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꽤 많은 곳들을 다녀왔습니다. 카테고리도 다양했어요. 전시, 행사, 공연, 팝업, 여행, 음식 등등. 저는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제 감상을 단어로만 기록했지, 사진을 찍는 행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앱은 어쩌다 한 번 작동시켰고 찍는다고 해도 갤러리를 내리며 추억에 잠기는 일이 드물었고요. 하지만 세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찰나를 담는 일이 재미있고 의미 있음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한 장, 한 장 유심히 들여다볼 때마다 제 머릿속에선 그날이 재생돼 당시의 기분, 봤던 것들을 복기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습니다.
대부분 GR 카메라나 시그마 렌즈, 자이스 렌즈로 순간을 담았는데요. 필름 카메라로 눈앞 세상에 시선을 쏟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흑백사진 속 풍경이, 우리가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느껴졌어요. 여름이든 겨울이든 프레임에 새겨진 모습들이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누구나의 체온 같은 36.5도의 온도로요. 수정도, 삭제도 불가해 세밀하게 구도를 잡고 조심스럽게 혹은 과감하게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집중,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온전히 녹아든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나무와 벽과 이파리의 그림자가 길 위에, 의자 위에 도장을 찍었던 여름의 초입.
필름 카메라엔 산란하는 햇빛과 한낮의 여유로움, 흑백이지만 느낄 수 있는 푸르름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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