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우림정원의 작약 꽃밭
feat. SIGMA 24-70mm F2.8 DG DN l Art
세기프렌즈 4기 '헤이스' 박성혜
자연이 아름다운 충주에는 도심의 삶을 내려놓고 귀농을 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날 갔던 곳도 그랬다. 2005년 귀촌한 부부가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안 가꾼 '우림정원.' 이미 가 본 분들께 물어보니, '정말 넓어! 꽃이 많아! 한참 걸어야 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봤자 정원인데, 얼마나 넓으려나?
실제 방문한 우림정원은 예상보다 몹시 넓고 아름다운 곳이었으며, 테마가 다양하여 모든 것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반나절도 충분히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들이 장소로도 물론 좋겠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출사 코스로도 추천하고 싶다. 본 포스팅에서는 우림정원의 꽃, 특히 작약꽃밭을 중심으로 소개하려 한다. 방문시기는 5월 말, 작약과 불두꽃이 한창이었다.
포스팅의 사진들은 시그마 아트 24-70mm F2.8로 촬영하였다. 표준줌렌즈를 들고 갈 경우 담아올 수 있는 사진도 가늠 가능할 것이다.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봄과 여름 사이의 우림정원
우림정원
충북 충주시 엄정면 삼실길 42
011-450-5000
매일 09:00~19:00
입장료 5,000원 (음료/과일제공)
우림정원의 입장료는 5000원이다.
그동안 여러 수목원이나 식물원 등을 다녀보았기에 처음 입장료를 듣고 우림정원의 규모를 오해했다.
우림정원은 경사로가 있는 산책로가 정원, 오솔길, 숲길, 조각공원, 꽃밭 등의 공간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15,000평 규모의 수목원이었고, 모든 코스를 빠짐없이 산책만 해도 한 시간가량 소요되는 미니 트래킹 코스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작약꽃밭을 찾아 올라갔다가 지쳐 전망대는 포기했을 정도. ㅠㅠ 때문에 우림정원을 전반적으로 담는 것도 좋지만 얻어오고 싶은 사진의 주제를 정하고 해당 장면에 어울릴 화각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몹시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들이 쉴 새 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마크로렌즈를 사용하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입장료 5000원에는 음료와 과일이 포함되어 있다. 과일 접시는 4인 기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4인 1조로 방문하길 추천한다. 주문 가능한 음료는 커피/식혜/수정과/율무차/솔순차/모과차 정도가 있었고, 다들 산책을 하고 난 뒤 땀을 뒤집어쓴 터라 아이스음료 선택. 이곳의 솔순차가 시원하고 청량하여 추천메뉴라 들었다. 근데 5천 원을 내고 과일과 음료를 먹고 나면, 수목원 트래킹은 무료인 것 아닌가요...?
Sigma Art 24-70mm F2.8로 담은 우림정원
55mm, (좌) F7.1 1/2500 iso800 · (우) F2.8 1/1600 iso100
35mm, F2.8 1/1600 iso100
불두화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불두화라 이름 붙여진 꽃. 처음엔 작은 수국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수국보다 꽃잎이 훨씬 조밀하고 단단하게 무리 지어 피어있다. 개인적으로는 수국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종이처럼 빳빳한 느낌의 꽃송이의 촉감이 독특하다. 나무 가득 하얀 꽃덩이가 잔뜩 피어있기 때문에 이 속에 폭 파묻혀서 인물사진을 찍기 좋다. 이 날 나는 야상에 청바지 전투복장으로 갔던 터라 패스... 불두화는 한옥이나 사찰과 잘 어울리는 꽃이기도 하다.
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장면의 심도 차이. 같은 55mm 구간에서의 F7.1과 F2.8의 심도 표현 / 그리고 55mm와 35mm의 F2.8 비교.
아직도 나는 우림정원의 입구에 서있었다.
우림정원은 2005년 3월 우정희씨와 임문혁씨가 귀촌하여 정원을 가꾸고 부부의 성씨를 따서 이름을 붙이셨다고 함.
F2.8 1/640 iso100
작약
이 날 우림정원에서 가장 많이 본 꽃. 꽃송이가 큰 작약이 만개한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꽃집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작약은 보통 꽃송이가 얇고 겹겹이 쌓인 사라작약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작약=사라작약 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약의 종류와 색은 몹시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작약이 한곳에 피어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24mm, F2.8 1/320 iso100
70mm, F2.8 1/400 iso100
70mm, F2.8 1/500 iso100
F2.8에서 만날 수 있는 부드러운 보케.
시그마 아트 2470의 초점거리는 18cm에서 38cm, 렌즈의 길이가 12cm를 조금 넘어서기 때문에 후드가 꽃에 닿기 직전의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각에서의 배율은 1:2.9(약 0.3배), 망원에서의 배율은 1:4.5.(약 0.2배) 여행 사진에 강한 표준줌의 메릿을 선택했더라도, 가까이에 있는 피사체 역시 아름다운 표현이 가능하다. 아래 두 장은 초점 차이를 두고 촬영해보았다. 확대해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림정원의 안내도. 왼편 메타세콰이어 산책로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는 경사가 있는 편이니 실제 가벼운 트래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나는 작약꽃밭이 있는 오른편 위쪽으로 올라갔다.
예술정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작은 조각공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은 미로처럼 꼬불꼬불 흩어지는 오솔길을 걷는 재미도 있었다. 구석구석 이곳을 관리하시는 부부의 손길이 느껴졌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약을 피우고 나무를 가꾸며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도무지 두 분이 관리하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는 규모였다.
우림정원의 작약꽃밭
작약꽃밭으로 향하는 이정표 발견. 지도로 보았을 때에는 분명 짧은 거리 같았는데. 경사가 있어서 그런지 순식간에 갈 거리는 아니었다. 언덕을 오르자 멀리 작약꽃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키 큰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넓게 두른 언덕 전체를 작약이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이렇게 작약이 많이 피어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쉽게 보지 못할 풍경이었다. 언덕이 너무 급하지도, 낮지도 않게 완만히 경사진 덕분에 햇빛이 고르게 들어와 꽃들의 개화 상태가 대부분 비슷한 것도 큰 장점이었다.
우리나라에 이보다 더 화려한 작약꽃밭이 있을까?
넓은 꽃밭에 누워버리는 상상을 했다. 야생에서 자란 작약의 꽃송이는 꽃집에서 파는 사라작약에 비해 활짝 벌어져있고 색도 아주 짙은 편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만개했을 때까지 상당히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꽃잎이 무거워 금세 떨어져 버리기 때문에 오랜 시간 두고두고 볼 수는 없다. 만개 시점을 잘 맞춰 가는 것이 중요하다.
F2.8 1/1000 iso160, 70mm로 촬영 후 크롭
(좌) F5.0 1/320 iso100 (우) F2.8 1/1000 iso100, 70mm로 촬영 후 크롭
시그마 2470으로 촬영한 뒤 크롭한 사진들. 가로 방향으로 촬영하여 세로 컷으로 잘라냈는데도 이미지가 선명하고 부드럽다. 세 장 모두 심도 표현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대개방+망원으로 촬영하였다. 꽃의 생김새에 따라 심도 표현을 다르게 하는 편이다. 불두화처럼 작은 꽃잎이 모여 큰 형태를 이루는 수종은 F값을 올리는 편이고, 튤립이나 작약처럼 꽃잎이 큰 꽃은 F2.8-4.0 사이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사진 초보였을 때, 밝은 조리개의 단렌즈를 들고 다니면서 멋모르고 F1.4로 실컷 사진을 찍었다가 심도가 너무 얕아 한 장도 쓰지 못한 적이 있었다.
가볍고 편리한 표준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촬영 최단거리가 짧고 배율이 낮아 촬영이 용이했을뿐더러 결과물도 만족스러웠다. 평소 올라운드로 사용하다가도 가까이에서 꽃을 찍는 재미를 누리기에 참 좋은 렌즈인 것 같다. 이 렌즈의 개발자는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을까?
Sigma Art 24-70mm으로 담은 작약의 아름다움
가까이 보면 더 아름다운 것들
작약꽃밭을 지나 내려오다 보면 보이는 작은 돌탑들. 지나쳐 계속 걸어가면 초소와 아까 올라오며 들렸던 작은 조각공원이 나온다. 작약이 지고 난 여름에 오면 나무가 우거진 숲속 산책길이 아름다울 것 같고, 가을이 되면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노을이 아름다울 것 같다.
아래는 우림정원의 산책로를 나오며 아쉬운 마음에 조금씩 담아온 꽃들의 모습.
F2.8 1/1250 iso100, 50mm로 촬영 후 크롭
F2.8 1/1000 iso100, 50mm로 촬영 후 크롭
샤스타데이지
F2.8
F4.0
금낭화
우림정원을 나오며
F4.0 1/500 iso160
실컷 꽃사진을 찍고 우림정원을 나오니 바로 앞에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맑은 날이었다면 수면 위로 구름이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사진을 찍고 집에 가져와 보정으로 조금 살렸다. 바디를 R3로 바꾸고 나니 크롭이 용이해서 편리하다.
'우림정원' 이라는 이름에 그 규모를 작게 상상했다가 몹시 놀랐다. 충주 여행 코스로 우림정원을 찾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진을 좋아하고 출사지를 찾는 분들이 우림정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또한 바라는 바이다. 그 과정에 있어 나의 포스팅이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우림정원 방문기 요약정리
- 어마어마한 수종의 꽃들이 만발하여 계절마다 찾는 재미가 있는 곳.
- 5월 말: 작약, 샤스타데이지, 금낭화, 불두화 촬영가능. 메인은 작약
- 몹시 넓기 때문에 인물사진/산책로/풍경출사 등 각자의 목적에 맞게 이동 가능하다.
- 마크로렌즈, 표준줌, 인물사진용 밝은 단렌즈 등을 추천.
- 언덕이 많으니 편한 신발 +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밝은 옷이나 모자를 지참하세요.
- 솔순차를 마셔볼 것!
SAEKI FRIENDS 4기
박성혜 (헤이스) I 프리랜서
리뷰편 "충주 우림정원의 작약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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