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영화 '청설'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세기프렌즈 4기 '감군' 감민철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볼 예정이신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세기프렌즈에서 받은 세 번째 미션은 나의 인생영화이다. 마블 같은 시원시원한 영화를 주로 보았기 때문에 미션을 받고서 잠시 고민을 했다. 이번 미션 또한 나에게 큰 도전이 되겠구나!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고 설레고 미치게 만들었던 영화를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지만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나에게 강한 메세지를 줬던 영화를 아직 못 봤다는 거겠지.
그리고는 곧바로 친구에게 나를 위해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가 있냐는 질문에 '청설'이라는 영화를 소개받았다. 가슴 따뜻했던 영화이면서도 내 삶에 대해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청설 (Here me)
2009년에 개봉한 대만 영화로 러닝타임이 109분인 로맨스 영화이다.
한자 뜻에 따르면 듣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것에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영어 제목으로는 Here Me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의 내용은 남주인공 티엔커가 여주인공 양양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이다. 티엔커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양양의 언니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양양을 처음 보게 된다.
하지만 양양 역시 언니처럼 수화를 하고 있던 것. 비장애인인 티엔커는 양양에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간다.
티엔커는 양양과 있을 때는 수화로만 대화를 하는데, 영화 전체적으로 롱테이크로 촬영되고, 수화를 하는 부분에서는 일 상속 잡음만 들릴 뿐 고요함 속에서 진행된다.
티엔커는 양양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수화를 더 많이 공부하기도 하고 선물을 보낸다. 그럼에도 양양은 티엔커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양양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티엔커이다.
사실 양양은 수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언니의 꿈을 함께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언니 생활을 돕고 있다.
그래서 매번 티엔커에게 마음을 받아도 정신없이 일을 하러 가는 상황이 여럿 연출된다. 양양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티엔커가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티엔커와 함께 있으면 언니의 생활을 돕지 못해 걱정이기 때문이다.
티엔커는 부모님에게 청각장애인의 여성과 연애를 한다면 결혼을 해도 되냐는 질문에 부모님 역시 많은 고민을 하지만 좋다는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양양에게 가는 티엔커는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는 양양 몰래 뒤에 가서 진심을 전할 말을 직접 소리를 내어 연습하고 있었다. 귀가 들리지 않아 티엔커가 온 것을 모를 양양은 티엔커의 목소리에 흠칫 정신이 멍해진다.
사실 양양도 티엔커도 비장애인이었던 것.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 수화로만 대화했던 것이다.
티엔커는 아직 양양이 비장애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양양을 부모님에게 소개해드렸다. 부모님 역시 양양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양양은 목소리를 내어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하고, 언니의 올림픽 메달을 함께 응원하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RICOH GR3
영화 속에서 티엔커가 양야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수화, 메신저, 도시락, 선물이다. 티엔커의 집은 음식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맛있는 도시락으로 양양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메신저 또한 계속 보내지만 답변이 없는 양양으로 인해 어떻게 하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티엔커를 볼 수 있다.
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는지 생각해보았다.
RICOH GR3
예전부터 항상 생각해왔던 것은 말로써 전달할 수 있는 메세지와, 글로써 전달할 수 있는 메세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말로 전달하는 것은 목소리와 동시에 표정이나 몸짓인 비언어적인 표현과 함께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이 메세지를 잘 받아들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전달이 잘못된다면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이 있는 관계에서는 오히려 서로의 감정이 다 상하게 될 수도 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내용을 생각하고 시간을 들였다는 밑바탕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생각한다. 대화처럼 표정이나 몸짓 등이 보여질 수 없고 오직 글로써만 전달되니
상대방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들을 글로 만들어 나가면 된다.
글에는 말하는 것과는 또 다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SONY A7R3 + ZEISS Batis 135mm F2.8
RICOH GR3
꽃 또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똑같은 꽃이라도 색이 다르면 다른 꽃말을 가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꽃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꽃을 선물 받으면 대부분 기분이 좋지 않은가. 또한 흰색 국화의 경우 감사와 진실, 성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장례식장에서 흰색 국화를 사용하는 의미는 감사했다는 마음을 담아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꽃을 선물한다는 것은 선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쁘게 하는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가슴 따뜻하고 설레는 모습도 있지만 가끔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며, 감정을 삭혀야 비로소 보이기도 하는 참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인 것 같다.
SONY A7R3 + ZEISS Batis 135mm F2.8
가끔은 길냥이가 나에게 따라오라는 메세지를 주지 않을까 하며 오랜 시간 눈을 천천히 깜빡일 때가 많다. 마치 애니메이션 '고양이 보은'에서처럼 신기한 세상을 보여줄지도 모르니깐!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티엔커는 양양을 예쁘고 멋진 여성으로 바라보았지만 청각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이러한 프레임을 가지게 된 것은 첫 대면의 상황과 서로 간의 배려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바라볼 때 어떠한 기준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프레임에 따른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SONY A7R3 + SIGMA A 14mm F1.8 DG HSM (좌) | SONY A7R3 + ZEISS Batis 135mm F2.8 (우)
이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왼쪽에는 구름 낀 날에 잔디도 듬성듬성 난 곳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하지만 자세를 낮추고 바라보니 예쁜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잔디 속에서 흰 꽃잎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RICOH GR3
집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있던 지하철역에서 아무도 없는 역을 표현하고 싶었다. 분명 사람들이 꽤 있던 곳인데, 아무도 없는 역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걸어오는 사람이 내 뒤로 지나간 후 촬영을 하면 사람이 있는 지하철역이 아무도 없는 역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 역에 위치한 많은 기둥들도 서로를 겹치게 하면 보이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사진을 하면 이러한 프레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요즘 아임뚜렛이나 갑수목장이라는 유튜버를 보면 그들이 만드는 프레임은 결코 긍정적이고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틀을 씌운 다는 것은 희망을 줄 수도 있는 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RICOH GR3
프레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다가 일상생활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어졌다. 매일 타는 지하철이지만 보는 높이, 보는 방법 등을 달리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단순 호기심이었다.
이런 새로운 시선이 언젠가는 나에게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RICOH GR3
조금씩 내리는 비는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감하게 우산을 벗어던졌을 때 안경에 묻은 빗방울은 아름다운 빗망울로 볼 수도 있다.
사실 비를 한번 맞기가 어렵지 한번 맞으면 더 맞는 건 상관이 없을 텐데. 결국 프레임을 씌운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행동에도 해당되는 얘기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교복을 입으면 어른들이 말하는 학생 다운 모습이 되어야만 할 것 같고, 후드티를 입었을 때랑 정장을 입었을 때 다른 모습을 보이 듯이 말이다.
나는 긍정적인 세상을 바라보고 또 그러한 힘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전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한 긍정적인 힘을 위해 나는 선한 프레임을 가지려고 노력해 나가야겠다.
미션을 마치며
미션을 수행하면서 봤던 영화이지만 마음의 표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꼈고, 내가 상대방에게 배려한다고 해서 상대가 좋아할지는 모른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됐다.
좀 더 신중하고, 내 생각이 아무리 옳아도 틀릴 수 있다거나 혹은 상대방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겠다.
RICOH GR3
끝으로 청설을 보면서 수화에 관심이 생겼는데 주먹을 쥐고 다른 한 손을 주먹 위로 돌리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은 같은 의미로써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수화라고 한다.
새로운 시선을 알게 해 준 세 번째 미션도 정말 즐거웠고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SAEKI FRIENDS 4기
감민철 (감군) I 포토그래퍼, 유튜버
3차 정기미션 "인생영화"
유튜브 : 사진쟁이 감군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amgoon/
블로그 : https://blog.naver.com/kmh8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