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이스에서는 12년 만에 '콘퀘스트 HD'(이하 'HD')의 후속작인 '콘퀘스트 HDX'(이하 'HDX')를 새롭게 출시했습니다. HD는 오랜 세월 동안 쌍안경계의 올라운더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쌍안경이기에 이번 HDX도 상당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HD 10x42를 3년 넘게 사용해 오고 있기에 HDX 출시 소식은 누구 못지 않게 반갑습니다.^^
HDX의 라인업은 아래 이미지처럼 8x56/10x56/15x56, 8x42/10x42, 8x32/10x32이며, 이 중 HDX 10x32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구성 및 사양
: HDX 10x32
구성은 '넥 스트랩, 대물/접안렌즈캡, 쌍안경, 소프트 케이스(스트랩 포함), 클리닝 천'으로 되어 있어 전작인 HD와 다르지 않으나 구성품마다 조금씩 바뀐 점들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넥 스트랩은 양면이 네오플랜 재질이고 폭이 넓어 목에 부담을 줄여줍니다. HD와는 달리 피부에 닿는 부분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게 표면이 매끄럽게 되어 있고, 길이가 약간 더 길어졌습니다.
대물렌즈캡은 좌/우 각각 대물렌즈부에 탈부착 가능하게끔 변경되어 사용자 기호에 맞게 사용할 수 있고, 고정력이 좋기 때문에 렌즈캡을 여닫더라도 통째로 빠지지 않아 분실 위험이 적습니다. 또한 캡 양면에 자이스 로고가 새겨져 있어서 한층 더 고급스럽습니다.
접안렌즈캡은 탄탄한 고무 재질이고, 아이컵에 딱 맞게 제작되어 덮어 놓으면 아무리 흔들어도 빠지지 않습니다. 안쪽면에는 동그란 돌기가 있는데 접안렌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 해외에선 레인가드(Rainguard)라고 불리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용 도중 갑작스런 비를 만났을 때 이 캡을 접안렌즈에 덮어서 보호해 주기 때문입니다. 대물렌즈보다 접안렌즈에 묻은 물방울은 관측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캡을 활용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프트 케이스는 디자인이 더 깔끔해졌고, 기존의 사이드 릴리즈 버클 대신 지퍼 2개가 장착되어 이물질 및 먼지 유입 차단에 더욱 효과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방으로 완충패드가 들어가 있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되고, 스트랩을 연결해 메었을 때 케이스를 열면 상단부가 바깥쪽으로 젖혀져 쌍안경을 신속하게 넣고 뺄 수 있습니다. 케이스 상단부 안쪽면에는 작은 포켓이 있는데 렌즈캡이나 클리닝 천 등을 수납할 수 있으나 별도의 지퍼나 벨크로가 없으므로 내용물 분실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100% 재생원단으로 만들어진 소프트 케이스입니다.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자이스 칭찬해~^^
새상품 구매하시면 소프트 케이스 안에 쌍안경이 들어있는데 완충을 위해 위/아래로 두툼한 스펀지가 추가로 들어있습니다.
소비자에 대한 자이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네요. 단, 실사용하실 때는 스펀지 빼고 사용하세요.^^
외관 및 조작감
: HDX 10x32
HDX 본체 디자인은 HD의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콘퀘스트가 지닌 다부진 외관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습니다.
자이스답게 HDX의 마감은 아주 깔끔하고 견고합니다. 고무외피는 들뜸 없이 잘 감싸져 있고, 손에 착 달라붙는 우수한 그립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손으로 들고 돌아다녀도 떨어뜨릴 걱정이 없습니다. 행여나 바닥에 떨어뜨리더라도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로 만든데다 극한의 테스트를 통과한 쌍안경이기에 신뢰할 수 있습니다.^^
HDX 10x32의 본체 무게는 약 620g으로 동규격 HD에 비해 10g 정도 줄었습니다. 넥스트랩 체결 시에는 약 680g, 넥스트랩과 대물/접안렌즈 모두 체결 시에는 약 730g 정도이므로 무게에 예민하신 분들은 기호에 맞게 선택해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HDX의 대물렌즈 코팅색상은 자이스의 최상급기인 빅토리 SF를 연상시키는 짙은 와인색이고, 접안렌즈는 연한 밤색과 연두색을 띄고 있습니다. 자이스가 개발한 로투텍(LotuTec) 코팅 덕분에 렌즈에 이물질이 거의 달라붙지 않아 어떠한 기후 조건에서도 쾌적한 관측을 선사합니다. 렌즈 닦을 때 미끄러지듯 닦이는 이유가 바로 이 코팅 덕분이고 경쟁사 제품들과 차별되는 부분입니다.
영롱한 와인빛 코팅은 자이스만의 아이덴터티라 생각합니다.
T* 코팅된 렌즈와 경통 안쪽면의 배플(baffle, 나사산 모양의 홈) 덕분에 주야간 사용 시 밝은 광원으로 인한 내부 난반사를 줄여 플레어나 고스트 현상을 억제합니다.
※ 플레어: 태양이나 조명 등의 밝은 광원이 렌즈로 들어왔을 때 내부 난반사로 인해 빛줄기가 나타나거나 광원 모양의 허상이 생기는 현상(고스트를 포함하는 개념)
HDX 10x32의 접안렌즈 직경은 약 24mm로 큼직하고, 아이컵 내경은 약 30mm로 눈에 가져다 댔을 때 넓은 시야와 편안한 접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HDX 아이컵은 접안부 디자인이 조금 바뀌었는데 측후면에서 접안렌즈로 새어들어오는 잡광 차단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3단 트위스트 방식이며 HD에 비해 부드럽게 조절되면서도 각 단계별로 견고하게 고정됩니다. 아이컵을 3단으로 조절하고 접안하면 블랙아웃(강낭콩 현상) 없이 전시야 확보가 가능했고, 아이릴리프(접안렌즈↔눈 사이 거리)가 16mm라서 안경착용자 역시 전시야 확보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 블랙아웃: 아이릴리프가 짧으면 원테두리 주변으로 강낭콩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는 현상
초점조절링은 크기가 큼직해서 두꺼운 장갑을 착용하더라도 손쉽게 조작 가능하고 적당한 텐션으로 회전하며, 백래시(backlash) 현상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초점조절링의 구동범위가 약 400˚ 정도인 HD에 비해 HDX는 약 450˚ 정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정밀한 초점조절이 가능합니다. 다만, 일정 구간에서 약간 뻑뻑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백래시 현상: 초점조절링을 돌릴 때 시계↔반시계 전환되는 지점에 유격이 생기는 현상
시도(디옵터)조절에 락(Lock)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HDX보다 상급기인 빅토리 SFL도 고정식 시도조절링을 적용하지 않았는데 HDX에 이 기능을 채택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시도조절 방법은 우선 아이컵을 1~3단으로 올려둔 뒤 시도조절링을 위로 올려서 락을 해제합니다.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서 초점 조절한 후 다시 아래로 내려주면 고정이 됩니다. 이러한 고정식 시도조절링 덕분에 의도치 않게 조정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비노홀더를 체결할 수 있는 구멍의 위치도 조금 달라졌는데 이건 변경 전과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변경되기 전인 HD의 비노홀더 구멍은 힌지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비노홀더캡을 돌려 넣기 불편한 단점은 있지만 파지 시 손가락에 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HDX의 비노홀더 구멍은 힌지 끝부분에 위치해 있어서 캡을 돌려 넣기 편한 장점은 있지만 아래 사진처럼 캡이 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파지 시 손가락에 걸려 불편한 단점이 있습니다. HDX의 비노홀더캡 두께를 얇게 줄이고 테두리도 둥글게 다듬는다면 훨씬 개선될 거라 생각됩니다.
비노홀더/마운트를 이용해 삼각대에 거치한 모습
개인적으로는 금속 비노홀더(좌측)보다는 벨크로 스트랩 방식의 비노마운트(우측)가 끼웠다 뺐다 하기 수월해 추천드립니다.
최단 초점거리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짧은 1.5m로 표기(사양표 참조) 되어있는데 실측해보니 약 1m 정도로 나왔습니다. 다만, 이 거리에서 대상을 바라보면 원이 하나로 겹쳐지지 않고 양안 합치가 쉽지 않습니다.(매직아이 보듯이 눈을 사시로 해야 대상이 하나로 보임)
주간상
: HDX 10x32
중심선예도는 최상급기종과 나란히 놓고 보지 않는 이상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날카롭습니다. 주변상은 약 80~90% 정도에서 서서히 무너지지만 극주변상의 글자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제법 선명하게 보입니다.(아래 어포컬상으로는 주변부가 흐릿하게 보이지만 실제 안시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음)
중심 색수차는 관측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접안점이 정확하지 않으면 보라색 색수차가 중심 부근까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주변부로 갈수록 색수차가 서서히 증가하지만 시야가 넓다 보니 일부러 주변부까지 보지 않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입니다.
체감시야각은 자이스가 공개한 값이 68˚Ww인데 아래 사진처럼 tan값으로 계산된 실제 체감시야각은 약 61˚ 정도로 확인됩니다. 비록 제조사가 밝힌 시야각보다는 작지만 60˚가 넘는 광시야기에 충분히 넓은 시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왜곡은 핀쿠션 왜곡이 적당히 존재하는데 이는 쌍안경을 좌우로 패닝 시 글로브 이펙트(롤링볼 현상)를 줄여주는 역할
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지러움도 덜 느껴 눈의 피로감을 덜어줍니다. 이런 글로브 이펙트는 개인마다 체감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HDX 10x32를 사용하면서 촬영한 어포컬 이미지들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어포컬 이미지는 실제 쌍안경으로 보는 것보다 작게 보이고 덜 선명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시길 바랍니다. 모든 어포컬은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로 촬영하였습니다.
야간상
: HDX 10x32
촬영조건은 'F1.8, 1/4sec, ISO 320'로 동일하게 했습니다.
쌍안경을 야간에 사용할 때 가장 중요 시 되는 것은 바로 밝기일 것입니다. 밝기에 따라 사물의 식별력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HDX 10x32는 빛 투과율이 90% 이상으로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야간에도 밝게 보이는 편이고, 자이스의 T* 코팅과 경통 내부 배플 덕분에 플레어나 고스트 현상이 잘 억제되어 사물 식별력이 높았습니다. 플레어 현상이 나타날 때는 광원이 쌍안경보다 아래쪽 있을 때 주로 나타났습니다.
천체관측
: HDX 10x32
※ 천체관측 시 쌍안경을 사용한다면 의자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서서 보더라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사물이 있다면 흔들림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특히 팔꿈치 지탱이 관건) 여유가 된다면 삼각대, 볼/비디오 헤드, 비노홀더(비노마운트) 등의 장비를 구비하여 거치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밤하늘 볼 때는 대물렌즈의 구경이 큰 것이 유리한데 HDX 10x32는 구경이 작은 편에 속하지만 빛 투과율이 높아 천체관측도 충분히 즐길 만했습니다. 밤하늘에 구름만 많이 없다면 남녀노소 장소 구애받지 않고 관측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달이죠. HDX를 이용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이런 즐거움을 공유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별은 광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도심지보다는 광해가 적은 관측지에서 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정말 차원이 다른 밤하늘 풍경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HDX는 영하 20℃까지 초점조절링 등의 조작부가 정상적으로 구동을 하기 때문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 겨울철 관측지에서도 문제없이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측지에서 구름과 사투를 벌이며 겨우 건진 HDX 10x32 어포컬 몇 장 남겨봅니다.
HDX 10x32로 본 도심지(좌)와 관측지(우)의 차이
탐조
: HDX 10x32
한 손으로 파지 가능한 무게, 우수한 그립력, 신속한 포커싱 덕분에 탐조 시 주력으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고, 32mm의 작은 구경임에도 빛 투과율이 우수해 나무나 풀이 우거진 곳도 큰 무리 없이 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일몰 시간인 오후 6시 30분경 나뭇가지들 사이로 백로 무리를 관찰하는 모습
일상과 풍경
: HDX 10x32
변경된 부분
: HDX 10x32
전작인 HD에 비해 바뀐 부분들
* 넥 스트랩 ☞ 양면 모두 피부 자극 최소화할 수 있는 네오플랜으로 변경
* 대물렌즈캡 ☞ 좌/우 각각 탈부착 가능해짐에 따라 사용자 기호에 따라 선택 가능
* 접안렌즈캡 ☞ 탄탄한 고무 재질로 고정력 향상
* 소프트케이스 ☞ 이물질 및 먼지 유입 차단에 효과적인 지퍼 사용으로 전체적인 디자인 변경
* 고무외피 ☞ 향상된 그립력
* 코팅색상 ☞ 최상위 모델인 빅토리 SF와 비슷한 진한 와인색으로 변경
* 아이컵 ☞ 접안부 디자인 개선으로 잡광 차단에 효과적, 부드러워진 3단 조절
* 초점조절링 ☞ 구동범위가 450˚로 확대되어 세밀한 조절이 가능, 백래시 현상 없어짐
* 시도조절 ☞ 락 방식 채택으로 의도치 않은 디옵터 조정 방지
* 비노홀더 구멍의 위치 및 캡 모양 변경
요약
: HDX 10x32
<좋은 점>
* 우수한 만듦새(뛰어난 내구성)
* 향상된 그립력
* 전작인 HD보다 가벼워진 무게(가벼운 마그네슘 하우징 사용)
* 로투텍(LotuTec) 코팅으로 편한 렌즈 관리
* 백래시(유격) 없이 회전하는 초점조절링
* 고정식 시도조절링 채택
* 날카로운 중심선예도와 선명한 주변상
* 넓은 체감 시야로 시원한 관측을 선사
<아쉬운 점>
* 일정 구간에서 다소 뻑뻑하게 회전하는 초점조절링
* 비노홀더 캡 디자인(개인적인 아쉬움)
* 아쉬운 중심부 색수차 제어
* 야간 사용 시 간혹 나타나는 플레어 현상
“쌍안경계의 올라운더(All-rounder)”
자이스 콘퀘스트 HDX 10x32는 최상급기에 버금가는 뛰어난 광학 및 하드웨어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실상부 쌍안경계의 올라운더로서의 자리매김을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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