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것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꾸만 시선이 가는 불편한 것들이 있죠. 저에게는 아날로그가 그렇습니다. 그 중 새해를 맞아 편지를 첫 아이템으로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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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의 경복궁을 마주보는 널 담은 공간에 이어 연희동과 성수동에 있는 글월을 방문했어요. 널 담은 공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편지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왔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성수동 상권에서 고요하고 느릿하게 적어 내려가는 시간을 갖고 왔어요. 오롯이 편지를 위한 공간. 그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감동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글월, 성수
글월 Letter room 성수가 입점되어있는 성수 LCDC
글월 Letter room 성수 내부
1년 뒤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친 뒤 부지런히 또 다른 편지를 쓰러 성수로 향했습니다. 글월은 2023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우체국 컨셉으로 꾸민 롯데백화점에서 팝업을 진행한 적이 있을 정도로 편지와 관련해서 인지도 있는 가게에요. 연희동에서 시작된 글월이 명동과 잠실을 돌고 성수에도 자리 잡았습니다. 성수의 아이코닉한 건물이 된 LCDC 3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소품숍 사이 고요한 글월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글월의 레터 서비스 페이지 (이미지를 누르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글월의 펜팔 서비스 설명
글월에는 세 가지의 편지 프로그램이 있어요. [1월에 쓰고 6월에 보내는 편지], 7월에 쓰고 크리스마스에 받는 [Letter Christmas], 그리고 [펜팔 서비스]까지 세 가지지만 1월과 7월 편지는 시즌적으로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1월의 끝자락에 방문을 결심해서 다행히 1월 편지와 펜팔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어요. 기간이 정해진 편지 프로그램은 글월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아직 1월 편지를 진행하고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글월 홈페이지 방문을 추천해요. 펜팔 서비스는 글월을 방문하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글월에 들어가 예약 여부를 이야기한 뒤 원하는 자리를 골라 편지지를 받았습니다. 편지 세트는 심플했습니다. 한 장의 편지지와 받는 주소를 쓸 수 있는 편지봉투. 편지지는 원하는 만큼 더 받을 수 있었어요. 글월의 펜들을 테스트하고 고를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펜과 테스트 노트를 주었는데 이걸 받으면서 새삼 정말 문구에 진심인 가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감과 굵기가 조금씩 다른 펜을 테스트한 뒤 가장 얇은 잉크 펜을 골라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편지지와 함께 받았던 테스트 노트와 여러 필감의 펜
편지를 마무리했습니다
널 담은 공간에서 편지를 쓸 때에는 웃기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썼는데 글월에서는 너무나 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널 담은 공간은 일상에 편지가 이벤트처럼 들어온 느낌이라면 글월에서의 편지 쓰기는 일상을 벗어나 편지를 위한 공간에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하얀 편지지가 묘하게 저를 압도하는 느낌이었어요.
킥킥대며 편지를 쓰던 널 담은 공간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때와는 다르게 시작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보냈고, 쓰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편지를 끝마쳤습니다. 글월은 1시간가량을 편지 쓰기에 할애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데요, 30분도 되지 않아 6월의 저에게 많은 속내를 탈탈 털어놓았습니다.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공간에 따라 이렇게 다른 몰입을 느낀다는 점이요. 덕분에 고민하던 펜팔 프로그램도 바로 하기로 했습니다.



글월의 펜팔 서비스
펜팔 서비스는 현장에서 상시로 진행할 수 있어요. 1월 편지 프로그램처럼 펜팔 서비스를 구매하고 원하는 자리에서 양식에 맞춰 편지를 진행하면 됩니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돼요. 미래의 나도 막막했는데 익명의 누군가라고 하면 막연히 더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마음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생겨납니다. 펜팔 서비스 역시 편지지가 더 필요하면 요청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다 쓰고 나면 본인과 닿아있는 형용사에 체크한 뒤 엽서의 아이콘을 그리고(글씨를 써도 됩니다) 날짜와 날씨, 시간과 언어를 적어주면 됩니다. 이후 글월 측에 편지를 받은 사람이 펜팔을 진행하길 원할 경우 전달될 간단한 개인정보를 남기면 편지 보내기가 끝이 납니다.
글월의 펜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던 다른 공간의 손님들
편지 프로그램 외에도 글월의 문구를 구경하러 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받을 편지를 고르면 되는데요, 글월의 벽면에 있는 편지 선반에서 원하는 아이콘과 성격의 편지봉투를 고르면 됩니다. 저는 저와 단 하나의 형용사도 겹치지 않았지만 너무나 귀여운 공룡 아이콘이 그려진 봉투를 골랐어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행복이 될 펜팔 서비스도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이번에는 글월 성수를 방문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글월 연희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성수보다는 연희가 1인 예약만 가능하기도 하고 조금 더 집중되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어느 날 문득 사각사각 글씨를 쓰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닿고 싶을 때, 어딘가에 하소연하고 싶을 때 글월의 편지 서비스를 떠올려보길 바라요. 미래의 나에게 또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며 지금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월 Letter Room 성수점
· 위치: 서울 성동구 연무장17길 10 LCDC SEOUL 302호
· 영업시간: 매일 12:00~19:00
p.s.
돈을 내고 편지를 쓰는 서비스까지는 부담스럽지만, 새해맞이 문구를 구매하고 싶은 분들에게 소개할 가까운 문구 편집숍도 가져왔어요. 미래의 스스로나 익명의 누군가 대신 가까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 당신에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문구가 필요할 테니까요.
포인트 오브 뷰, 성수




묵직한 우드톤의 공간과 질 좋은 공책과 고급스러운 아날로그 문구 장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포인트 오브 뷰 아닐까 싶어요. 더현대에도 입점해 있는 포인트 오브 뷰는 문구보다는 잡화에 가까울 정도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죠. 평일에도 웨이팅이 필요한 3층짜리 문구점은 쓰는 아이템을 넘어 공간 장식품과 가방, 다양한 패브릭 소품과 책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포인트 오브 뷰는 제품도 제품이지만 공간 자체를 너무나 잘 꾸며놓은 문구 소품숍이라 문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감성 가득한 공간에 홀려 들어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제품을 구매하러 온 적도 있지만 공간을 즐기러 들른 적이 더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에 1층부터 3층까지 찬찬히 돌아보니 공간을 꾸린 사람의 문구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포인트 오브 뷰의 방명록 공간
포인트 오브 뷰는 1층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필기구가 주가 되다 보니 유독 복작복작합니다. 그래서 보통 1층은 필요한 물건만 찾아서 바로 나오던 층이었어요. 이번에 둘러보며 필기구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도서 공간과 문구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귀여웠던 책을 찍어왔어요. 바로 <연필 깎기의 정석>입니다. 강렬한 책 디자인과 제목도 눈길을 끌었지만 이 책을 판매하게 된 이유가 적힌 소개 글이 참 사랑스러웠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글만으로도 연필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는 글 주인이 상상이 갔다고 하면 너무 과할까요? 도서 공간 바로 옆에 있는 방명록도 참 좋았어요. 포인트 오브 뷰의 방명록도 문보장의 방명록들처럼 진심이 가득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포인트 오브 뷰는 문보장에 비해 더욱 다양한 문구들을 테스트하고 즐길 수 있어 색다른 아날로그의 맛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할게요.
포인트 오브 뷰 서울(POINT of VIEW SEOUL)
· 위치: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8 1,2,3층
·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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