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나요? 가장 친했던 친구의 눈매는 올라갔는지, 귀가 큰 편이었는지, 코가 동그랬는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겠지요. 그래서 그 얼굴들을 손끝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색다른 졸업 사진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인천의 혜광학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학교입니다. 유·아동부터 초등, 중등, 고등까지 일반 교육과 생활 교육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요. 선천적, 후천적 시각 장애, 그리고 장애의 정도와 복합 장애인을 모두 교육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시설을 두고 있어 교육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 대기하고 있는 학교지요. 혜광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끝이 아닙니다. 성인을 위한 교육 시설을 두어, 일상생활을 위한 재활 훈련을 지원하고 심화반을 통해 직업 교육을 진행합니다. 실제 환경 적응을 위한 감각 훈련부터 사회적 적응과 경제 활동을 위한 직업 교육까지 지원하며 시각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죠.
사진을 촬영하기 전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소개를 들었습니다. 미취학 아동을 위한 공간, 점자로 이루어진 두꺼운 교과서들, 그리고 일상 교육을 위해 가정집처럼 꾸며진 공간까지. 그리고 복도를 가득 채운 학생들이 직접 만든 미술 작품을 쑥스럽게 자랑하는 담당 선생님을 보며, 이곳의 선생님들이 얼마나 학생들의 자립과 진정한 생활에 진심인지 느껴졌습니다.
이번 졸업사진 촬영에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직원들과 혜광학교에 기부와 자원봉사를 진행하는 후원자님과 함께했습니다. 이번 졸업사진 촬영도 함께 도와주기로 했어요. 사진 도움은 처음이라던 후원자님은 어느새 빗을 꺼내 학생들의 머리를 빗겨주며 옷 매무새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다음 단계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는 혜광학교의 졸업생들이 혜광인의 구호처럼 언제든 늘,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 사진을 찍은 학생들의 사진을 플라스틱으로 입체화해 눈이 올록하고 볼이 볼록한 졸업사진을 선물할 것입니다. 친구들이 희미할 땐 언제든 손끝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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