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떠나는 느림보 여행
청산도 / 완도 명사십리해변 / 강진 소소원
세기프렌즈 3기 '스텔라' 이승하
a9 + Sigma 50mm art 1.4
4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꽃.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은 길거리만 걸어도 화려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추위를 극도로 많이 타는 나에게 4월은 아직 활동하기 좋은 계절은 아니다.
특히 주 활동지가 서울과 강원도인 나에게 봄은 여전히 긴 겨울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서울보다 더 따뜻한 곳, 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고민하다 남도 여행을 떠올렸다. 자주 찾았던 경남보다 평소에 잘 가보지 못했던 전남으로 행선지를 잡고
어떤 컨셉의 여행을 할까 고민했다. 따뜻한 곳, 꽃이 가득 피어있는 곳 그 곳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선택한 '느림보 여행'
섬 전체가 '슬로 시티'라고 불리우는 '청산도'
바다를 바라보면 느릿느릿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완도 명사십리해변'
90년전에 지어진 한옥에서 바쁜 현대인의 삶을 잠시 던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강진 소소원'
이 세 곳을 찾아 평소와는 다른 느리고 여유로운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강진 소소원
a9 + Sigma 50mm art 1.4
강진 소소원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에어비엔비가 무척 적었던 해남, 강진 지역에서 가장 많은 후기를 자랑하던 곳.
하루밤 잠시 머무를 요량으로 예약을 했는데 왜 하루만 머물렀을까 아직도 많이 아쉬웠던 곳이다.
소소원은 90년댄 한옥을 최소한으로 개조했다. 2인실 하나, 1인실 하나. 그리고 호스트 부부가 머무르는 방이 있고 공용 공간에는 부엌과 작은 거실, 화장실과 욕실이 마련되어 있다.
늦은 밤 소소원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는데 어째 방이 쉽게 데워지지 않았다.
"혹시 보일러 온도는 어떻게 조절하나요?" 라고 호스트께 여쭈었는데 이곳은 장작으로 불을 지펴서 방을 덥히는 정말 옛날 방식이었다.
그리고 나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니 공기는 차갑지만 이불속은 뜨끈뜨끈하니 딱 좋았다. 보통 전등을 끄고 나고 조금 후에는 어둠에 눈이 적응을 해서 대충 실내가 보이곤 하는데
이곳이야말로 정말 '칠흑같은' 어둠속에 있어서 해가 떠오를때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a9 + Sigma 50mm art 1.4
숙소를 정할 때 꼭 개별 화장실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데 이 곳은 그부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체크인 하고 나서야 공용 화장실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공용 화장실을 가려면 무조건 방 밖으로 나가서 실외를 거쳐야 한다는 것.
차마 끝까지 경량 패딩을 벗지 못하고 까치발을 들어 총총 걸음으로 툇마루를 건너 거실로 쏙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호스트 부부가 작은 벽에 미니 프로젝터 빔을 쏘아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사뭇 이질적이었다.
소소원 주변으로 백련사, 다산초당, 가우도 등 강진의 볼거리들이 많아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였던 완도까지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천천히 여유있는 여행을 하기에 제격이다.
소소원에서 밤을 보내고 드라이브 하듯 완도, 해남, 강진을 둘러 보기에 참 좋은 곳.
a9 + Sigma 50mm art 1.4
소소원을 지키는 진돗개 산이와 이제 막 태어나 사람이 너무나 좋은 프렌치 불독 돌이, 느릿느릿 마당에서 식빵 굽기를 좋아하는 냐옹이까지.
동물 친구들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
복작거리는 일상에 지쳐있다면 꼭 한번 찾아가길 추천하고 싶은 소소원. 샤워를 위해서 다시 차가운 방 밖으로 나가야하고 해가 지면 마을 전체가 어두컴컴해져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없지만
그 덕분에 느리게 흐르는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기 참 좋은 곳이었다.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변
a9 + sel24105g
고운 모래가 참 아름다운 명사십리해변. 완도에서 다리 하나 건너 신지도에 위치해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완도군 신지면.
모래가 우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들렸다 하여 명사십리라고 불리우는 이 곳은 남해안에서 가장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우리는 해수욕 보다 일몰을 구경하기 위해 명사십리 해변에 들렀다.
남도 여행을 떠나기 전 세기프렌즈 모임에서 꼭 캠핑 의자를 챙겨가라는 조언을 들었었는데 그 의자를 여기와서 드디어 꺼낼 수 있었다.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맑은 바다. 서서히 태양이 저물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색깔을 가장 바다 가까운 곳에 앉아 보는 여유를 즐겼다.
청산도
a9 + sel24105g
청산도야 말로 느림보 여행에 가장 핵심이 되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4월동안 슬로시티 걷 기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유채꽃이 만발하는 이 때 청산도에 가장 관광객이 많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평일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섬에 들어가 버스를 타고 청산도를 즐길 수 있었다.
청산도 섬 전체를 걸으려면 6~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카메라를 이고 지고 그 시간 동안 걷기는 무리라서 순환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1일 정액권으로 승차권을 구입하여 청산도의
유명한 관광 명소들을 하나하나 들린다. 배차는 40분 간격으로 있어서 한 장소를 30~40분 정도 구경하고 다음 버스에 올라타면 되는 무척 편리한 교통 수단이었다.
a9 + sel24105g
하지만 버스만 타고 다니면 느림보 여행에 맞지 않으니 우리는 몇 정거장은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돌담길, 유채꽃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푸르른 보리밭이 펼쳐졌다. (보리 맞겠지?)
게다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제비를 본 건 처음이었다. (어쩌면 제비 자체를 처음 봤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할머니댁에 제비집이 있었던 기억은 나는데 제비가 정확히 어떻게 생겨서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정보가 없었다.
그런데 청산도에서는 정말 참새만큼 많았던 제비들. 깨끗하고 평화로운 동네라는 걸 보여주는 증표 같았다.
a9 + sel24105g | a9 + Sigma 50mm art 1.4
순환버스를 타고 다시 항구로 돌아오는 길.
유채꽃도 아름답지만 가을엔 단풍도 정말 장관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기사님 덕분에 또 한번 청산도에 와야할 이유가 생겼다.
그때는 청산도에서 하루 숙박을 하면서 정말 천천히 걸으며 청산도를 여행하리라 다짐했다.
말도 빠르고 성격도 급한 나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주었던 남도 느림보 여행.
저녁이 되면 더 화려하고 밝아지는 서울과 달리 내가 찾은 곳들은 도로에 가로등도 몇개 없어 더욱더 짙은 어둠에 잠겼다.
오히려 그 덕분에 외부의 반짝거리는 수많은 존재들이 아닌 나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은 아니었을까 싶다.
SAEKI FRIENDS 3기
이승하 (스텔라) I 트래블로거
2차 정기미션 "Play the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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