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책
제 스물 일곱번 째 봄.
세기프렌즈 3기 'Kwang' 정광준
Intro-
제 스물 일곱번째 봄입니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봄을 맞이하기는 처음이네요.
물론 사진, 조명 일을 조금씩 하고 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저에게 봄이라는 것은, 무심하게도 빠르게 오는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 대학생활을 해서 그런지, 서울에서의 봄은 참 오랫만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항상 서울은 여름과 겨울만 기억에 남네요... 안타까운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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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몽블랑을 간 적이 있습니다.
생애 첫 유럽 여행이었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누나와 함께하다보니.. 몽블랑을 반바퀴나 돌았습니다.
4박 5일동안의 일정동안,4일은 90키로정도 걷고
하루는 자유여행을 이용해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라갔는데
몸은 케이블카가 더 편했지만, 남는 풍경은 걸을때의 풍경이 훨씬 많더라구요.
걸어야 보이는 것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의 서울 동네를, 느린 걸음으로 봄을 기록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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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산은아니지만 인왕산에 일주일에 두세번씩 가는데요.
처음 산에 갔을 때에는 높이 올라갔을 때 빼고는 볼 것이 많이 없었습니다.
2월 중순에 눈이 꽤 내렸었는데 그때 빼고는 항상 어두운 흙갈색의 흙과, 나무, 바위, 이 정도 뿐이었죠.
2월 산은 정말 초라합니다.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산에 색이 딱 3가지 밖에 없었는데,
날씨가 풀리니까, 숨었던 색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개나리, 벚꽃, 이름모를 풀들, 나무들이 조금씩 채도를 높이고 있었죠.
겨울에 등산할 때에는 정말 건강을 위해서 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봄이 되니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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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가 제 초등학교 시절에 살았던 아파트입니다.
부모님께서 사이에 계속해서 이사를 다니다가 이상하게도 다시 자리를 잡으신 곳이 이곳인데,
그 옛날 기억이 나서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그 때에는 뭐든지 컸었던 빌딩, 병원, 학교가 지금 보니 그렇게 크지 않았고, 무서워서 들어가보지 못했던 골목들을 돌아다녀보니
당시에는 몰랐던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대규모로 재개발에 들어가버려서 그나마 남아있던 골목들의 기억들이 사라진게 아쉽더군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실재로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슬펐습니다. 다시는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홍제동에서 바로 독립문까지 걸어가려고 했지만,
사실 언덕이 너무 높고, 날씨가 약간 더워서 버스를 타고 독립문에 내렸습니다.
원래는 서대문 형무소를 가려고 했는데, 견학온 초등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독립공원을 거닐었습니다. 거기에 계시던 어르신들께서 공원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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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도 봄이 들어선 것 같습니다.
겨울에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꽃들이 보이고, 채광도 좋아져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참 좋아졌네요.
나긋한 봄에 카페를 돌아다녀보셔도 좋을거같습니다.
최근에서야 카페를 조금씩 돌아다니지만, 커피 맛 보다도(사실 커피맛을 모릅니다 신커피싫어..) 카페의 디자인이나, 소품들에 더 눈이 많이 가는것 같습니다.
주로 지내는 곳이 홍대 상수쪽이라 다음에는 좀더 다양한 곳으로 다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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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초반에도 적어놓았다시피, 이번 봄은 준비되지 않은 저에게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항상 봄은 새 학기, 새 사람들, 새로운 계획들이 있었지만, 2019년의 봄은 싱그러우면서도 무언가 빠진듯한 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면서 일상을 지내보는 듯한 느낌은 나쁘지 않네요.
이렇게 백수의 봄이 지나가나 봅니다.
SAEKI FRIENDS 3기
정광준 (Kwang) I 스냅작가, 영상 촬영감독
2차 정기미션 "Play the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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