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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명품 101]
당신에게 단 하나의 렌즈를 고르라고 한다면?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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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Zeiss)는 광학 기기 제조사로 하나의 기업일뿐이지만, 자이스가 품어온 역사는 인류의 근현대사를 관통합니다. 자이스의 유/무를 가지고 ‘만약에?(if)’ 놀이를 하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메타버스를 펼쳐나가기 시작하면 의료와 천체를 비롯해 영화 산업 전반과 반도체 산업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에, 사실상 우리 인류가 누리고 있는 현대 사회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게 됩니다.

 

자이스는 기업 전체가 전쟁의 역사 속에서 분리되고, 합쳐지고, 기술자가 넘어가고, 설비를 빼앗기고, 기술을 전수하고,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재기하는 과정에서 계보를 따지기 어려울 만큼 여러 수많은 광학 기기들을 생산해냈는데, 그 하나 하나가 소중한 유산이라고 불리기에 손색 없습니다.

 

한 기업의 역사가 세계사, 경제, 산업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고,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에서 롤모델로 삼고 연구하는 영역인만큼 길게 풀어 놓자면 끝이 없는 영역이지만, 짧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남다릅니다.

 

 


 

 

그런 자이스이니만큼 올드 스쿨들에게는 ‘짜이쓰’, ‘짜이즈’, ‘자이쓰’와 같이 불리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건만,(공식적으로는 ‘자이스’로 통일되었습니다) 새롭게 접근하는 유저들에게는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지 않은 탓에 어쩐지 낯설게 다가옵니다. 더욱이 카메라 생산 회사와 렌즈 생산 회사를 맞춰 사용하는 것을 ‘네이티브’라고 칭하며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서드파티’란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여러 전자장비를 통해서 가동되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특성상 카메라와 렌즈의 브랜드를 통일해서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이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이스의 렌즈를 사용하기 위해 카메라를 선택해야 했던 과거의 위상을 떠올리면 사뭇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의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이는 자이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 ‘우리는 기술 집적, 고자본의 광학산업에 신경을 쓰느라 너무 바빠. 시장성이 떨어지는 카메라용 렌즈까지 굳이 신경을 쓰긴 좀 어려워’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심지어는 꽤 오피셜한 라인으로 직접 밝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자이스가 컨슈머를 상대로 한 카메라용 렌즈를 생산해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굳이 쓸데없는 경쟁 구도 안에 끼고 싶지 않다는 그 도도한 자세와는 달리 자이스는 사실 꽤 친절하게 카메라 마운트별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렌즈들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밀부스(Milvus)’는 과거부터 이어온 자이스의 핵심 해리티지를 잇는 렌즈 라인업이다. 설계의 정통성, 뛰어난 광학 성능, 밝은 조리개, 촘촘히 나눠 다양한 화각, 절대적인 신뢰성의 빌드 퀄리티와 더불어 컨슈머 렌즈로서 가격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한 밀부스는 명실공히 자이스의 고급 렌즈 라인업입니다. 다만 이제는 올드해진 EF/F 마운트의 사용, 크기와 무게, 그럼에도 여전히 꽤 고가란 사실과 더불어 수동 포커스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렌즈로 개발된 것은 아니란 것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밀부스가 가진 설정을 한 단계 더 뛰어넘는 렌즈 라인업이 있으니 바로 ‘오투스(Otus)’입니다. 밀부스는 경쟁자들을 곁에 두고 비교가 가능한 시장성이 있는 라인업이지만, 오투스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플래그십(Flagship) 라인업입니다.

 

최근 플래그십의 의미는 꽤 변질되어 상위, 고가의 제품에 남발되어 불리는 경향이 있는데, 플래그십은 ‘기함’을 뜻합니다. 전쟁에서 지휘관이 탑승한 기함은 최선두에서 전쟁의 성패를 갈랐기 때문에 그 어떤 배보다 강력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의전을 통해 아군들의 사기를 올려야 했기 때문에 가장 크고, 화려해야만 했고, 지휘관이 둘이 될 수 없는만큼 단 한 대만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플래그십 제품은 그 기함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많이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브랜드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홍보를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생산됩니다. 오투스가 바로 그런 플래그십이란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라인업이라면, 밀부스는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접근 가능한 영역을 담당합니다.

 

 


 

 

오투스는 모든 것이 단점이어도 되니 ‘광학성능만은 절대적 최고’를 추구한 렌즈입니다. 때문에 크기와 무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동급의 렌즈를 몇 개씩 살 수 있을만큼의 고가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의 가격이 일본에 생산을 위탁해서 가격을 낮춘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투스를 보고 있자면 경쟁자들에게 어설픈 도발쯤은 눈썹 하나 건들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한 자이스의 절대적인 자신감이 느껴지는데, 그 속에는 ‘아포크로매틱(Apochromatic)’ 설계가 기반하고 있습니다.

 

아포크로매틱은 줄여서 ‘아포(Apo)’라고 불리우는 광학 설계인데, 자이스의 역사를 비롯해 광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에른스트 아베(Ernst Abbe)’ 교수에 의해 정립된 이론입니다. 굴절을 통해 분산된 세 파장의 초점거리를 일치시키고, 두 가지 파장의 빛에서 코마 수차와 구면 수차를 제거할 수 있도록 철저한 계산을 통해 렌즈를 겹쳐서 설계하는 방식인 아포 구조는 ‘자이델의 5수차’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광학 설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설계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고급 소재를 사용해야하는만큼 비용이 올라가고, 구조에서 무게와 크기가 증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오투스는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자신들의 광학 기술력을 선보이고,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화질을 원하는 소수의 이들에게 자이스가 제시하는 렌즈입니다.

 

 

 

 

때문에 오투스는 밀부스만큼 다양한 화각을 촘촘히 갖추고 있진 않지만, 28mm, 55mm, 85mm, 100mm와 같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화각대에서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모든 오투스 렌즈는 하나같이 특별한 렌즈들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주목할만한 렌즈는 ‘Otus 55mm f/1.4’ 렌즈입니다. 알다시피 50mm 화각대의 렌즈들은 표준 렌즈라 불리웁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화각이기 때문에 ‘표준’이 되었다는 설정은 사실은 35mm 필름 포맷을 기준으로 42.7mm의 화각이어야지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50mm 화각의 렌즈가 표준 렌즈가 된 원인에는 사실 자이스의 지분이 큽니다. 자이스는 ‘플라나(Planar)’라는 준망원 영역에서 뛰어난 렌즈 성능과 밝은 조리개 수치를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간단한 구조의 단렌즈 설계에 대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자이스의 기술이 성역없이 공개되면서 수많은 카피 제품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됩니다.

 

수많은 카메라 브랜드들은 카메라를 판매할 때,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성능을 가진 플라나 구조의 50mm 렌즈를 번들로 포함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측면에서 좋은 인식을 주는 것이 가능했기에 50mm의 플라나 구조의 렌즈들은 ‘표준’렌즈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런 어른들의 사정을 소비자에게 밝히기 보다는 42.7mm를 기준으로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유사하기에 표준이라는 형태로 포장이 되었던 것이 지금의 50mm가 표준 렌즈로서 인식시키는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다만 자이스는 오투스 55mm에 자신들의 렌즈 설계에서 파생되어 50mm대 렌즈 설계의 표준이 되어버린 플라나 구조가 아닌 광각 렌즈의 설계에 사용되던 ‘디스타곤(Distagon)’ 구조를 활용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디스타곤 구조는 광학적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설계라고 알려져있지만, 보다 복잡한 구조에서 오는 코스트 상승과 더불어 무게와 크기를 희생해야합니다.

표준 화각대에 속한 오투스 55mm가 광각에 작합한 디스타곤 구조를 채택한 것은 이미지 서클을 크게 설계해서 화질이 뛰어난 중앙부를 위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기인합니다. 55mm 화각은 중형 필름 포맷에선 광각이 되는데, 이미지 서클을 중형 필름 포맷을 커버할 수 있을만큼 여유있게 설계해 35mm 필름 포맷에서 표준 화각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아포 구조에 중앙부 영역을 선별해 사용한다는 설정을 가진 강력한 성능의 렌즈가 어디에든 유연하게 사용 가능한 화각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꽤 큰 시너지 효과를 가집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렌즈로 인한 오류가 발생할 여지를 두지 않기 때문에 촬영자는 자신이 담는 이미지 그 자체에 집중을 하는 것만이 가능한데, 거기서 생기는 ‘신뢰’는 절대적이어서 촬영자는 오투스 55mm란 장비에 의존하여 촬영해도 실망시킬 일이 없습니다.

 

수동 렌즈라는 점은 어떤 이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데, 특히나 영상 작업자들에게는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포커스링이 장착된 렌즈가 빠른 AF성능을 가진 렌즈보다 우선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투스와 밀부스 시리즈들은 포커스 링의 움직임에 따라 포커스의 이동이 균일하고 정확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조작감을 갖습니다. 게다가 자이스에서 전용으로 설계한 포커스링을 장착하면 시네 렌즈와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장비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시네 렌즈와 비교하면 오투스라고 할지라도 가성비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활용도가 가장 높은 화각대의 오투스 55mm는 어디에든 사용이 가능하기에 고급/고가의 렌즈가 오히려 가성비를 논할 수준이 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축복과 같은 렌즈입니다.

 

오투스 55mm는 여느 오투스와 밀부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어떤 카메라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캐논의 EF 마운트와 니콘의 F 마운트로 출시됩니다. DSLR의 시대가 저물고, 미러리스의 시대가 오면서 렌즈와 카메라 마운트는 변혁의 시대를 거치고 있는데,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기준처럼 사용되며 다양한 카메라에 적용이 가능한 EF/F 마운트는 여전히 그 입지가 굳건하기에 오투스 55mm는 대를 이어 사용할만한 가치를 지닌 명렌즈로서 후대에까지 기록되기에 충분합니다.

 

 

 

 


 

사용 제품 ㅣ 시그마 fp+자이스 Otus 55mm f/1.4, Millvus 100mm f/2.0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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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샬장 글 · 사진

영상제작자(Baby/lonians film works)

https://www.instagram.com/special_jang

태그 #테크 #촬영명품101 #장비추천 #Zeiss #자이스 #초고성능렌즈 #otus #Otus 55mm f/1.4 #apochro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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