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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_메인이미지
LIFEArt & Culture
생명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
온양민속박물관 & 카페온양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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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품은 이어폰입니다. 그것도 노이즈 캔슬링이 탑재된 것으로 말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떠들고 어떤 소리가 들리던 외부에서 나만의 공간, 시간을 챙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아이템인데요. 그럴 때는 사람이 적고, 여유가 있으며 귀보다는 눈이 즐거운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온양민속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국내 최초의 사립 민속 박물관

태극 문양의 오르막길을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본관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네요
김석철 건축가가 지은 온양민속박물관 본관입니다.

 

 

표를 구입하고 <온양민속박물관>에 들어가면 드넓은 야외공간이 나옵니다. 이 더위에 오르막을 오를 생각하니 걱정이 됐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더위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오르막인 데다 나무들이 풍성하게 우거져 있어서 그렇게 덥지 않더라고요.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오르막은 태극 문양을 상징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S자 모양으로 되어 있던 이 의미 있는 길을 지나면 나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본관 건물이 그라데이션처럼 드러나게 됩니다.

 

겉보기엔 특별한 거 없어 보이는 본관은 평범해 보이는 외형을 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요소를 곳곳에 담은 건물입니다. 한옥이나 옛 건축물에서 사용하던 방식을 찾아볼 수 있는데. 건물 양 끝에 긴 처마의 형식이 사용된 것이 대표적이죠. 덕분에 2층 건물치고는 더욱 낮게 보이는 느낌 덕에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는 건축물입니다. 이 건축물은 78년에 자연과의 화합을 꿈꾸던 김석철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는데 그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것 같죠? 여담이지만 김석철 건축가는 서초구의 예술의 전당을 건축하신 분으로도 유명하죠. 특징적인 면들을 떠올려보면 더 재밌을 것 같네요.

 

 

탁 트인 공간감이 압도적인 곳입니다.
중간에 벽돌색이 다르고 배치가 다른 곳은 무령왕릉을 떠올리게 합니다.

 

 

내부는 외관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감을 주는데요. 그 덕분에 인공적인 빛이 최소화되어 자연스러운 내부 공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시간에 따른 여러 가지의 빛도 이 건물의 한 요소처럼 녹아드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천장에 큰 창을 뚫어 놓았습니다.

 

또한, 우리의 것을 현대적으로 사용한 부분을 만날 수 있는데 붉은색 벽돌 위에 독특한 방식으로 쌓인 검은 벽돌은 백제의 무령왕릉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이런 디테일을 통해 민속 박물관의 걸맞는 느낌을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본관에서는 상설 전시로 기획 전시와는 다르게 꾸준히 전시 되는 공간이고, 이 박물관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곳입니다. 온양민속박물관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삶, 민속자료와 같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 관련된 전시를 기교 없이 팩트만 전달하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는 총 3개로 진행되는데 1층에서는 한국인의 삶으로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의식주에 따라 분류되어 있고 기교보다는 제대로 된 문화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마치 한 편의 역사책을 눈으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대체로 익숙하고 친절한 느낌이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보기 좋습니다. 

 

 

단순히 전시만 해놓은 곳이 아닌 정말 간접적인 경험을 주는 디테일적인 요소입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보는 배 모형은 압권입니다.

 

 

2층부터는 한국인의 일터와 제도들을 담은 전시가 이어집니다. 이 당시는 농업과 어업이 주된 산업이었는데 이때 사용되었던 다양한 도구들과 작업 방식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전시가 꽤 재밌었던 건 1층과는 달리 책에서 보지 못했던 어업에 사용되었던 배 같은 걸 실물 크기로 보는 점이었는데 유리창 너머가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생생함이 더욱 배가 되었습니다.

 

더욱 2층 전시가 재밌었던 건 디테일한 부분에 있습니다. 농기구를 보여주는 섹션에서는 마치 초가집의 한 부분을 가져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내부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 같은 디테일과 채광까지 챙긴 건 그만큼 이 전통문화에 대한 요소를 얼마나 진심으로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의 의미

 

 

이곳에 방문하기 위해서 약간의 정보 검색을 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야외정원입니다. 풍성한 꽃이나 유명한 나무, 이름있는 유물이 채워진 건 아니지만 <구정아트센터>로 가는 길에 마음과 호흡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이곳에도 옛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은 해놨지만 이런 것들을 보며 걷기보단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세요. 이 정원을 걷다 보면 고인돌을 만나기도 하고 큰 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정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걸어도 힘들지 않은 정도라 일행이 없다면 시간이 흘러가는 여유로움과 자연의 움직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날이 좀 더 선선해지면 야외공연장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계절을 느끼고 싶을 정도로 단조롭지 않은 매력이 있습니다. 현 위치가 어딘지 생각하지 않아도. 결국엔 도착하기 때문이죠. 

 

 

생명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온양민속박물관을 떠올리면 이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일본에서 활동했던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포도호텔>, <수풍석 박물관>, <제주 방주교회> 등을 건축하여 더 유명해졌습니다. 국내에서 첫 건축한 작품은 <온양민속박물관> 내에 있는 <구정아트센터>입니다.

 

<구정아트센터>는 <온양민속박물관>의 출구 쪽에 있지만, 본관과 마찬가지로 나무와 숲에 가려서 가까이 가지 않고서는 잘 보이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타미 준이 평소 자연에 대한 사상을 생각하면 화려하지 않은 게 오히려 잘 어울립니다.

 

이타미 준은 평소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후나 환경, 문화 등 지역성을 기반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구정아트센터에서도 그런 특징들이 잘 반영되어 있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구정아트센터에 쓰인 석재 모두 아산 일대의 풍부한 돌을 활용했다고 하죠. 또한, 충무공의 땅이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서 거북선 모양을 본뜬 지붕을 상부에 올리고 내부에는 충청도 지역의 ‘ㅁ’자형 전통가옥 구조를 반영하여 건축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온양민속박물관

 

‘ㅁ’자형 구조의 공간에서는 원기둥과 함께 위에 거북선 모양을 받치고 있는 목구조도 눈에 띄는데 이곳도 역시 자연광이 중심이 되는 곳이라 별도의 조명 등은 설치되지 않아서 그 자연스러움이 배가 되는 곳입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이 구정아트센터가 나무, 흙, 돌, 바람에 따뜻한 온기와 생명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설립되었다라고 쓰인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간은 필연적으로 어떠한 목적에 의해 만들어져서 어떻게 사용될지 미리 계획하는 편인데 이 구정아트센터만큼은 목적과 이유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죠.

 

현재는 기획전시 때만 오픈하고 있어서 내부는 실제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기획전시는 통상 1년에 1~2번 정도만 진행하기 때문에 전시가 있을 때는 꼭 가서 보신다면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한국에서 처음 설계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에필로그 같은 카페 온양

 

 

전시를 다 보고 나온다면 주차장 바로 옆에 낮지만 가로로 긴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바로 카페 온양입니다. 카페 온양은 마치 박물관의 전시가 다시금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갈한 공간입니다. 흔히 보기 어려운 테이블과 가로로 긴 통창 덕분에 확 트인 느낌을 주는 이곳은 본관에서 봤던 요소들이 조금씩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이질감 없는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언제나 보고 맛보는 재미가 있죠

 

 

음료는 박물관 텃밭의 어린 쑥과 율무, 보리, 서리태콩, 찹쌀, 귀리 등을 정성껏 찌고 말린 시그니처 메뉴인 ‘온양 미숫가루’와 모나카 위에 팥앙금과 버터 그 위에 말린 무화과 그리고 옆엔 양갱이가 나오는 ‘앙버터 모나카’를 시켰습니다.

 

먹고 나오면서도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되는 곳입니다. 카페는 그저 출구 쪽에 위치한 음료를 마시는 곳이 아닌 ‘바삐 가지 말고 음료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곱씹어보세요.’ 하는 것처럼 카페마저도 이 공간의 일부인 것처럼 위화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은 이곳에 가을이 되면 다시 가볼 생각입니다. 한 번만 가긴 무척 아쉬운 곳이니까요.

 

 

《온양민속박물관 & 카페온양》

· 위치 : 충남 아산시 충무로 123 온양민속박물관
·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 30분까지 (매표마감 오후 4시 30분)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 당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합니다.

-가시기 전에 네이버 검색을 통해 휴관 여부 확인해주세요.
· 관람료 : 일반 - 8,000원 / 청소년 - 5,000원 / 초등학생 & 유치원 - 4,000원

-주차요금은 무료입니다.

 

 http://onyangmuseum.or.kr/

 


 

사용 장비 | SIGMA 20mm F1.4 DG DN I Art, 65mm F2 DG DN I Contemporary. 28-70mm F2.8 DG DN I Contemporary, 90mm F2.8 DG DN I Contemporary, SIGMA fp L, SONY A7c2

 

에디터 C 글 · 사진

오늘도 장비를 삽니다. 장비 없인 못살아.

태그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 #이타미준 #카페온양 #박물관투어 #가볼만한곳 #출사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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