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를 즐길 수 있는 서울 힙플레이스 Top 4
Feat. 시그마 24-105mm F4 DG OS HSM
세기프렌즈 3기 '호타' 신재호
영상 먼저 보고 가실게요.
유행은 돌고 돈다, 뉴트로
뉴트로 스타일의 고깃집, 88 선수촌
2020년. 요즘 '뉴트로'가 굉장한 화두입니다.
사실 '뉴트로'는 지난 몇 년 동안 패션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휠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옛날 운동화 제품을 재생산하여 판매하고 있고, 최근에는 샤넬과 버버리,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들도 복고 제품을 재출시하고 있습니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의 경우에는 출시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하네요.
이런 기세를 몰아 이제는 서울 전역에서도 카페, 레스토랑, 오락실, 술집, 빵집 등 업종 구별 없이 뉴트로와 관련된 곳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대체 뉴트로가 뭔가요?!
서울 풍물시장 내 청춘일번가 / Sigma Art 24-105
'뉴트로'라는 단어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Retro(복고) + New(새 것)의 합성어입니다. 뜻 그대로 새롭게 해석하는 복고입니다.
예를 들어 '뉴트로 스타일'의 카페라면 촌스러워 보이는 벽지, 떼묻은 소파, 옛날 디자인의 컵과 그릇, 철 지난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꾸며놓습니다. 물론 메뉴는 요즘 메뉴입니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복고는 예전에도 있어왔지만, 이전에는 향수에 호소하여 중장년층은 공략했다면 지금의 뉴트로는 해당 제품과 그 문화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1020세대들을 공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에 뉴트로나 레트로를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사진과 글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지난 몇 년간 ○○당, ○○옥, ○○상회 등의 옛날 이름 느낌의 상호와 상표 출원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네요. 다만 이런 뉴트로 열풍도 인형뽑기방처럼 몇 개월 못가고
또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뉴트로 힙플레이스 Top4 소개!
세운상가에 전시되어 있던 구형 TV들. 한 대 갖고싶습니다.
찰나의 유행이든, 오래 갈 수 있는 메가 트렌드가 되든 뉴트로는 저 같은 갓 서른에게도 즐겁고 신선한 즐길거리입니다.
워낙 여기저기서 뉴트로와 헤리티지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아마 누구든 간에 뉴트로를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쉽게 뉴트로 감성을 즐기실 수 있는 힙플레이스 네 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뉴트로 소품과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면 '서울 풍물시장'
레트로 스타일의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하다면 서울 풍물시장을 추천드립니다. 신설동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풍물시장은 다양한 중고 가구 및 소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입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데려가도 될 정도로 한국의 과거와 사연이 담겨있는 물건들이 많아 구경하기가 좋습니다.
서울풍물시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동묘 시장은 무한도전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가보면 젊은 친구들도 꽤 많이 있는 편인데,
서울풍물시장의 경우 아직 젊은 층은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로 옛 제품을 판매하긴 하지만, 어떤 매장들은 새옷과 새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잘 구경하셔야 시간을 절약하실 수 있습니다. 2층에 주로 레트로한 제품이 많이 몰려있는 것 같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옛날 잡지와 교과서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격은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문의달라고 써있는데, 아마도 저렴한 가격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역시 보존만 잘하면 숙성이 될 수록 돈이 되는군요.ㅎㅎ
청춘일번가에 가신다면 꼭 이발소를 구경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무벽, 괘종시계, 이발소 의자까지 정말 과거의 이발소를 상상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동네가 그런건지 젊은 손님은 없고 어르신들만 있었습니다. 요즘 포마드 스타일이 다시 유행이라 서울 각지에 바버샵이 생기고 있는데, 여기 이발소도 바버샵 느낌으로 운영을 하면
더 다양한 세대의 손님들을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뉴트로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세운상가'
종로 4가에 위치하고 있는 세운전자상가는 1968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종합전자상가라고 합니다.
미국의 팔로알토가 실리콘밸리의 유명 창업자들이 모인 장소라면, 한국은 세운전자상가 그렇다고 합니다. TG삼보, 한글과 컴퓨터, 코맥스 등의 기업들이 이 곳에서 처음 시작을 했다고 하네요.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세운 상가에는 뛰어나신 기술자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전자부품, 음향기기, 컴퓨터 기기의 장인들이 많다고 하네요. 지금의 청계천 산책로가 있기 전에는 고가도로가 있었고,
그 아래에 다양한 상가들과 상인들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청계천에서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청계천에서 탱크나 로보트 태권V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술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세운 상가가 유일하게 로보트 태권V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을 위해 세운 상가에 두 번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운이 좋아 처음 촬영 간 날에 '도시기술장'이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들도 젊은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시도 젊은 분들이 주도해서 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세운상가가 진짜 '뉴트로'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층들이 들어와서 장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의 마케팅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자신의 나이 보다도 더 오래된 곳에 가게 또는
카페를 세우기도 합니다. 서울시에서도 세운상가의 장인들이 청년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고,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뉴딜일자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또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뉴트로'란 딱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뉴트로 인생샷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세운상가 6층을 추천드립니다. 옛날 복도식 건물에 나무로 된 난간이 있고, 위에 천장이 뻥 뚫려있어서 빛이 너무 잘 들어와, 모델을 찍기에 좋은 곳입니다.
실제로 출사를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 세기피앤씨에서 최근에 열었던 시그마 렌즈 체험 행사도 이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서울시의 지원으로 세운상가가 외관을 완전히 리모델링 했는데, 내부에 이런 공간은 그대로 남겨 두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나 건축물도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이자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 가보면 정말 옛날 영화의 느낌을 그대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보존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세운상가 안에는 이미 뉴트로로 유명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호랑이 커피가 가장 유명합니다. 여기는 언제가도 줄을 서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예 엄두를 못냈고, 월요일 오전에 갔을 때도 사람이 꽤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왔네요.
주말에는 이 계단에 젊은 분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 음식, 커피와 함께 즐기는 뉴트로 '힙지로'
인스타그램에 예쁜 뉴트로 카페 사진을 올리고 싶으시다면, 을지로를 추천드립니다. 을지로 역시 세운상가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는 카페들이 많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에 젊은 창업가들이 입주하여 만든 카페들입니다. 건물이 오래돼서 월세가 저렴한 건지, 아니면 재개발을 기다리느라 건물주분들이 일단은 저렴하게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사장님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도이농 쌀국수' 집이 너무 눈에 잘 띄더군요. 롯데 호텔과 전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등, 최신형의 고층 빌딩 사이에 떡하니 오래된 건물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깥에는 이 곳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간판들이 걸려 있어, 귀신에 홀린듯 이 건물에 들어오게 되는 것 같네요.
대충 인테리어를 한듯, 꼼꼼하게 해두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더러워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일반적으로 가는 음식점에 비해 깨끗한 느낌은 아니거든요.
웃기게도 이런 음식점이 태국에 있었다면, 그냥 일반적인 길거리 음식점일 겁니다. 하지만 서울 을지로에 있기 때문에 '컨셉을 이렇게 잡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젊은 창업가들에게 뉴트로 인테리어란 세월의 흐름을 가식적으로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맛은 좋은데 가격은 전혀 레트로하지 않습니다. (쥬륵)
'도이농 소고기 쌀국수'의 장점 중 하나가 근처에 유명한 뉴트로 카페들이 많다는 겁니다. 소화가 되기 전에 카페에 들어가서 다시 배에 무언가를 채워넣을 수 있습니다.ㅎㅎ
커피한약방과 혜민당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커피한약방'과 '혜민당'입니다. 실제로 허준 선생님께서 환자에게 침을 놓았던 자리라 커피한약방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조선시대에 왕립 서민 의료기관인 '혜민서'가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일제 시대에 지은 건물처럼 인테리어를 바꿔서 창문이 길고 높습니다. 안에는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있던 자개들이 붙어 있습니다.
한 번 가서 사진 찍기에 정말 좋은 곳이고, 커피 맛에 또 찾게 되는 곳 같습니다.
| 청년 창업가들이 소개하는 뉴트로 '용산 열정도'
밤에 뉴트로를 즐기고 싶다면 용산의 열정도를 추천드립니다. 열정도는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서 만든 음식점/카페 거리입니다.
워낙 외관과 인테리어가 특이하고, 맛집이 많아 방송에도 여러번 출연한 곳입니다.
사실 옛날 느낌의 오락실인 '콤콤오락실'을 찾다가 우연히 열정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콤콤오락실은 레트로 풍의 오락실로, 이태원과 익선동에도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뜯어진 벽지와 진짜 별거 없는 인테리어지만, 요즘 흔히 찾기 어려운 옛날 게임들이 손님들을 자리에 앉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 있던 게임 <캐딜락>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서 하던 게임이 있더군요. 신나게 두들기다가 문방구 아저씨한테 살살 누르라고 혼나기도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형들이 새치기해서 투닥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열정도에서 가장 유명한 두화당
아무것도 없던 거리, 너무나 평범하고 오래돼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거리가 '뉴트로'라는 이름이 붙으니 다시 사람들이 오는 것 같습니다.
쭈꾸미도 괜찮고, 숯불 갈비도 맛있어 보이지만 이 날은 제가 이미 식사를 하고 간 상태라 그냥 가볍게 커피 한 잔만 마셨습니다.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으시다면 용산의 열정도도
괜찮은 곳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조명이 알록달록 예뻐서 밤에 데이트하기에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을 돌며 느끼는 뉴트로에 대한 나만의 재해석
<트렌드 코리아 2019>는 뉴트로의 주요 고객은 1020의 젊은층이고, 그들이 뉴트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신선함과 역설적이게도 부족함에서 느낄 수 있는 충족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읽고 또 읽어봐도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뉴트로와 관련된 미션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머리가 아팠습니다.
대체 뉴트로가 뭘까? 왜 사람들은 뉴트로에 열광할까? 사람들은 촌스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일 년 지난 옷만 봐도 그렇습니다.
추운 날씨에 백화점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산 평창 롱패딩은 다음 겨울에는 입지 않습니다.
사실 뉴트로는 촌스러움에 아주 약간의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더한게 다입니다. 그런데도 뉴트로는 촌스러움을 넘어서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콘텐츠거든요. 이런 이유에서인지 뉴트로는 남들이 아직 잘 모르는 미개척 분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딱 좋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모든 사람이 뉴트로를 즐길 때가 되면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구들이 또 다른 콘텐츠를 찾아 이동하면서 그 불씨가 꺼질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마치 인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유명해지면 더 이상 그분들을 팔로우 하지 않는 것처럼요.
세운상가. 새 건축물 위에 옛 건축물.
그래도 저는 '뉴트로'라는 신문화에 대해 감사할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을지로, 세운상가, 용산 열정도. 모두 우리가 놀기 위해 가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촌스럽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오래된 건물이라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던 곳들이 뉴트로에 의해 재발견된 느낌입니다. 아무리 찰나의 유행일지라도,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던 건물들과
지역들을 다시 둘러보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라 변질될 수 있겠죠)
그리고 청년들이 '뉴트로'라는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와의 세대 차를 좁히고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냈다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물론 그 청년들이 40년도 더 된 건물에 카페를 지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문화적인 요소를 발견한 건지 아니면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들어간 건지 말이죠. 이유가 어떻든 간에
세운상가를 보면 뉴트로가 주는 순기능이 보입니다. 할아버지들이 운영하는 40년 된 가게 옆에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오고, 손님들이 그 지역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기성세대의 삶을
발견하게 되죠. 여기서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뉴트로의 의미 또한 그러합니다. 저는 뉴트로를 굳이 어떤 시대를 표현하는 아이콘, 제품, 브랜드, 양식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높고 높은 최신식 건물들 사이에 있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에서도 뉴트로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고, 매일 변해가지만, 건물에 그대로 남아있는 세월.
그게 바로 헤리티지이고, 그 헤리티지가 현대의 것과 잘 어우러진다면 그게 뉴트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계속해서 새로운 트렌드들이 등장할지라도 뉴트로만큼은 계속해서 그 형태를 변화시켜가면서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SAEKI FRIENDS 3기
신재호 (호타) I 스튜디오 운영, 리뷰어
3차 정기미션 "요즘 옛날, 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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