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고른 통통 머그컵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라이프 아이템과 패브릭 제품을 찾아볼 수 있으니 여러 취향의 선물을 골라보길 추천합니다.
| 디스에이블드(THISABLED)
장애를 뜻하는 Disabled에서 한 글자만 바꾸어 생겨난 브랜드입니다. 디스에이블드 역시 발달장애인의 고용을 위해 고민하는 회사에요. 하지만 브이드림과 조금 다른 온도로 고용 시장에 접근하는데요, 바로 '에이전시'로서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Heartism(하티즘 : 마음주의)라는 예술 활동을 지향하며 수많은 하티즘 작가를 지원하고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폐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보다 그들의 내면의 예술성에 집중한 작품들을 사회에 내놓습니다. 작가의 특성보다 그저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는 전시와 제작 굿즈가 아주 매력적인 브랜드에요. 브이 아트 갤러리의 제품군이 조금 아쉬웠다면 디스에이블드를 추천합니다.
| 동구밭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고용보다 친환경 제품으로 먼저 유명해졌지요. 자주나 다이소 등의 쇼핑몰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도 제품력을 보여주었던 기업입니다. 동구밭은 고체 샴푸와 고체 세제가 메인 제품이에요. 저도 동구밭의 샴푸바를 애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있는 줄 몰랐어요. 특히 배스밤은 동구밭에서도 판매하는지 몰랐던 제품이라 이번 포스팅 덕분에 저도 새로운 선물 리스트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제품 모두 플라스틱과 화학 성분을 최소화한 제품입니다. 동물 실험도 일체 진행하지 않고요. 지속 가능한 가치를 위해 자연과의 상생, 동물과의 상생을 고민하는 동시에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회사의 핵심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어요.
동구밭은 계속해서 발달장애인 사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해요. 단순한 고용 수치가 목표가 아니라 퇴사하는 발달장애인이 없는 '고용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고, 또 실제로 한 명의 퇴사자 없이 모두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구밭에서는 발달장애 사원을 '가꿈지기'라고 부른다네요. 동구밭을 가꾸고, 비장애인들과의 관계를 가꾼다는 뜻이랍니다. 동구밭을 통해 가꾸어진 사회적 시선과 지원, 그리고 자립이 더 멀리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 오티스타(Autistar)
오티스타는 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 이라는 이름을 줄여 Autistar 가 되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동시에 빛나는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는 기업이에요. 오티스타도 디스에이블드와 비슷하게 자폐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자립을 지원합니다.
오티스타는 쨍하고 단순한 캐릭터 제품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알록달록 색을 가득 담은 제품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해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특히 저는 디퓨저 제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썸네일을 보고는 그냥 패키지 디자인으로 알았거든요. 찬란한 색감이 가득한 아크릴 오브제가 따로 패키지에 들어있더라고요. 화려한 색감이 주가 되다 보니 연말과 더 잘 어울리는 선물이 될 것 같지 않나요? 칙칙한 공간에 가치를 담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선물, 정했나요? 아직 연말 선물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좋은 아이템이 되었길 바랍니다. 위의 브랜드 외에도 많은 브랜드가 사회적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있어요. 소아암 환자를 위한 땡큐 마이 히어로, 할머니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마르코로호, 발달 장애인과 고령자를 함께 지원하는 보킷 등 여러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따뜻하지만은 않은 연말입니다. 당신의 따스함이 단 한 번 스친 적조차 없는 누군가에게도 따뜻하게 가 닿길 바랄게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또 다른 따뜻함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남은 한 해에도 행복합시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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