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곱게 화장을 받고 머리를 빗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아내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씁니다. 사진도 편지도 아내가 바로 보긴 어렵지만 오늘의 우리를 기억하고자 눈에 담는 것들로 기록했습니다. 처음 받아보는 화장도 쑥스럽게 마주 잡은 두 손도 눈이 부시게 강렬한 플래시도 어색하게 지어본 미소도 참 귀하고 새로운 경험입니다. 가을을 닮은 색을 함께 입고 사진을 찍은 오늘, 가을볕을 즐기며 산책도 하고 맛있는 걸 먹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길 수 있어 기쁩니다.
윗글은 이번 봉사 활동에서 촬영해 드린 아버님의 말씀을 일부 발췌하고 일부는 정돈해서 적은 내용입니다. 시각장애인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으셨어요. 두 분은 그날 예쁘게 색을 맞춰 입고 오셨는데 수줍은 얼굴로 내내 손을 꼭 잡고 계셨습니다. 촬영 후에 복지관에서 준비한 설문과 배우자에게 편지를 쓰는 이벤트에서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쓰고, 또 말하던 두 분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어디 갈까? 뭐 먹고 갈까?” 하며 다음 일정을 짜던 두 분의 모습이 떠올라 글을 시작하면서 그분들의 하루를 남기고 싶었어요.
이번 세기 나눔을 위해 송파에 위치한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봉사에서는 복지관에 등록된 분들의 사진만 찍어드렸었죠. 이번엔 친구, 가족, 배우자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촬영을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가족사진보다는 ‘커플 사진’에 가까운 촬영을 준비했어요. 이번 촬영 봉사에는 메이크업 봉사자들도 함께했습니다. 올댓뷰티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화장을 해드리고 머리를 만져드렸어요. 긴 시간을 들여 곱게 촬영 준비를 하고 카메라 앞에 앉은 어르신들은 이번에는 손을 오래 잡으란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서로를 꼭 안고 또 서로를 꼭 잡고 사진을 찍으셨어요. 촬영이 끝나고 편지를 쓰면서도 "이런 거 한 번도 써본 적 없어!"라며 크게 거절하시던 아버님도 결국엔 아내를 위해 한 자 한 자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3-40년을 함께한 삶이란 어떨까요? 서로의 일상을, 소중한 순간을 모두 기억하는 서로가 고맙기도 밉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결국 또 손을 맞잡게 되는 것이 ‘함께’의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시시 웃던 아버님도, 툴툴거리던 아버님도 결국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복지관을 나섰습니다. 이날의 사진과 기억이 두 분들의 삶에 특별하고 소중한 하루가 되길 깊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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