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네비게이션바로가기 컨텐츠바로가기

S매거진

떡지순례
LIFEFood & Style
떡볶이를 좋아하세요
사심 가득 내 멋대로 떡지순례 #1
2024.02.21
663 2

 

 

행복은 고난 끝에 온다고 하던가. 한 주의 시작부터 정신없는 날이었다. 들어오는 일을 하나하나 쳐내던 날, M님이 갑자기 링크 하나를 보내며 말했다.

 

"
H님, 이런 시리즈 한 번 해 보실래요?

떡볶이가 소울푸드인 사람이 추천하는 떡볶이

"

 

링크는 '자타공인 떡볶이 전문가이자 덕후'의 인터뷰였다. 그리고 나의 첫 답장은 "제가 감히요?!"

 

생각해보면 나는 점수를 매기거나 평가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떡볶이를 최애 중 하나로 꼽고 있으니 꽤나 소울(수줍) 푸드일 지도 모르겠다. 소소하지만 떡볶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떠올리자면 파리를 여행할 때 나도 모르게 떡볶이 얘기를 너무 많이 했던지 호스트님이 한인마트까지 가서 떡을 사와 분식파티를 해줬다 - 정도. 사실 대한민국엔 떡볶이 덕후가 너무 많고 나는 그저 떡볶이를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뿐인 사람인데 이런 기획을 한다는 것이 설레서 아무튼 퇴근 30분 전에 인트로를 완성해버렸다.

 



어쩐지 확고한 중구 사람



M님이 처음 제안한 '떡볶이 추천'이나 '최애 떡볶이' 같은 별점 매기기는 할 수 없고, 기존에 궁금하던 곳, 원래 애정하는 곳들 중 사심을 듬뿍 담아 안 가본 곳과 유명한 곳, 그리고 회사에서 점심으로 여기까진 가도 되겠지(?) 하는 곳을 추렸다.

 

 

의외로(?) 충무로는 떡볶이 불모지라는 사실

 

 

  1. 악어 떡볶이 - 밀키트까지 나온 맛집. 팀원 왈, "떡볶이가 뭐 그렇게 다를까 했는데 진짜 맛있음"

  2. 명화당 - 유명하고 오래된 거? 말해 뭐해. 심지어 회사에서 가깝다.

  3. 철길 떡볶이 - 떡볶이를 안 좋아하는 친구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드만.
  4. 맛나 분식 - 수많은 맛나분식 중에서 고심하다 3시면 마감한다는 선착순 맛집이라 선정. (현재 폐업)
  4-1. 나누미 떡볶이 - 학교 앞 분식집 탑 5, 서울 분식집 탑 5에 자주 선정되는 새빨간 성대 떡볶이.
  5. 신토불이 떡볶이 - 줄서는 건 기본. 한지민과 마주치는 상상을 하며 들러보는 강.강.강.(!)떡볶이집.


*전체 비교는 맨 밑으로!

 


우선은 아주 편협한(?) 이유로 즉석 떡볶이를 제하고, 철판에서 사장님이 직접 하루 종일 끓이며 덜어주는 가게들만 꼽아봤다. 자고로 떡볶이란(주관적) 종일 보글보글 졸아든 양념에서 떡 안쪽까지 양념이 쪽쪽 배어들어 있어야 맛있지 않겠는가. 취향을 가득 담아 소신 발언을 하자면, 즉석 떡볶이는 앉아서 먹기 위해,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인 볶음밥을 위해 떡볶이의 본질을 조금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편. 하지만 그 포기마저 사랑하는 사람이라 2편은 즉떡으로 기획하고 싶다. 3편은 10번 이상 가본 곳 어떨까. 누가 시켜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악어떡볶이

 

 

 

첫 떡볶이는 밀키트로도 존재하는 한양대 / 왕십리의 명물 악어떡볶이다. 유재석이 와서 극찬한 떡볶이로 한층 유명해졌는데 안 그래도 웨이팅 하면서 먹는 집이라고. 학교 앞이라 그런가 퇴근하고 부지런히 갔는데도 자리가 거의 다 차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도 실시간으로 웨이팅이 쌓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던.

떡볶이는 상냥하게도 맵기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동행이 있어 순한 맛 하나, 중간 맛 하나, 그리고 튀김을 시켰다. 악어 떡볶이의 매운 맛은 습하습하를 유발한다고 익히 들은 바가 있어 안전하게 시켰으나 동행은 중간 맛 두어개를 먹고 빠르게 포기했다. 떡볶이 철판은 하나인데 단계가 있는 점이나, 매운 맛이 혀에 쌓이는 느낌이 고추장의 매운 맛이 아닌 것 같으니 맵부심 있는 분들도 참고하시길.

 

 

 

 

 

 

주변을 보니 우리 테이블 외에는 모두 양은 냄비가 있었는데 메뉴를 살펴보니 떡볶이 튀김 범벅이 아무래도 그 주인공인 것 같았다. 네이티브들 사이에서 조금 소외감을 느끼며 다음엔 꼭 양은 냄비 하나를 사수하리라 마음 먹었다. 

가게는 쌀떡 떡볶이만 판매하는데, 일단 첫 입부터 달큰하다. 단맛이 강하게 나는데 파 고명과 깨소금 덕분에 알싸함과 고소함이 같이 느껴져서 간식과 반찬 사이의 집떡볶이가 떠올랐다. 맵기에 따라 짠 맛이 더 강해지는 걸 보니 순한 맛이 기본이고 덜면서 양념만 추가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짝 졸아든 떡볶이라기 보단 철판 떡볶이 치고는 국물이 맑고 자박한 편. 튀김 범벅이 메인인 이유일지도. 

 

 

 

 

 

위치: 서울시 성동구 마조로 33

 

 

 

 | 명화당

 

 

 

딴딴한 떡의 식감과 달치근한 소스가 가장 먼저 느껴지는 명화당의 떡볶이. 상권이 쉴 새 없이 바뀌는 명동 한복판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지속한 맛이 궁금했다. 친구들과 명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거기 맛있는 떡볶이집 있는데! 아직도 있나?"의 바로 그 주인공.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메뉴가 있었고 떡볶이 가게보다는 김밥천국이 생각나는 메뉴판이었다. 떡볶이와 뭘 시키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게 이름이 붙은 김밥을 선택했고, 초로 간이 되어있는 갈색 밥이었는데 유부 초밥같기도 하고 달달하니 오마카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적초 샤리가 생각나기도. 

주변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우동이나 다른 음식을 시키면 떡볶이가 반찬처럼 나온다. 약간 억울했다. 면 하나를 먼저 시키고 떡볶이를 추가로 시킬 것을. 아무튼. 떡볶이는 달고 매운 기가 없었는데 또 의외로 집 떡볶이의 느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앞 컵볶이 같은 느낌의 단 맛이랄까. 역시 오래된 맛집의 매력 포인트는 달달함인가 싶다. 명동에 위치한 만큼 한국에 방문하는 떡볶이 초보자들이 먹기 좋은 맵기와 당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명동길에서 헤메지말고 2층으로 올라가시길.

 

 

 

위치: 서울시 중구 명동4길 30 2층

 

 

 

 | 철길 떡볶이

 

 

 

단짠맵의 정석이자 특이한 건물로 유명한, 그러나 이제(이것도 좀 지났지만) 길복순 떡볶이집으로 더 유명해진 철길 떡볶이.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로 유명하길래 기억해두었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 어쩌다보니 이번 시리즈에서 유일한 밀떡볶이가 되었다. 

 

 

 

 

 

입구에서 조금.. 겁 먹었다고 표현해도 될까. 밤에 갔더니 한층 들어가도 되나 싶은 외관에 차도 바로 앞에 가게가 있어서 길을 건너기 전부터 의심스러운 눈으로 살피며 입구를 찾았다. 오래된 공간임이 느껴지는 진득한 원목 인테리어에 놀라며 들어가는데 김이 가득한 부엌에서 뭉근하게 퍼지는 떡볶이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냄새만 맡았는데 '엇,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익숙한 느낌에 기대하며 자리를 찾았다.

 

 

 

 

 

 

순대를 고민하다가 명화당 김밥을 떠올리며 김밥을 시켰다. 또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김밥은 못 참지. 철길 떡볶이의 김밥은 참깨가 솔솔 뿌려진 꼬마김밥이더라. 특이한 김밥은 아니었지만 떡튀순만큼이나 꼬마김밥도 언제나 옳은 근본 조합이니까. 

떡볶이는, 뭐랄까, 추울 때 당기는 맛이었다. 추운 귀갓길에 포장마차 앞을 지나가다 따끈한 연기에 이끌려 오뎅 국물을 불어 마시며 "떡볶이 일인분이요." 하고 시키는 바로 그 떡볶이 맛. 다른 떡볶이 집에 비해 엄청 맵지도 엄청 달지도 엄청 짜지도 않은데 영원히 들어가는 맛이었다. 학교(이번에는 중고등학교다) 앞 컵볶이의 추억이 떠오르는, 추운 겨울, 붕어빵과 떡볶이를 함께 파는 포장마차가 떠오르는, 우리 모두 아는 바로 그 맛! 그러나 막상 그 맛을 실현하는 옛날 가게들은 다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오래 끓여서 잘 졸아든 밀떡임에도 퍼지거나 풀어지는 식감이 아니었다. 말랑한 밀떡의 식감이 잘 살아있는데도 양념이 잘 배어있어서 단짠맵의 중도와 더불어 모든 것이 적당한 떡볶이가 아닐까 싶다. 참, 집에 가서도 물이 땡기지 않았다는 점도 아주 만족스러운 편.

그러고 보니 떡볶이를 먹는 동안 기차가 몇 번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과거인지 어디인지는 몰라도 여행하는 기분을 주는 이 오래되고 이상한 공간이 더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35-6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사심가득 내맘대로 떡지순례 #2]로 이어집니다. 투비컨티뉴.

 

 

미리보는 떡지순례 전체 맛지도

 

 

 

 


 

 

사용 제품|리코GR3

에디터 H 글 · 사진

재밌는 걸 합니다.

태그 #떡볶이 #떡지순례 #소울푸드 #떡볶이맛집 #리코GR3 #리코 #RICOH
을지로 이전글 을지로 속 이국의 맛올디스 타코&바오 서울 을지로와 충무로 사이, 늘 똑같은 길을 걸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국 음식을 만드는 가게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을지로 맛집'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올디스 타코, 올디스 핫도그는 기본이고 최근 대만 음식점이 오픈했으며 베트남 음식점도 오픈을 위해 현지어로 쓰인 천막을 내건 채 정비에 한창입니다. 오픈 즉시 베트남 음식점도 가야겠다 다짐하며 이번에는 멕시코 음식점 올디스 타코, 대만 음식점 바오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올디스 타코(OLDIES TACO) 올디스 타코 엄청난 혹한에 손과 발이 곱아들었던 1월이었지만 혹한은 또 다른 기회였습니다.이 날씨면 웨이팅이 없겠지? 드디어 을지로 대표 맛집 올디스 타코를 갔습니다. 매번 가야지, 가야지 했지만 오픈 전부터 늘어선 줄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길어서 포기했던 나날들이 수두룩. 이게 맞나? 싶은 추위를 뚫고 11시 40분에 도착. 12시 오픈이라 웨이팅 등록을 하고(그럼에도 앞에 3팀이 있었다죠.) 기다렸습니다. 언제 먹 떡볶이 다음글 떡볶이를 좋아하세요사심 가득 내 멋대로 떡지순례 #2 지난 순례(?)에 이어 계속 떡볶이를 먹으러 가보겠다. 앞서 먹어본 떡볶이가 궁금하다면 1편으로..! 1.악어 떡볶이- 밀키트까지 나온 맛집. 팀원 왈, "떡볶이가 뭐 그렇게 다를까 했는데 진짜 맛있음" 2. 명화당- 유명하고 오래된 거? 말해 뭐해. 심지어 회사에서 가깝다. 3. 철길 떡볶이- 떡볶이를 안 좋아하는 친구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드만. 4. 맛나 분식- 수많은 맛나분식 중에서 고심하다 3시면 마감한다는 선착순 맛집이라 선정.(현재 폐업) 4-1. 나누미 떡볶이- 학교 앞 분식집 탑 5, 서울 분식집 탑 5에 자주 선정되는 새빨간 성대 떡볶이. 5. 신토불이 떡볶이- 줄서는 건 기본. 한지민과 마주치는 상상을 하며 들러보는 강.강.강.(!)떡볶이집. *전체 비교는 맨 밑으로! |맛나 분식 평일 기준 낮 3시 정도면 완판된다는 종로의 떡볶이 가게. '맛나 분식'이라는 상호가 너무 많은데 그 중에서 유명한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알고보니 생활의 달인이나
목록
0/200 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이나 비속어, 비하하는 단어들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댓글등록
전체댓글0
내 댓글보기

프로모션

최근 본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