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미로처럼 얽힌 용도를 알 수 없는 구조의 폐허
-제주도에 18,000개의 신이 생겨난 이유는 뭘까?
아이들에게 영상 제작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해발 고도가 340m에 이르는 꽤 높은 곳에 있고, 주위에 큰 건축물이 없이 나무에 둘러싸여 자연환경과 함께 내려다보는 풍광이 꽤 멋집니다. 학생들은 교통편이나 벌레와 새들이 날아드는 것에 대해 꽤 불만을 표시하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지금을 떠올리면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겠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기니까요.
언젠가부터 수업을 하다 보면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한 건축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모습이 나무에 가려진 그 건물은 지붕 한 귀퉁이만 보이는데, 지붕이 기와로 되어 있어 어쩐지 일반적인 가정집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기와가 낡고 곳곳이 부서져 있어 그 사연이 무척 궁금했는데, 우연히 그곳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기 전에는 길마저 끊겼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막상 엄두를 내보진 않았습니다.
막상 앞을 가보니 딱히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는데,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한 채의 건축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여러 채의 건축물들이 집합해 폐가가 아닌 꽤 큰 규모의 폐허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예닐곱 개는 되는 건축물들은 하나씩 시간을 두고 필요에 의해 증축을 한 것인지 크기와 모양이 전혀 통일성을 갖추지 못하고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각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는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지붕이 덮인 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과 각진 회백색 벽으로 이루어져 미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실용성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건축물들의 모습은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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