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
· 이 콘텐츠는 운동이라곤 걷는 것이 전부인 제가 직접 걸어보고 산책하기 좋은 곳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 해방촌~후암동: 여유로운 산책은 어렵지만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이겨내면 발 아래 서울이 파노라마처럼 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유로운 산책을 하기엔 좋은 지형은 아닙니다. 남산 밑에 자리 잡은 동네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길과 높은 지대 때문에 수시로 주의가 필요했고 인도가 있어도 좁은 탓에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했거든요. 계단이 있는 곳도 있지만 이 동네는 ‘경사’가 기본입니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언덕길을 오르고 차와 사람을 피해 걷다 보면 발 아래 서울 시내가 펼쳐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해방촌과 후암동을 찾는 이유를 직접 보고 나니 이 매력을 단 한 번만 보고 끝내기 아쉬워 다시 찾는 이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옵니다. 그곳이 오늘 산책의 시작, 해방촌이에요. 해방촌은 8.15 광복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마을로, 이태원 지하보도~용산2가동 주민센터까지 포함하는 지역을 일컫습니다. 광복 이후 미군정 관할이 되어 해외에서 돌아온 귀환민과 월남민, 6.25 전쟁 이후엔 피난민과 실향민이 정착하면서 해방촌으로 불리게 됐어요.**
*현재 2번 출구는 공사 중이기 때문에 1번 출구로 나가야 합니다.
**출처: 근현대사 아카이브(archive.much.go.kr)
찰리스 그로서리, 던베이글 등 유명한 가게들을 구경하다 보니 해방촌 오거리 방향을 알리는 표시와 함께 급경사가 시작됐습니다. 녹사평역 1번 출구에서 급경사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도보로 약 15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또 이때부터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허물어졌어요. 이어폰은 잠시 넣어두고 첫 번째 장소, 신흥시장을 향해 걸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이 힘겨워 천천히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힘들어하는 사람은 저뿐이었어요. 이곳이 익숙한 주민들은 가야 하는 목적지로 성큼성큼 거침없었습니다. 혹은 느긋하기도 했고요. 저도 잠시 숨을 고르고 발걸음을 천천히 하며 주변을 살폈고 그제야 동네가 조금씩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