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바닷가 작은 포구에서 만난 지어지다 만 폐허
-Zeiss Milvus 25mm f/1.4로 담은 폐허의 모습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폐허를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꼭 한 번 들어가서 둘러봐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래도 몰랐습니다. 폐허를 좋아하는 취향이 있으리라고는. 어느 날, 촬영을 위해 로케를 고민하고 있는데, 동료가 지나다가 한 마디 툭 던집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폐허로 가던지요?”
“응? 내가 폐허를 좋아했었어?” 물었더니, 의아하다는 듯이 찡그리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 사실을 제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전에 작업했던 이미지들 몇 개를 훑어보니 유독 폐허 현장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세트장에서 폐허를 재현하여 작업한 것도 눈에 띕니다.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전 폐허를 좋아합니다.”
몇몇 정보들을 찾아보니 ‘폐허 마니아’들은 세상에 참 많고, 폐허를 좋아하는 심리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방법에 대한 내용도 보입니다. 취향을 인정하자마자 간단하게 요약/정리가 되려니 어쩐지 입맛이 씁쓸합니다. 정보를 추려보는 것을 중단했습니다. 직접 가서 사진도 찍어 보고, 글도 써보고, 기록도 해가며 직접 취향을 정의해보기로 했습니다. ‘Liminal space project’라는 거창한 이름도 붙였죠.
당장에 어디서 그럴싸한 폐허를 본 적이 있어? 라며 주위를 수소문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술자리에서 ‘한적한 포구 근처, 언덕 위에 우뚝 솟은 폐허’에 관한 귀가 솔깃할 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쪽 끝에 있는 포구 근처에 가면 우뚝 솟은 폐건물이 하나가 있는데, 엄청 크고 특이하게 생겼어. 몇 년째 그대로인데 대체 뭐 하려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 들어가 보고 싶게 생겼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