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카메라와 함께한 대만 여행
with ILFORD XP2 Super 400
세기프렌즈 3기 '스텔라' 이승하
이번 대만 여행에서 메인으로 쓰는 소니 카메라, 영상용의 고프로 말고도 한 가지 더 챙겨간게 있다.
바로 일포드 흑백 일회용 카메라.
세기 프렌즈 활동을 시작하며 발대식에서 선물로 받은 카메라인데 일회용 카메라, 그것도 흑백 일회용 카메라는 태어나서 처음이라 무척 설레었다.
일반 흑백 카메라 현상시에는 흑백 필름을 전문으로 현상할 수 있는 곳에서만 해야하지만 이 카메라는 C41Process로 일반 필름 현상하는 곳에서도 현상이 가능하다. 게다가 저조도 실내 촬영시 사용할 수 있는 플래시까지 내장 되어 있는데 플래시 한 번을 못 터트린게 너무나 아쉽다.
떨리는 첫 사진. (사실 이 전 사진들은 실내에서 찍었더니 아주 컴컴하니 하나도 나오지 않았음.)
내가 좋아했던 1983 호스텔에서 하루 머무른 뒤 대문 앞에서 찍었다.
27장 밖에 찍을 수 없으니 정말 의미있는 곳, 의미있는 장면만 찍겠다고 다짐했다.
찍은 후 사진을 볼 수 없으니 내가 제대로 찍고있는가 헷갈리기도 한다.
디지털 사진이었으면 발목이 잘렸다며 다시 찍었겠지만 필름사진이니 하하 웃으며 넘어간다.
일회용 카메라를 처음 써보다 보니 손가락을 조심해야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많은 사진들에 손가락이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이럴 때 플래시를 터트렸어야 했는데! 이 곳은 실내는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늦은 시간이었을까? 상당히 어두웠나보다.
타이난 공자묘 앞에서 애인과 사이 좋게 한장씩 찍은 사진.
비록 손가락이 뿅 하고 나왔지만 아침 햇빛이 싱그럽게 잘 느껴지는 것 같아 좋다.
타이난보다 조금 흐렸던 타이페이에서의 기록.
얼마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초어요정(初魚料亭).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대만의 오마카세.
지불한 가격에 비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점심.
타이페이의 에어비엔비는 내가 머물렀던 곳 중 손꼽히게 좋았던 곳이다.
1박에 20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 만큼 호텔 이상의 서비스와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특히 웰컴 푸드로 호스트가 직접 구워낸 바나나 파운드 케익은 정말 최고였다. 흑백 사진이라 탄산수인게 티가 나지 않지만 샴페인 말고 탄산수로 우리끼리 소박한 웰컴 파티.
타이페이 에어비엔비에서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바로 테라스. 에어비엔비 이름 자체가 Writer's terrace 일 정도로 테라스가 아름답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혼자 이곳에서 일도 하고 책도 읽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은 국부기념관.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시정부 근처라 산책 겸 들렸다.
원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내 사진 칼같이 보정하는데 흑백은 흑백 자체로 남겨두고 싶어서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5일 동안 스물 일곱장. 그중에서도 어둡거나 손가락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겨우 절반정도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카메라를 들고 다녔음에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필름현상을 맡기고 스캔본을 받기까지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알람을 맞춰두고 기다렸다.
문자가 언제 오려나, 언제 내 사진 파일을 받아볼 수 있을까. 마치 합격자 발표날 끝없는 새로고침을 하는 것 처럼.
이미 여행을 다녀온지 꽤 시간이 흘러 내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감도 오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 더 서프라이즈 선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카메라와 현상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먼 여행을 떠날 때 꼭 한 번씩 챙겨가야겠다.
정말 정말 재미있는 흑백 일회용 카메라, 다음엔 어디를 함께 갈까?
SAEKI FRIENDS 3기
이승하 (스텔라) I 트래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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