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영화' 같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세기프렌즈 2기 '판타' 정호윤
세기프렌즈로 활동하게 된지 벌써 2개월째, 조금 더 다양한 사진들을 담을 수 있게 되어서 바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소에 쉬는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컴퓨터할 때 한가지 습관이 새로 생겼는데요. 사진작업을 하면서 한쪽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서 틈틈히 보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데 요즘도 시간이 나면 영화관에 자주 가려고 하는 편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유튜브,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도 편하게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죠.
문득 저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영화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콕 찝어서 하나 정하기 힘들었는데요. 최근에 가장 인상깊게 본 "인생영화" 같은 드라마로 <미스터션샤인>을 꼽고 싶습니다. 이병헌과 김태리 등 명배우들이 출연한 미스터션샤인은 엄청난 인기와 함께 다양한 명대사를 배출하기도 했죠. 줄거리는 미국이 1866년의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조선을 개항시키려고 무력 침략한 사건인 1871년 신미양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미국 군함에 승선해 낯선 미국 땅에 떨어진 노비 출신 소년의 일대기를 드라마 속에 녹였는데요. 그 소년은 미 해병대 장교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온 소년은 자신을 버린 조국에 주둔하며 양반 가문 아가씨인 애신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인생영화"같은 인생드라마를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해볼까? 라고 고민하다가 시그마 85mm 아트렌즈를 들고 서울 익선동으로 향했습니다. 미스터션샤인의 시대로 시간여행을 훌쩍 떠나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익선동은 시간이 멈춘듯 과거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1920년대에 지은 한옥이 어깨를 맞댄 골목은 인테리어만 봐도 들어가고 싶은 공간이 많습니다. 옛 분위기를 즐기며 데이트하기 안성맞춤입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성공과 함께 등장한 것이 바로 개화기 복장 대여실입니다. 평일이지만 애기씨처럼, 혹은 나으리처럼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내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미스터션샤인은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과 함께 옛 복장의 멋을 함께 가르쳐주었습니다. 3시간에서부터 하루종일까지 대여가 가능한 개화기 복장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더욱 예쁘게 꾸밀 소품도 가득합니다.
1800년대 말~1900년대 초 개화기 의상을 빌려주는 이곳에서 색다른 색감과 디자인의 원피스, 망사 달린 모자, 고풍스러운 중절모,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 등을 착용해보면서 옛 개화기 시대를 체험해봅니다.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와인색이 예쁜 모자까지 눌러쓰고 의상실을 나섭니다. 이날만큼은 동생은 애기씨가 된 기분으로 시간이 멈춘 익선동을 걸으며 미스터선샤인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근대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했지만 새로움을 발견하길 좋아하는 청춘들은 개화기의 색다른 매력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도 화려한 비주얼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가슴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었죠.
오래된 가구들로 개화기 다방 느낌을 낸 카페가 즐비한 익선동은 개화기 복장을 입고 둘러보기 좋습니다. 옛날식 간판을 단 식당, 드라마에서 본 것과 비슷한 파운드 케이크와 홍차,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축음기와 화려한 샹들리에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시대로 사람들을 끌고갑니다.
색다른 인물사진을 찍고싶다면 이만한 곳, 이만한 복장이 또 있을까요. 가만히 앉아서 셔터만 눌러도 색다른 느낌의 사진으로 담아내면서 드라마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 한 잔, 맥주 한 잔으로 한껏 여유로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익선동 거리에서 운현궁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개화기 복장을 즐겼습니다.
보면 볼수록 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의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을을 맞아 한층 운치가 더해진 운현궁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그리고 개화기 복장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방문했습니다.
궁궐에 머무는 사람들은 실제로 이런 복장을 하고 차를 즐기지 않았을까요. 다만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는 시기인만큼 예쁘게 사진을 찍어도 마냥 미소가 지어지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이권을 위해 조선(朝鮮)에 주둔한 검은머리의 미 해군장교 유진 초이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신 애기씨의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를 담은 <미스터션샤인>,
한동안 저의 인생영화같은 인생드라마로 남을 것 같은데요.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9주년을 맞아 특별한 드라마와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이번에 서울 익선동에서 개화기 분위기의 사진을 찍는데에는 시그마 렌즈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85mm 렌즈는 촬영자와 모델 사이의 거리를 꽤 멀게 하지만 부드러운 보케, 아름다운 아웃포커싱,
그리고 뛰어난 선예도가 매력적입니다. 약간 노란빛이 도는 색감 또한 가을과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저는 소니 A7R3에 마운트해서 사용했는데 촬영이 매우 원활하게 진행되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저와 같이 <미스터션샤인>의 여운이 남아있으시다면 가을 분위기가 한창인 지금 서울 익선동으로 나들이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개화기 복장과 함께라면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거에요. 더불어 멋진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와 시그마렌즈도 잊지마시길 바랄게요.
SAEKI FRIENDS 2기
정호윤(판타) I 포토그래퍼, 트래블로거
2차 정기미션 "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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