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은 바다와 파도가 떠오르고, 다른 한 곳은 빛과 그림자가 건축물로 탄생한 것 같습니다.
2024년 12월, 인천과 경기도 화성에 전시관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바다를 눈앞에 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바다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했어요. 바다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곳이죠. 반면 매향리평화기념관은 아픔과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곳입니다. 1950년대 미군 부대가 설치한 군사시설 때문에 고통받던 주민들이 어떻게 평화를 되찾았는지 매향리의 지역사를 알 수 있어요.
국립인천해양박물관과 매향리평화기념관 모두 건물 외관이 돋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만의 개성과 정체성이 건축물에 스며있기 때문인데요.
바다와 이야기와 역사와 건축미가 있는 곳, 국립인천해양박물관과 매향리평화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내/외부
월미도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서해안 해풍에 유연하게 휘어진 물결처럼 곡선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지상에 머무르고 있는 거대한 고래 같기도, 바다의 만과 곶 같기도 합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지난 2021년 11월에 착공해 2024년 12월 11일, 수도권 최초 국립 해양문화시설이란 타이틀을 달고 개관했습니다. 박물관이 세워지는 장소와 지형을 고려한 디자인이 건축물에 적용됐는데 앞서 말한 곡선뿐만 아니라 스카이라인을 해치지 않는 높이, 바다를 연상케 하는 흰색과 파란색의 조화에서 이곳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었어요. 내부는 널찍하고 층고가 높아 층과 층 사이의 높이가 꽤 되는 편이라 탁 트인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엄청난 개방감이에요.







해양교류사실 상설전시
새로 개관한 건물 특유의 무결함이 느껴지는 1층 로비엔 견학 온 어린 친구들, 가족단위 방문객, 트래킹을 나온 어르신들로 다소 떠들썩했습니다. 평일 점심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도 새 박물관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많았어요. 박물관 개관 소식에 호기심으로 들러볼 수도 있지만 바로 옆에 월미랜드가 있고 인천 차이나타운도 가까워 월미도 코스로 넣기에 좋습니다. 주차장도 꽤 널찍해요.
3개 층(4층은 카페로 운영될 예정이며 1월 16일 기준 공사 중)에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1층 로비에서는 개관 기념 테마전 《하나의 바다-여섯 개의 시선》, 2층에선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의 해양 교류 및 우리나라와 세계가 교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항만과 해운 물류에 대해 소개하는 상설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3층에서는 바다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상설전시와 개관 기념 기증 특별전 《순항-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전시 중이고요. 2층 해양교류사실에서 열리는 상설전시가 방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보니 가장 크고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요.



해운항만실 상설전시


개관 기념 기증특별전 《순항-새로운 여정의 시작》
나에게 바다는 “생명”이다.
또 한창 배나 자동차, 비행기처럼 운송 수단에 관심이 많을 나이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유치원~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배 모형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거나 간단한 체험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수집품이나 영상 자료가 많아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꽤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3층 로비
3층에서 볼 수 있는 바깥 풍경
3층은 꼭 들러보세요. 작지만 투명한 유리창 사이로 서해 바다와 용종도로 향하는 인천대교를 볼 수 있거든요. 편히 볼 수 있게 1, 2층과는 달리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요. 바다를 응시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살짝 지나쳐 저 멀리 인천대교를 바라봅니다. 작은 창을 통해 보는 데도 어쩐지 시야로 다리가 한가득 들어오는 기분입니다. 그래서인지 3층 뷰가 꽤 오래 기억에 남아요.
국립인천해양박물관
· 위치: 인천시 중구 월미로 294
·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입장마감 17시 / 매주 월,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 관람료 무료
-20인 이상 단체는 누리집 또는 전화 사전 예약
-어린이박물관 사전 예약
· 주차료
-최초 30분 600원 / 초과 15분당 300원 / 1일 최대 6,000원
개관 기념 기증특별전 《순항-새로운 여정의 시작》
· 전시 기간: 24.12.12.(목)~25.03.30.(일)
매향리평화기념관


매향리평화기념관 본관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기념비를 세울 수도, 기념관을 세우고 그 안에 사료를 보관할 수도, 예술 작품을 만들 수도, 책을 펴낼 수도 있습니다. 매향리평화기념관은 건축과 사료, 주민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군용기 괴음과 포탄 소리에 고통받은 이곳의 과거와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는 곳입니다.(현재는 임시 개관 중입니다.)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손에서 설계된 평화기념관은 M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건축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본 기념관은 건축가의 의도대로 M 구조가 돋보였습니다. 얼핏 보면 주파수나 파동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한 연속된 M은 붉은 벽돌 덕분에 더욱 인상 깊었는데요. 한때 붉은 벽돌은 오래된 건물을 대변했지만 성수동 붉은 벽돌 건축물처럼 특색이 있는,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것으로 가치가 조금씩 변하는 듯해요.
*매향리(Maehyangri), 박물관(Museum), 기념비(Memorial)
무엇보다 이 M 구조가 특별한 건 빛이 통과하면서 생기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당시엔 해가 잘 들지 않아 그 모습을 포착할 순 없었지만(빛이 없어도 가히 메인 포토 스폿이라 할 만큼 그 자체로 멋진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건축물 곳곳에 흔적을 남겨요. 붉은 벽돌과 그림자의 만남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본관 2층에서 빛, 그림자와 관련된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2층 기획전이 미니 전시라면 이 건물 자체는 대형 전시 같았습니다.

어린이박물관 내부



기획전 《Light and Shadow(빛과 그림자)》




상설전시
24년 12월 임시 개관한 매향리 평화기념관은 1층에 어린이박물관, 2층에 전시실이 있는 구조입니다. 다소 외진 곳에 있지만 누군가의 역사가 남아 있고, 그 역사가 담긴 건축물과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들릴 가치가 있는 곳이에요.
상설전은 쿠니사격장으로 고통받던 주민들이 매향리의 평화를 찾기 위해 투쟁했던 당시의 처절한 노력을 조명하고 있고요. 기획전 《Light and Shadow(빛과 그림자)》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매향리의 역사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전시입니다. 상설전, 기획전 모두 소규모 전시이기 때문에 넉넉히 40분 내외로 둘러볼 수 있어요.

추모의 위령비(전망대)

생활관 상설전시
사격통제실
붉은 벽돌로 된 본관 옆에는 추모의 위령비(전망대)가 있습니다. 붉은색과 대비되는 흰색 외관 덕분인지 본관과 전망대 모두 눈에 잘 띄어요. '조화'를 생각했을 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지만 각각의 건축물마다 힘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전망대가 오픈되지 않아(4월 오픈 예정) 본관에서 바로 미군 생활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장교 막사에선 당시 내부 구조를 볼 수 있고 미군 기지 사병 막사와 유사한 구조로 설계된 생활관은 상설전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어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포토 스폿과 함께 사격통제실이 나오는데, 3층 건물로 쿠니사격장의 주요 폭격장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농섬을 조망할 수 있고 기념관 본관과 위령비를 한눈에 내려다 보기에도 좋은 위치입니다.

매향리평화생태공원
기념관 근처, 한때 쿠니사격장 부지였던 매향리평화생태공원 한 귀퉁이엔 이렇게 사격장 폐쇄 후 남겨진 포탄이 모아져 있습니다. 인고의 시간은 지났지만 흔적은 사라지지 않듯 이 포탄과 탄피는 마을 주민들의 상흔이나 다름없게 느껴졌습니다.
기념관 > 공원 순이든, 공원 > 기념관 순이든 둘러보고 이해하는 데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기념관 > 공원 루트를 추천해요. 매향리에서 벌어진 근현대사를 보고, 읽고, 이해한 뒤 공원을 보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굉음과 공포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매향리평화기념관
· 위치: 경기 화성시 우정읍 고온리안길 24-46
·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입장마감 17시 / 매주 월,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 관람료/주차료 무료
-20인 이상 단체인 경우 사전 예약 필요(당일 예약 불가, 하루 전 예약 필수)
-예약은 블로그에서 가능(http://blog.naver.com/hscity_tour)
기획전 《Light and Shadow》
· 전시 기간: 2024.12.20.(금)~2025.12.3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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