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네비게이션바로가기 컨텐츠바로가기

S매거진

서울의 지하철
LIFEArt & Culture
"건설하면 나라 망한다" 했는데
《서울의 지하철》 벌써 50년
2024.08.28
108 0

서울살이 nn년. 회사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 1인 저에게 '지하철' 하면 이제 출퇴근길 지옥철부터 떠오르지만 처음 상경했을 당시엔 매우 신기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단단한 땅속에 난 커다란 구멍을 나아가는, 지상이 아닌 지하로 달리는 기차라니. 만화영화에서만 봤던 땅속 광속 기차가 실존했던 것입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 29주년이 되던 해,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 종로선이 개통됐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지금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저처럼 땅속을 달리는 기차가 낯설었던 사람들에게 지하철은 익숙한 교통수단이 됐습니다. 1984년 11.4%였던 지하철 수송분담률이 1997년 30.8%까지 증가한 것만 봐도 지하철의 탄생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어요.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기념 전시 《서울의 지하철》

 

 

그리고 이 지하철의 역사를 펼쳐 놓은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기념 전시 《서울의 지하철》은 누군가에겐 열차를 처음 탔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고 또 누군가에겐 그 시절을 새롭게 알 수 있는 커다란 아카이브였습니다.

 


땅속을 달리는 열차

수준점 타정 망치 : 측량기준점이 되는 수준점을 설정하는 것으로 지하철 1호선 건설 시작을 의미

 

지하철 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문서와 계획서 등

 

지하철 개통 기념 초대 승차권과 종로선 개통 기념 우표
"정성으로 건설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

 

 

서울을 종횡무진 하는 커다랗고 기다란 기차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니죠. 서울에 지하철이 도입되기까지의 여정과 지하철이 움직이는 원리와 부품을 소개한 코너가 첫 번째 파트입니다. 지하철 공사를 착공하기 위한 관련 부서의 기안 문서부터 '서울도시기본계획', '지하철 및 수도권 전철화 사업 계획안', '지하철 건설기본계획 검토서' 등 각종 근거 자료가 잘 보존되어 사료로써 이곳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지하철 공사에 필요한 자료뿐만 아니라 기념엽서, 초대 승차권 등 지하철이 개통되고 난 후 발행했던 기념품도 보존이 잘 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지하철이 서울에 생기기까지 우여곡절이 꽤 많았는데요. 땅을 뚫어야 하고 처음 하는 대공사이다 보니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또 기술 수준과 경제규모를 고려했을 때도 불가능하다 판단, 경제를 총괄하던 부총리는 "서울에 지하철을 건설하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했을 정도로 강경하게 반대했다죠. 하지만 당시 교통난을 해결할 유일한 해결책이었기에 '정성으로 건설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라는 사명감으로 지하철을 건설했습니다. 
 

 

전동차 부품

 

옛 1호선 열차 모형

기관사 체험
한강하자터널 관통 모형. 5호선이 깊었던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지하철 도입 여정을 봤다면 이젠 지하철을 움직이게 만드는 부품은 무엇이며 어떤 기술이 접목되어 있는지, 땅속에 길은 어떻게 내는지 볼 차례입니다. 주요 부품이 전시되어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신호기의 운행 원리와 신호 방식에 따른 차이는 무엇인지 등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이해가 쏙쏙 돼요.

 

"이번 역은 압구정, 압구정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이 파트엔 전동차 운전실 체험존이 있습니다. 스크린엔 신사역~압구정역~옥수역/구의역~강변역~잠실나루역을 운행하는 기관사 시점 영상이 재생되고 실제 지하철에서 들을 수 있는 안내 방송도 나와 리얼리티를 높입니다. 그 아래엔 폐전동차에서 가져온 직류 전용 운전대가 있고 직접 만져볼 수 있어요. 흡사 키자니아 간접 체험 같기도 한데 전동차 운전실이나 운전대는 평소 쉽게 볼 수 없어서 사람들이 오래 머물렀다 가요.

 

 

레일 위의 서울

 

3, 4호선 굴착 공사 시 채취한 채취석을 활용한 건설 기념패

 

 

지하철의 등장은 도시 풍경을 바꿨습니다. 1기 지하철의 경우 1~4호선이 지나가는 을지로, 신촌, 영등포, 압구정, 서초, 잠실 중심으로 주거, 상업, 문화시설이 모여있는 역세권이 형성됐고 지하철 관련 시설(주차장, 지하상가)들도 확충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이 증가하고 주요 교통수단이 되면서 버스와 연계 수송 체계도 확립됐고 우리는 제한된 시간 내에 버스와 지하철을 오가며 환승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건 3, 4호선 굴착 공사 시 채취한 채취석을 활용해 만든 건설 기념패입니다. 한반도, 같은 서울인데도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채취석을 볼 수 있어요. 

 

 

포토존. 익숙한 풍경이에요.

 

책도 볼 수 있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지하철역

 

(왼) 지하철 승하차 예절 안내 / (오) 에드몬슨식 승차권(aka 딱지 승차권)

 

 

요즘 지하철과 지하철역은 운송수단과 거점 그 이상의 역할도 하고 있죠. 저는 출퇴근길이나 지하철을 오래 타야 하면 전동차 안에서 독서를 해요. 그럼 시간이 훌쩍 흐르고 어느새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거든요.

 

간혹 역사 내를 점령한 유혹적이고 달콤한 델리만쥬 냄새에 이끌려 사먹기도 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크린도어에 있는 시민 공모 시를 읽기도 합니다. 갈증이 심하면 자판기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필요한 물건을 있다면 스토리웨이(Storyway) 편의점에 들르고요. 참, 역 지하상가에서 쇼핑도 했었고 공연을 본적도 있네요.

 

이렇듯 도서관, 카페, 편의점, 공연장, 식당이 되어 의(衣), 식(食)부터 문화 예술 향유까지 역사는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었고 전시는 변화한 역의 쓰임새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

가판대 포토존
기관사, 역 직원의 소지품

 

 

오늘도 익숙한 표지판을 따라 승강장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습니다. 충무로 역으로 가는 4호선은 한강 위를 달리며 들쑥날쑥한 도시의 마천루를 비춥니다. 가끔은 이 길목에서 하루의 피곤을 지하철에 두고 내리라는, 혹은 좋은 하루를 시작하라는 기관사님의 따뜻한 말을 들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땐 잠시 귀에서 이어폰을 빼곤 합니다.

 

세기피앤씨가 있는 충무로 역은 3, 4호선 환승 통로 공간을 영화배우들의 캐리커처로 채웠습니다. '영화=충무로'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재미를 더한 단적인 예시인데요. 삭막하고 딱딱하게 놔두기보단 미감과 편리함 등을 고려한 승강장 내부 대자인 논의가 시작됐고 우리는 많은 역에서 장식 벽화, 예술 작품 등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하철에 숨겨진 10가지 비밀을 찾아라!

 

시민 기증품

 

지하철, 없으면 불편해

 

 

전시장 곳곳에 지하철과 관련된 퀴즈 10문제가 숨어 있고 이 문제는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리플릿에도 있어 아이들과 동반할 경우 리플릿을 들고 다니면서 정답을 써보는 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앞선 방식으로 아이들과 전시를 관람하는 부모님들이 계셨어요. 

 

 

전시 끝!

 

 

지하철 개통 관련 사료부터 시민 기증품까지 앞서 말했듯 이 전시는 하나의 거대한 아카이브입니다. 무엇보다 지하철은 서울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탔을,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람하기 좋은 소재의 전시입니다. 제가 관람하는 동안 미취학아동부터 중장년층, 흰머리가 지긋한 어르신들을 모두 볼 수 있었는데요. 지하철 개통과 함께 세월을 보낸 분들이 몰랐던 사실에 감탄할 때 이 전시가 더욱 돋보였습니다. 《서울의 지하철》은 역사이자 기록이었습니다.

 

 

전차 381호

 

 

《서울의 지하철》을 보고 나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있는 세워진 전차가 달리 보여요.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69년간 시민들을 날랐던 전차는 운행을 중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지하철이란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한 시대가 저물었어요. 하근찬의 소설 「전차구경(1976)」에 이 순간을 잘 묘사한 대목이 있습니다.

 

"(중략) 그는 삼십여 년이라는 세월을 전차와 함께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지하철 건설 바람에 그만 전차와 함께 자기의 인생도 밀려나버리고 말았다."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전차가 현대 물결 속에서 저문 만큼 지하철은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에서 어떤 모습으로 시민 곁에 남을까요? 서울 지하철 개통 100주년 전시가 열릴까요? 확실한 건 십수 년 후에도 아침, 저녁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퇴근할 저, 저와 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겠네요. 

 

 

《서울의 지하철》

· 일정: 24.08.09.(금)~11.03.(일) 09:00~18:00 (입장 마감 17시 30분, 매주 월 휴관)
-매주 금 21시까지 연장 운영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 관람료: 무료

 

 


 

사용 제품|리코 GR3, GR3x

 

본 콘텐츠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복제, 배포, 수정 또는 상업적 이용은 소유자의 허가 없이 금지됩니다.

에디터 M 글 · 사진

끄적이고 있습니다.

태그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지하철 #서울전시 #서울전시회 #서울전시추천 #전시추천 #리코gr3 #리코gr3x #리코 #ricoh
공포영화 이전글 자신 있으신 분들만 클릭하세요 공포영화 추천 4선 끝날 것 같지 않은 뜨거운 여름. 잘 이겨내고 있나요? 더위를 이겨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오늘은 에어컨 켜진 시원한 방 안에서 시청하면 좋을 공포영화를 모아봤습니다. 실제로 공포영화를 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피부 온도가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거든요. 시원한 여름밤을 원하는 당신을 위한 공포영화 추천, 만나 볼까요? 출처 : the movie database <인시디어스>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인시디어스>입니다. 2010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이며, ‘공포영화’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을 받는 <쏘우> 시리즈의 첫 작품 <쏘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컨저링>의 감독을 맡았던 제임스 완의 또 다른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인시디어스>는 평범하고 화목한 젊은 조쉬와 르네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그들의 행복한 나날이 시작되려는 찰나, 아들 달튼이 다락방에서 무언가를 보고 퍼블릭 다음글 월급쟁이 골퍼를 위한 수도권 퍼블릭 5선 코로나 이후로 골프장 그린피가 고공 행진 중입니다. 그마저도 하이 시즌에는 예약이 어려운 상황이죠.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만큼 그린피도 대중화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정부가 나서서 그린피를 내리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골프! 만만치 않은 비용에 고민되지만 눈감으면 스윙이 자동 재생되는 분들을 위한 가심비와 가성비 골프장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늘집 대신 편의점, 노천탕 대신 샤워장 완벽한 자본주의 가성비 골프장 포천 아도니스 CC - 퍼블릭 9홀 수도권 한 시간 거리의 회원제 27홀, 퍼블릭 9홀로 운영 중인 포천아도니스CC. 300~500야드 정도의 짧지 않은 페어웨이와 우아한 조경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니, 경기 진행이 빠르지 않아도 자연을 감상하며 여유 있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전장이 긴 코스가 많고 개미허리 페어웨이가 티샷 때 꽤 부담이 됩니다. 초보자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을
목록
0/200 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이나 비속어, 비하하는 단어들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댓글등록

프로모션

최근 본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