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사진집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애월읍 카페
-사진집을 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용한 메뉴만 파는 카페가 있다?
과거에 어부지리로 사진전에 몇 번 참여하다가 호기롭게 개인전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지독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전시회였기에 그나마 드문드문 방문하던 방문객들의 대부분은 지인들로 채워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응모한 한 국제 사진전에서 입상하여 영사와 함께 사진까지 남겼건만 상 이름이 어쩐지 폼이 안 나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았고 상장은 조용히 책장 구석에 끼워두었습니다.
영상 제작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지만 이렇게 기웃거리면서 꾸준히 사진을 찍는 이유는 이미지를 담기 시작한 계기가 사진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상을 담는 일을 모두 ‘영상’이라고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지극히 무리이며 각기 다른 형태의 다양한 장르가 존재합니다. 어떤 이는 영화를 보며, 어떤 이는 방송을 보며, 어떤 이는 광고를 보며, 어떤 이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어떤 이는 중계를 보며, 심지어 최근에는 유튜브를 보고 영상을 시작하기도 하니 모두 활약하는 분야가 다르고 그 시작과 계기도 제각각입니다.
제 경우는 사진을 시작으로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영상 제작에 발을 들였기에 사진에 관련해서는 여전히 동경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평소 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 등을 찾아보며 영감을 받는 것 이외에도 사진집을 꾸준히 구매해 보면서 이런저런 이미지에 대한 영감을 받는 것도 좋아합니다.
다만 사진집을 꾸준히 구입한다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꽤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다양한 사진집을 보고 싶을 때면 ‘슬로보트(Slowboat)’로 향합니다. ‘슬로보트’는 애월읍 초입인 하귀리에 위치한 카페로 도시의 끝과 제주의 모습이 시작하는 경계에 위치한 곳입니다.
바다와 1차선 도로만큼의 간격만 두고 단독 건물로 지어진 ‘슬로보트’는 돌을 이용한 벽면과 현대식 외관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습니다. 창은 바다 쪽으로 큼지막하게 나있는데, 마주 보고 우측으로는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 특유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화려한 해안선이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카페란 점은 제주에선 특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풍경과 함께 내부의 분위기는 여타의 바닷가 카페와는 사뭇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