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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세프4기 박성혜 2차미션
SAEKI세기프렌즈
세프 4기 대안여행 :
잠시 도망가고 싶어!
2021.02.19
194 0

잠시 도망가고 싶어!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기'

 

  세기프렌즈 4기 '헤이스' 박성혜  

 

 


 

Sigma Art 14mm F1.4 DG HSM

Sigma Art 20mm F1.4 DG HSM

Sigma C 45mm F2.8 DG DN

Sigma Art 105mm F1.4 DG HSM

Sigma Art 135mm F1.4 DG HSM

Zeiss Batis 85mm F1.8

 

본 포스팅에 게시된 사진들은 상기 렌즈로 촬영하였습니다.

 

 

편리함이 나를 지치게 할 때

여행을 결심하는 첫 순간의 이유는 사소하다.

어느 날 무심코 돌아본 내 주변이 지나치게 '멋지다'는 것!

나를 에워싼 완전무결한 문명의 편리를 발견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다. 분명 최고의 합리를 기대하였음에도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이 든다. 마치 이 성취가 나를 옥죄는 것 같다.

​​(본 게시글의 사진은 개인의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실제 존재하는 공간의 의미와 관련이 없습니다)

 

주차장

Zeiss Batis 85mm // F1.8 1/200 iso 1250

 

네온 표지판

Zeiss Batis 85mm // F1.8 1/100 iso 1250

 

건물 내부

Zeiss Batis 85mm // F1.8 1/250 iso 1250

주변의 너무 많은 것들이 나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있진 않은가?

길을 알려주는 것이 좋으면서도 싫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도 잘 모르겠다.

99일을 편히 다니며 문명의 혜택에 감사하다가도, 나머지 하루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생각에 사로잡힌다.

 

바닥과 발

Sigma Art 14mm // F1.8 1/160 iso 1250

도망가고싶다.

화려한 건물 내부

Sigma Art 14mm // F1.8 1/40 iso 400

 

초점이 나간 화려한 건물 내부

Sigma Art 14mm // F1.8 1/100 iso 1000

그런 날에는 현대적이고 심미적 질서를 가진 곳이 어지럽게 느껴진다. 공간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철역 입구   무인발권기

Sigma Art 14mm // F4.5 1/160 iso 100 (좌) F2.0 1/250 iso1000 (우)

도심 - 남산타워가 보이는

Zeiss Batis 85mm // F2.5 1/4000 iso 320

편리함을 가까이 하느라 무언가를 멀리 밀어내 버렸던 것 같은데, 그 무언가가 애당초 무엇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그곳으로 다가가고 싶어도 이미 나는 추구해 온 편리 속에 갇혀있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더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019, 66쪽.

 

 

 

처음엔 그저 꽃구경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일상의 불만으로 시작된 여행이 또 다른 불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여행을 가도 재미가 없는 경우도 많다. 여행지에서 시큰둥하게 행동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괜히 짜증을 내고 일행에게 예민하게 군다. 원인 모를 약간의 불만만 떨치면 되는 것이었는데도..!

분명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예쁜 꽃이 잔뜩 개화할 시점에 맞추어 원하는 장소에 갔는데도 왜 내 속의 묘한 가시는 뽑히질 않는 걸까?

벚꽃

Sigma C 45mm // F2.8 1/3200 iso100  

 

벚꽃과 석조건물

Sigma Art 20mm // F5.6 1/400 iso100

멀리 보이는 석조건물과 봄꽃   멀리 보이는 석조건물과 봄꽃

Sigma Art 105mm // f5.0 1/640 iso100

 

역광이 비추는 벚나무

Sigma Art 20mm // F16.0 1/60 iso400

 

자목련   자목련 봉우리

Sigma Art 105mm // F2.2 1/400 iso100 (좌) F2.0 1/640 iso100 (우)

예쁜 꽃을 보며 와- 감탄하기, 사진 찍기, 햇빛 맞으며 앉아있기. 모두 다 했는데 왜...?

치마도 입고 갔는데 정말 이상하게 내 본심은 봄꽃의 풍경으로 설득되지 않는 상태였다.

 

내려가는 넓은 공터와 둘씩 걷는 네 사람

Sigma Art 105mm // F8.0 1/125 iso100

결국 집에 와서 가장 먼저 손이 가던 사진들

 

낡은 외부 계단   낡은 외부 계단

Sigma Art 105mm // F5.0 1/100 iso100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019, 81쪽.

 

 

 

나는 무엇을 그리워했던걸까

이 날 막히는 길을 벗어나 그동안 다니지 않던 다른 경로로 접어들었다. 평소라면 막히더라도 주로 다니는 길을 선택했을텐데, 왠지 이날따라 다른 길로 가면 아무렴 어떻냐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길을 운전하다 골목 중간쯤에 차를 적당히 대고 내렸다.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한 주택가 곁의 산책로. 좁은 길가에 요란하게 피어있는 벚꽃나무가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안전운전 표지판과 도로 옆 벚꽃

Sigma Art 105mm // F2.8 1/125 iso100

 

벚나무와 오래된 기계   표지판과 벚꽃

Sigma Art 105mm // F2.8 1/1600 iso100 (좌) F1.8 1/4000 iso100 (우)

 

다리 위 어른과 아이

Sigma Art 105mm // F1.8 1/3200 iso100

찰나의 순간이었다. 다리를 건너던 중, 두 사람은 잠시 멈춰 흐르는 물을 바라보다가 그들이 걸어온 반대편으로 멀어져 갔다. 나는 이 사진을 찍으며 우리 가족, 부모님,

그리고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 모두가 몹시 그리워졌다. 일정을 변경하고, 낡은 아파트 단지를 검색해서 방향을 틀었다.

재건축을 앞두고 마지막 봄을 맞이하는 광명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발견했다. 물론 그동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다.

 

버려진 도자기들   변색된 철문과 오래된 벽

Sigma Art 105mm // F1.6 1/2000 iso100 (좌) F4.5 1/60 iso100(우)

 

갈라진 벽 아래 보라색 꽃들   오래된 계단과 갈라진 난간

Sigma Art 105mm // F8.0 1/100 iso100 (좌) F1.4 1/800 iso100 (우)

사람의 손길, 누군가 지나간 곳, 햇빛, 어느새 자라난 풀들 ··· 무언가의 흔적이 깃든 자리는 은밀하면서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벚꽃

Sigma Art 105mm // F1.4 1/8000 iso100

 

표지판과 벚나무   벚나무 아래 달리는 오토바이

Sigma Art 105mm // F4.5 1/250 iso100 (좌) F1.4 1/1600 iso100 (우)

결국 낡은 아파트의 보도블럭 위를 이리저리 걷고 나서야 마음이 누그러졌다. 누군가의 집 근처를 서성이며 그리운 시절을 떠올린다니, 이곳에 사는 사람이 들으면 조금 소름 돋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내던 곳들은 이제 모두 없어지고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섰거나, 추억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낯선 장소들이 전부이다. 오래전 유행하던 노래를 들으며 저마다의 과거를 떠올리듯,

해가 질 때까지 낡은 아파트 단지를 거닐며 떠오르는 많은 기억들을 실컷 그리워했다. 일정을 변경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벚꽃

Sigma Art 105mm // F1.4 1/8000 iso100

 

오래된 건물 앞 벚나무

Sigma Art 105mm // F2.8 1/800 iso100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뜻밖의 사실'이나 예상치 못한 실패, 좌절, 엉뚱한 결과를 의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019, 22쪽.

 

 

 

이왕이면 지저분한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작년이었던가, 한창 을지로 3가 공업사 뒷골목에 빠져 인적 드문 길을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망가진 것이 많다기 보다 제대로 붙어 있는 것이 더 적었던 곳의 인상은 몹시 신선했다.

그 뒤로 개발을 앞둔 주거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과 세월의 흔적으로 낡아버린 건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는 골목을 헤메며 누군가의 삶이 남긴 흔적들을 관찰했다.

그 흔적들은 낯설지만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치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많았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었다.

 

오래된 건물 외벽   오래된 건물 외벽 사이   오래된 건물 외벽

Sigma Art 135mm // F8.0

 

모여있는 폐지   유모차 위 모여있는 폐지

Sigma Art 135mm // F5.0

내가 모르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던 것들.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순간은 정말 재미있다. 조용한 골목길을 혼자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면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던 아저씨가 여기 찍을게 뭐가 있냐며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등이 굽은 할머니가 대문 안에서 집안일을 하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낡은 화분에 심은 꽃이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장면을 바라보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참을 서있던 적도 있다.

그 순간 나는 아주 먼 곳에 다녀온 것 만 같았다.

 

오래된 건물 입구

Sigma Art 135mm // F5.0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봉투   반지하 창문과 그 앞에 대놓은 자전거

Sigma Art 135mm // F5.0

나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떠나고 싶다'라는 말은 새로운 여행지로의 도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절박한 고백이었음을 인정한다. 다만 떠나는 행위를 여행에 빗댄 은유가 의미하듯

언젠가 돌아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글의 초입에서 이야기했던. 문명을 추구하기 위해 일찍이 밀어내버린 것의 정체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스스로의 존재를 잊고 있었고, 사라져가는 개성을 기억하기 위해 현재를 벗어나는 여행을 꿈꾸는가보다. 낯선이가 사는 낡은 아파트와 깨질 듯한 화병의 꽃을 보며

과거와 미래 사이를 헤메이는 여행의 끝.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모든 경험의 순간이 나 자신을 현재로 이끄는 힘이 되어준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오래된 옷걸이   담벼락 위로 올라온 라일락

Sigma Art 135mm // F5.0 1/60 iso100 (좌) F2.0 1/1600 iso100 (우)

 

옛날 주택 앞 자전거   옛날 주택 앞 자전거

Sigma Art 135mm // F2.2 1/1000 iso100

털이 엉킨 채 눈을 감고 있는 턱시도 고양이   털이 엉킨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턱시도 고양이

Sigma Art 135mm // F1.8 1/500 iso100 (좌) F3.2 1/60 iso100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019, 82쪽.

 

 

 


 

SAEKI FRIENDS 4기

박성혜(헤이스)   I   프리랜서

2차 정기미션 "대안여행"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ombaybhy

블로그 : https://blog.naver.com/travelicious_hayes

유튜브 : 헤이스의 하루여행 Hayes with U

태그 #세기프렌즈4기 #세프4기 #헤이스 #박성혜 #대안여행 #생각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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